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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두력 - 지식에 의존하지 않는 문제해결 능력
호소야 이사오 지음, 홍성민 옮김 / 이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몇 줄 안 되는 글을 읽었다. 한 남자와 관련된 일화였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남자는 말한다.
“나는 많은 쓸데없는 사실들을 쌓아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하기 위해 머리를 씁니다.” 라고. 이 이야기는 바로 포드 자동차를 설립한 헨리 포드의 어린 시절 일화였다. 헨리 포드는 생각하는 법을 아는 것이 사실들을 아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호소야 이사오 역시 지식보다 생각하는 힘, 바꾸어 말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더 중요시했다. 많은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갖추어야 할 능력이 바로 문제해결 능력이 아닐까 싶다.
책의 제목에서부터 내게는 뭔가 새로움을 주었던 것 같다. 보통 책제목을 보면 대충이라도 뭔지 알게 마련인데, ‘지두력’이라는 단어는 부끄럽지만 처음 접해보는 단어였다. 쉬운 한자어임에도 정확하게 그 뜻을 유추하려니 어렵게 느껴졌다. 맨손으로 생각하는 힘. 참 멋진 말이고 힘 있는 뜻이 아닐까.
지두력과 더불어 ‘페르미 추정’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로지 논리적인 사고로 정확한 답만을 유추해내야 하는 문제들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생각하는 능력을 파악하는 문제들, 논리적인 사고를 토대로 하여 직관력과 통찰력까지도 요하는 그런 문제들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페르미 추정은 지두력에 앞서 그런 능력들을 기르는데 발판을 마련해줄 것처럼 보였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대화에서처럼 나도 책을 다 읽고 나면 눈이 번쩍 하고 떠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이 피어올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슨 문제든 전체적으로 크게 볼 것을, 처음보다는 결말을 중요시할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하게 바라볼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현상 전체를 바라보는 것은 항상 중요하게 여겨왔던 것이었지만, 항상 시작이 반이라고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내게 결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니 당황스럽기도 했다. 결론을 목적으로 강하게 의식하고 전체적으로 단순하게 접근해 나간다는 게 말로는 이렇게 쉽게 느껴질지 몰라도 막연하고 추상적으로만 다가왔다. 아마 지두력을 요하는 문제 자체들이 딱 떨어지는 정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정답만을 맞추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에 어떻게 접근해서 어떤 방법을 찾아 또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가 관건이다. 모르거나 대답이 곤란한 문제 앞에 봉착했을 때 자동적으로, 자연스럽게 컴퓨터 인터넷을 향하는 내게, 그리고 같은 사람들에게 지두력은, 페르미 추정은 꼭 연마해야만 하는 힘인 것 같다. 정답만을 찾아 수동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풀어나가고 헤쳐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주체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주 유용하다. 물론 가볍게 한 번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유의 책은 아니었다. 글을 마치고 나면 몇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페르미 추정의 유래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 이 책은 그런 사고 과정을 나열하고 어떻게 문제에 접근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있다. 지두력을 향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종 그림이나 도표들도 이용하고 있으며, 대화도 삽입하여 좀 더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여러 연습문제들도 중간 중간 담고 있어서 책을 읽어나가면서 스스로를 체크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지두력 향상을 위한 여러 단계들과 방법들도 제시되어 있어서 효율적이었다. 처음에는 황당하기 짝이 없던 문제들이었다. 전국에 있는 골프공은 모두 몇 개일까? ‘대체 그런 질문의 답을 내가 알 게 뭐람.’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당황스럽고 쓸데없는 문제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는 점점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치하지만 평소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호기심들이 내 속에서 일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생소한 단어들과 전문 용어들도 있어 한 번 읽는 것 가지고는 지두력이나 페르미 추정에 대해서 완벽히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이 책을 읽는 데서 끝마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자기 계발을 위해서도 좀 더 자신을 다잡고 다스려야겠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보다 생각하고 나아갈 줄 아는 사람,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