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여인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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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마 뉴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신간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작가 이문열의 인터뷰를 보았다. <리투아니아 여인>이란 책을 소개하면서 음악감독이자 교수,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박칼린을 모델로 하여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라고 했다. 그리고 책을 쓸 당시에는 그녀가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지만 텔레비전 방송 이후 점점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며 그 때문에 책의 출간이 조금 부담스럽다고 언급했던 것 같다. 덧붙여 영감만 받았을 뿐, 대부분은 픽션이니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그녀가 게스트로 나온 편을 보고 굉장히 인상깊었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인터뷰를 보고나서 <리투아니아 여인>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일보에서 연재 중이었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았다.


이 책 속의 ‘리투아니아 여인’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뮤지컬 음악 감독이다. 한국 이름은 김혜련. 혼혈인으로서 한국에서 펼치는 그녀의 예술과 그녀의 보통적이지 않은 삶이, 그리고 그녀의 사랑이 이 책 속에 펼쳐져 있었고, 자연스럽게 박칼린을 떠올리면서 읽게 되었다.


‘나’는 동네에서 어린 김혜련을 보았다. 동네에서 자주 눈에 띄던 흔치 않은 외국인 용모는 ‘나’의 눈길을 끌었다. 기가 막힌 사투리로 친구들과 노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혼혈인에 대한 편견과 따돌림을 겪어야 했고, 그 꼬마의 가족은 쉽지 않은 한국 생활을 접고 그곳을 떠났다. 그렇게 ‘나’도 그 아이를 잊어갔다. 그러다 한참이 흐른 후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오디션 장에서. 그렇게 다시금 김혜련과의 인연을 맺고 오랜 동안 지인으로, 동료로, 때로는 애틋한 감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다국적 정체성으로 한국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러나 아름답다기보다는 뭔가가 처연하게 느껴졌다. 운명 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이혼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그리고 또 뉴욕에서 다시 만나 한국으로 돌아와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김혜련은 순식간에 유명해지지만 스캔들이 터지고 사람들의 언어 폭력과 마주하게 된다.


김혜련의 부모님의 삶, 리투아니아, 그리고 미국, 그리고 한국. 그녀에게는 이 땅들이 어떤 의미였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은, 그녀의 사랑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궁금했다. 실제의 박칼린과 겹치는 부분들이 많아선지 이미 김혜련과 박칼린을 동일시하고 책을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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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하는 날
최인석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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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쌀쌀해져만 가는 요즘, 봄날 같은 상큼하고 달달한 로맨스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런 바람을 안고 이 책 <연애, 하는 날>을 골랐다. 띠지에 쓰여 있는 ‘단 한 번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라는 말에 왠지 조금은 주저하게 되었지만, ‘모든 것을 잃었어도 후회 없는 사랑’은 어떤 것일지 궁금한 마음에 책 읽기를 계속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애초에 기대하고 바랐던 상큼함과 달달함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종류의 사랑 이야기를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는 그리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뭔가에 빨려들 듯 이 책 속에 흡수되어갔다. <연애, 하는 날>에는 몇 커플이 등장한다. 커플이라고 해야 하나, 부부라고 해야 하나. 불륜이라고 해야 하나, 바람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나.


어린 시절 한 동네 기름장수 아주머니의 딸이었던 수진의 결혼식에 간 장우는 활짝 웃는 수진의 얼굴을 보고는 그녀를 갖고 싶어졌다. 그래서, 가졌다. 가지고 싶은 것은 그게 뭐든 가질 수 있고, 버리고 싶은 것 역시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장우는 힘 있는 남자였다. 그렇게 해서 가진 수진이 점점 아내보다 더 아내 같아졌다. 그녀를 위해 오피스텔을 마련하고, 한 번에 몇 백만 원씩을 가볍게 건넸다. 그러다 수진의 입에서 아파트를 사달라는 말이 나왔고, 장우의 매뉴얼은 거기에서 끝이 났다. 결혼식에서의 만남을 인연으로 장우의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된 수진은 장우가 호텔로 부르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을 거절할 용기도, 마음도 수진에게는 없었다. 심지어 바로 이런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수진은. 장우와 함께 있을 때면 그녀는 집에 있는 아이들도, 남편도 가슴 속 한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처남과 함께 여자들과 어울리고, 심지어 잠도 자고. 그럴 수 있는 남자가 이 책 속에 있었다. 그리고 처남은 장우에게 붙어 기생한다. 아내의 식구들 모두 장우에게 기대 산다. 장우에게 그들은 참 귀찮고 거치적거리는 존재들이다. 장우에게 그들은 식구의 개념이 아니라 언제든 내칠 수 있는 집안 어느 가구 쯤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의 욕망이 무서웠다. 이 책 속에 온전한 사랑은 단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심각하게 비틀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수진과 그녀의 남편 상곤, 장우와 장우의 아내 서영, 장우의 처남 대일, 그리고 연숙. 이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욕망과 돈으로 어지럽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이 더럽다는 생각보다는 너무 슬프고 무섭다는 느낌이 앞섰다. 참 아픈 이야기였다. 어떻게 보면 우리 현실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도 같아 책을 읽은 후에도 뭔가 찜찜함이 남는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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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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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curling 얼음판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을 미끄러뜨려 과녁에 넣음으로써 득점을 얻는 경기. 한 팀은 네 명이며, 두 조로 나누어 진행하는 경기다.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는 빙상 경기에서 컬링을 아주 가끔 보았다. 때때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있게 인간 컬링 경기를 하는 것을 본 기억도 있다. 그 외에는 컬링을 접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더 이 책 속의 이야기가 기대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컬링을 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다만 전문적으로 소속팀을 갖고 풍족한 지원을 받으며 매일 매일 죽을힘을 다해 연습하고 연습하는 선수들이 떠오르는 그런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고 있던 아이가 컬링을 접하고 컬링에 열정을 느끼고, 뭔가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되고 인생을 알아 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차을하에게는 제 2의 김연아를 꿈꾸는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여동생이 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던 을하에게 산적과 며루치란 별명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접근한다. 컬링에 딱 좋은 신체적 조건을 갖추었다며 감당하기 힘든 동호회비를 내가며 함께 연습을 하잔다. 소위 돈을 갈취하는 노는 학생은 아닌가 하고 의심도 했지만 을하는 점점 컬링의 매력에 빠져들고 산적, 며루치와의 우정도 쌓아간다.


어디에나 비겁하고 권력으로 뭐든 좌지우지 하려는 인간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책에도 역시 예외 없이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때로는 산적을 포함한 아이들을 함정에 빠뜨리기도 하고 위협을 하기도 하고 무력으로 억누르려고도 한다. 그렇지만 불의를 참고 못 본 체 하기엔 아이들이 순수하고 때가 묻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힘과 기지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런 노력들을 보며, 비교도 되지 않는 작은 힘으로 악에 대항하려는 그들을 지켜보며 대단하다는 생각,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속에서 컬링의 비중이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꼭 컬링이라는 소재가 빠지더라도 이야기에 구멍이 나는 것은 아닐 정도로 컬링은 그렇게 아이들이 하고 있는 운동의 한 종류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조금 생소한 컬링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주목받지 못하는 평범한 조금은 사고뭉치인 아이들이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등장하는 고시생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가 여기에서도 ‘추리닝’을 입고 나온다. 한없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그 캐릭터가 조금은 얄미웠지만 아이들을 응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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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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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책들을 읽을수록 느끼는 거지만 참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이야기를 쓰는 것 같다, 이재익 작가는. 이 책 <카시오페아 공주>는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이기도 한 카시오페아 공주를 비롯하여 섬집 아기, 레몬, 좋은 사람, 중독자의 키스, 이렇게 다섯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카시오페아 공주는 판타지다.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이 외계인이라는 설정으로 그녀와의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픈 상처의 치유와 복수, 그리고 용서의 힘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섬집 아기는 지독한 호러다.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난 고향 친구 하나로 인해 안정적이던 집안은 그야말로 박살이 나고 주인공의 감추어진 과거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그것은 주인공을 파멸로 이끌어간다. 레몬은 멜로다. 젊은 커플의 조금은 어긋나고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좋은 사람은 슬픈 호러다. 우연히 나가게 된 소개팅 때문에 한 여자의 삶이 뭉개진다. 연쇄살인마도 등장하고 정의의 용사도 등장한다. 중독자의 키스는 이상한 멜로다. 그림자처럼 다른 사람을 지켜보는 것에 중독된 남자, 그리고 누군가가 항상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다.


이렇게 이 책 속에는 판타지, 멜로, 호러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각각의 소재로 각양각색의 감정과 느낌을 안겨주었다. 특히 호러는 낮에 읽었는데도 그 공포가 쉽게 가시지 않아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였다. 중간 중간 마음에 와 닿는 글귀도 있어 좋았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들도 문장에 빠져 쓱쓱 페이지를 넘겨가며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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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더만 아는 유머 대화법
임붕영 지음 / 미래지식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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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르다.’ 라는 말이 있다. 같은 의도와 뜻을 가진 말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마음을 긍정적인 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똑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유쾌하고 유연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어가고 또 어떤 사람은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대화를 이끈다. 같은 부탁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긍정적 대답을 이끌어내고 또 어떤 사람은 부정적 대답을 부른다. 듣는 사람으로부터 서로 다른 반응을 불러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 책 속에 그 해답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첫 장을 열었다.


이 책에 의하면 유머는 첫째, 감성을 자극하여 마음을 열게 하고, 둘째, 유연한 사고를 갖게 하며, 셋째, 행동에 나서게 만든다. 저자는 이것을 ‘유머의 마법’이라 불렀다. 유머의 마법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 1장은 ‘유머로 말재주를 향상시켜라.’라는 주제문 아래 본격적인 유머 향상에 앞서 기본적인 말의 유형과 화법의 유형 등을 나열해 놓고 있었다. 제 2장은 ‘재미있게 듣는 사람이 매력 있다.’란 주제문 아래 유재석처럼 경청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제 3장은 ‘유머 있게 질문하면 주도권을 잡는다.’에 대한 내용으로 손석희처럼 질문하라고 말한다. 제 4장은 ‘유머로 설득해야 이길 수 있다.’에 대한 내용으로 강호동처럼 유머 있게 말하라며 유머를 강조한다. 제 5장은 ‘똑똑한 사람보다 유머 있는 사람이 돼라.’란 내용으로 유머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서 배우고 느꼈다. 질문도 그 종류가 얼마나 다양하고 대답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 얼마나 많은지 새로이 알 수 있었다. 원하는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상황에 따라서 어떤 질문법을 택해야 하는지, 대화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질문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 질문하는 법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들어 있었다. 이런 것들을 모른 채 지금까지 어떻게 말을 주고받고 살아왔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내가 모르고 있던 것들이 많았다. 간혹 정말 저런 질문이 괜찮은 건가 의문스러운 부분들이 있기는 했지만 많은 것들이 유익하게 여겨졌다.


보통의 자기 계발 서적에서 느끼는 약간의 허무함 같은 것이 이 책에서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명사들의 예를 많이 들었고, 다양한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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