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28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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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책을 다 읽고 나서 정말 기막히게도 잘 지은 이 제목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조지나에게 일어난 믿지 못할 일들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그려진다. 이 책의 저자 바바라 오코너는 어린 소녀의 상처받은 마음, 그리고 치유되는 마음, 그리고 성장해가는 내면을 정말 세심하고 섬세하게 그려내었다. 읽는 내내 조지나에게 빠져들고 동화되어 헤어나기가 어려웠다.




  귀엽고 깜찍한 소녀 조지나,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아빠와 집이 사라져 있었다. 세상에 이런 기막힌 일이! 순식간에 거리에 나앉게 된 조지나 가족-엄마, 조지나, 그리고 동생 토비-은 겨우 차 한 대만을 건져 길거리 인생의 길에 접어든다. 눈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다. 한창 민감하고 예민한 청소년기를 겪고 있기에 조지아가 느낀 충격은 배가 되었을 것이다. 혹시나 친구들이 알아챌까봐 항상 전에 살던 집 근처를 배회해야만 했던 조지나를 생각하면 할수록 안타깝고 안타까웠다. 하루 종일 궂은일도 마다 않고 일한 엄마를 그러나 조지나는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조지나가 너무 어렸다. 돈이 얼마나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아직은 너무나 여리고 순수한 소녀. 조지나의 머릿속에 부모님이라면 자식들에게 만족과 풍족함을 주어야 하고 원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조지나의 눈에 엄마는 넉넉함은 말할 것도 없고 잠잘 수 있는 따뜻한 침대 하나조차 줄 수 없는 ‘형편없는’ 부모의 역할을 한다고만 비쳤다. 보이는 게 전부인 어린 조지나에게 엄마의 남모를 노력은 헤아려지지 않았다.




  그냥 막연히 잠을 잘 수 있는 아늑한 집을 사기 위해 조지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란 프로젝트를 만든다. 혼자 구상하고 혼자 계획했으며, 마지막 실행은 동생과 함께. 노트를 만들어 개를 훔치기 위한, 무엇보다 집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적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귀엽다는 생각과 함께 애처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계획을 행동에 옮기고 점점 시간을 흘려보내며 조지나가 깨달아가는 과정은 대견하게 느껴졌고, 기특하게만 여겨졌다.




  순수함, 그 자체인 조지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옳은 길을 걸어간다. 여기에는 어떤 교육법 같은 것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잘못을 물론 방관만 해서도 안 되는 거지만, 무조건 윽박지르거나 ‘사랑의’ 매를 든다고 해서 아이가 꼭 다시 올바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바바라 오코너는 조지나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 것 같다. 만약 조지나가 너무 어린 나이에 닥친 괴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수긍하며 살아갔다면, 그렇게 내적으로 성숙한 모습이었다면, 어쩌면 조지나 이야기는 그리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조지나는 ‘어린’ 조지나다웠다. 밝고 명랑하며 쾌활했고, 때로는 적당히 자기만 알고, 적당히 엄마를 미워하고, 적당히 닥친 현실에 괴로워하며, 적당히 창피해하는 아이였기에 이 작은 소녀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어린 조지나의 성장소설이면서, 가족소설이고, 그 외에도 사랑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려주기에 완벽한 소설이다. 같은 분량의 다른 책들에 비해 아주 급속도로 읽히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었다. 조지나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딱 맞는 단어와 문장과 표현으로 되어 있어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가슴 아픈 상황을 적절하게 재미있으면서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 그 효과가 톡톡히 빛을 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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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이야기 -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세계 청소년의 롤모델 오바마의 도전하는 삶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2
헤더 레어 와그너 지음, 유수경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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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돌풍을 일으키며, 그리고 환영을 받으며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지도 몇 달이 흘렀다. 그리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파파라치들에 의해 항상 이슈가 되었고, 여전히 그는 신화 속의 인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버락 오바마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그가 태어나기도 전의 시간에서부터 시작해 버락 오바마의 출생과 성장과정, 그리고 지금의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소박하다면 소박하게, 진솔하다면 진솔하게 그리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 헤더 레어 와그너가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던 순간은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이었다. 저자가 글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그는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이 되기에 충분하며 설사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은 ‘버락 오바마’의 삶이라는 그 자체에 가치가 있으리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버락 오바마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그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웅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가슴 속에 진정으로 품고 있던 꿈을 실천하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했던 ‘위험하고 무모한’ 순간에서부터 시작해 그의 신념이 하나하나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은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버락 오바마를 연설의 귀재로 만들어 준 그의 명연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흑인 아빠와 백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버락 오바마는 ‘혼혈’이라는 말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어디에서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때때로 알 수 없는 이방인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주저앉아버렸다면 버락 오바마가 아니지.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을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했지만, 버락 오바마는 이겨내었다. 그가 올곧게 자라날 수 있었던 데에는 가족의 공이 제일 크지 않았을까 싶다. 항상 어린 버락 오바마를 축복해주고 응원해주며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던 그의 가족이 있었기에, 버락 오바마는 좌절하기 앉고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의 신념은 피부색을 포함해 어떠한 장애물도 능가하는 ‘힘’이 되어 그를 정치인으로, 대통령의 길로 인도해 주었다. 그의 연설을 듣고만 있어도 무언가 변화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희망을 샘솟게 하는 그의 능력은 신이 내린 축복이 아닐까. 그야말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주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그의 모든 것들이 이제는 세상의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어 주고, 많은 아이들이 그를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한, 책 속에서 그야말로 버락 오바마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한 시간이었다. 청소년기를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버락 오바마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 더 많이 겪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누구인가,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들을 버락 오바마는 현명하게 풀어내었고, 그 해답으로 바로 지금의 그가 있는 것이다. 그의 아름다운 도전과 열정, 그의 인생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준다. 지금 자기 앞에 닥친 벽이 높게만 느껴진다면, 그리고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처럼만 생각된다면, 거기서 주저하지 말고 적어도 부딪쳐보는 것은 어떨까. 한 번에 뛰어넘을 수는 없더라도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계기는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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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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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시다 슈이치의 ‘최고의’ 연애소설이라는 타이틀.

  그의 <악인>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니 다른 책이더라도-<사요나라 사요나라> 역시 흔하고 쉬운 연애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독특하다거나 특별한 소설이 그려질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틱하고 낭만적인 사랑이 그려져 있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너무나 완벽하고 고독한 사랑이라 해피엔딩으로는 끝을 맺지 못하는 사랑은 그래서 더욱 고혹하게 느껴지는 걸까.




  역시 시작은 살인사건이다. 물론 이 살인사건이 중심이 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계곡에서 시체로 발견된 소년. 그리고 용의자로 검거된 소년의 엄마. 그리고 그들의 옆집에 살고 있는 ‘부부’. 그리고 이 사건을 맡아 취재하던 기자. 그들은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벌어진 한 사건으로 인해 한 데 엮이고 만다. 이 책을 읽은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아직 선선한 날씨지만, 요시다 슈이치가 묘사하는 끔찍한 더위 탓에 얼음물 속에 몸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의 의식 세계를 요시다 슈이치는 발칵 뒤집어 놓는다. 절대 사랑이라고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수치화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증오를 독자로서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 절대 정상적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현실.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을 헤집어놓는 과거의 사건은 점점 그들을 잠식해간다. 16년 전 운동부의 집단성폭행 사건. 죗값 아닌 죗값을 치른 이는 그러나 ‘피해자’였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혹한 폭력. 모두가 알고 있지만 쉽사리 수면 위로 떠올리지는 않는 잔인한 충격. 과거의 트라우마는 정말로 현재를 지배하는 것일까. 적어도 어떤 영향만큼은 미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피해자의 입에서 나온 짧은 두 문장은 그녀의 아픔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아니 차고 넘쳤다.







  -내가 죽어서 당신이 행복해진다면, 난 절대로 죽고 싶지 않다.

   당신이 죽어서 당신의 고통이 사라진다면, 나는 절대 당신을 죽게 놔둘 수 없다.







  한편 가해자는 가해자 ‘나름대로’ 자신의 죄에 얽매여 살고 있었다. 비록 세상은 그를 용서했을지라도 스스로에게까지 용서받기엔 그는 조금은 깨끗했던 걸까. 아무튼 결과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생각이 한 데 좁혀져버리는 괴이한 일이 생겨나버리고 만다. 과연 이를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나코가 그의 곁을 떠나며 남기고 간 말, ‘안녕’. 일어를 전혀 모르지만, ‘사요나라’라는 말이 보통은 헤어지는 연인 사이에서 혹은 오래거나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쓰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 이제, 가나코는 그를 ‘용서’한 것일까.







  -아드님이 강간 사건 같은 걸 일으킨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글쎄, 실망스럽겠지.

   그런 바보 같은 일로 아들의 인생을 망친다고 생각하면 엄청 실망하겠지. 부모로서는.

  -실망한다.. 그럼 만약 따님이라면?

  -딸? 딸이 강간당한다고?

   그럼 놈을 때려죽여야지.







  아마 누구나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대답을 생각할 것이다. 가해자라면, ‘겨우 실망 정도로’ 죄를 최소화시키려 할 테고, 피해자라면 ‘가해자를 죽이고 싶을 만큼’ 피해를 최대화하려고 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곳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는 우리가 있다. ‘세상 사람들 모두는 피해자이고 싶어 한다.’는 글을 바로 그의 <악인>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요시다 슈이치는 누구를 미워해야 할지 누구를 이해해야 할지 그 자체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가 이끄는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가해자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그 순간 그것은 나를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우리가 정말로 이해하려했고 용서하려했던 사람들이 가해자였던가, 피해자였던가. 하얘진 머릿속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벽 깊숙이 등을 돌리고 있는 여자를 쓰다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꼭 가나코를 다시 찾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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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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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이 결혼했다.’

  가 아닌, <아내가 결혼했다>고?




  사랑하는 여자, 그리고 내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 그리고 사실은 생물학적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확실히 모르는 아기까지. 이들을 끌어안고 주인공 덕훈은 산다. 아니, 살아야만 한다. 오직 사랑하는 아내 때문에. 헤어지기는 정말 싫고, 그렇다고 낯선 남자까지 받아들이기는 죽기보다 싫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이었다. 그 속에서 덕훈은 예방접종 아닌 ‘예방접종’으로 내성을 기르며, 적응 아닌 ‘적응’을 해나간다. 덕훈의 ‘아내’는 정말 독특하고 이해할 수 없는 여자였다. 그래, 별의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니 어쩌면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생각해보았는데, 아기를 낳고 난 후의 그녀의 반응은 이건 좀 심하다 싶을 만큼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내 그릇이 작은 건지 ‘아내’는 점점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시한폭탄이라도 안고 사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결말이 어떨지 무섭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을 잡은 손을 놓아버릴 수도 없었다. 결국은 책을 잡고 끝까지 읽어나갔다.




  월드컵 4강의 이야기와 세상의 축구 신화들의 ‘명언’들이 반 이상 함께 곁들여진 <아내가 결혼했다>는 축구라면 질색하는 사람이라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축구와 연애, 결혼, 더 나아가 인생 사이의 공통점을 교묘하게 끄집어내어 독자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이 책의 저자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무엇보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자료 속에서 자신이 그려가는 상황에 맞는 문장들만을 쏙쏙 꼽아 연결시켰는지가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정말 인생과 축구가 대단한 연결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더불어 세상에 널리 분포되어 살고 있는 각양각색의 민족들과 그들의 풍속-물론 사랑과 결혼 제도에만 국한되어 있었지만, 다양했기에-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일부일처를 제도화한 나라가 그렇게 적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나 역시 월드컵 전에는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축구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히딩크 호’를 타고 승승장구하면서 월드컵 축구에 대한 내 관심도 역시 급상승했었다. 우리나라의 승리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좋아했고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기도 즐겨 보곤 했었다. 그 기억들은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월드컵의 열풍 속으로 빠져들면서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축구가 이리도 철학적인 스포츠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영화를 먼저 본 탓이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남자 주인공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김주혁의 말투와 영상을 몰고 머릿속에 함께 자리 잡았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느낀 거지만, 캐스팅, 정말 잘 한 것 같다. 때론 투덜거리기도 하는 주인공 ‘이덕훈’의 말투에서 자꾸만 김주혁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아직 나는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철저히 일처일부를 추종한다. 연인 사이에 있어서도 ‘바람’ 따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마음에 상처 주는 일이 가슴 아파 하늘에서 각각에게 인연을 한 명씩 배정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중이다. 그런 내게 <아내가 결혼했다>는 충격적이었다. 연인이 결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히 충격적일 텐데, ‘아내가 결혼했다’니, 이보다 발칙한 상상이 있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박현욱의 이야기에 빠져 들어가며 내 생각들은 꼬일 대로 꼬여갔고 마구 흔들렸다. 여태껏 틀렸다고만 믿고 있던 사실들이 한 순간에 뭐가 옳고 그른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던 것도 같다. 분명히 ‘인아’는 죄를 저지른 거고, 죗값을 받아야 옳지만, 그들의 작은 사회 내에선 아무래도 제도 따위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듯 했다. 물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먼 곳으로 떠나게 된다는 설정은 그들이 아무리 그들 멋 대로라고 해도 제도 아래서 그리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것을 알려주고는 있지만 ‘자유로운 사랑’, 그것도 좀 심하게 자유로운 사랑에 대해서 읽는 사람들 각자가 이리저리 생각해보게 만드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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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한 초보 부부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의 가족 만들기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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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방지축 말리.

  말리는 개 이름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개라기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무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말리와 나>의 저자 존 그로건은 아내 제니와 결혼하고서 예비 부모의 역할을 연습해보자는 의미에서, 단순하다면 단순할 수 있는 동기를 가지고 말리를 데려왔다. 바로 그 행동이 예측불가능한 일들을 얼마나 벌일 지는 상상조차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이 책은 존 가족이 말리가 갓 태어난 순간에서부터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순간까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담고 있었다. 아무리 개를 키우더라도 쉽게는 경험해보지 못할 일들, 해괴망측한 해프닝들이 말리네 가족에게는 너무나 종종 일어났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말리는 잠시도 가만있지를 못했다. 소위 ‘주의력 결핍증’이라는 것이 동물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 수 있었다. 아주 작고 귀여운 강아지 말리는 존과 제니보다도 배로 빠른 성장을 보이며 인간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자랐고 늙었으며 생을 마감했다. 말리를 통해 생의 축소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말리는 짧다면 짧은 그의 한 평생을 존 그로건 가족과 함께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아주 행복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말리는 분명 ‘훌륭한 개’는 아니었다. 자신의 인생을 끝내는 순간까지 어쩌면 ‘강아지’로 남아있었던 것도 같다. 끊임없이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며 애정이 넘치고 에너지가 샘솟는 강아지였다. 완벽한 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저 사랑스러운 개라고만 정리하기에는 무언가가 부족하다. 말썽을 부르는 강아지였지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할 줄 아는, 진심으로 사람의 아픔을 보듬어줄 줄 아는 ‘가족’이었다.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절대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바로 ‘말리’였다.




  어려서부터 나는 개를 무서워했다. 길을 걷다 개와 마주치면 그길로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눈물을 뿌리며 달릴 때면 엄마는 개 앞에서 달리지 말라고, 그러면 놀자는 건 줄 알고 더 따라온다고 했고 실제로도 그랬으나, 개와 마주쳤을 때 태연히 옆을 슬금슬금 비켜갈 자신이 없어 차라리 쫓기는 편을 택했었다. 아니 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그냥 곧장 도망가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이제와 생각하면 미련하기 짝이 없는 행동. 개뿐만 아니라, 사람을 빼고는 움직이는 ‘생물’이란 죄다 무서워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가까운 주위만 둘러봐도 애완 강아지라면 죽고 못 사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그런 친구들을 이해도 못할뿐더러 두렵기까지 하는데 때로는 그런 내가 싫어질 때도 있다.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갈 일이라도 생기면 친구들은 나를 위해 강아지를 ‘우리’ 안에 가두어두어야만 했다. 무섭고 게다가 비위생적인 동물들과 함께 섞여 생활한다는 게 내 상식 안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강아지를 무서워하시나요?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생각일랑 순식간에 사라진답니다!’ 하는 류의 책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강아지가 무섭다. 그렇지만 그 동안 애완견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에 작은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강아지라는 생물과 무언가 교감을 한다거나 반려 동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은 부정만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싫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왜 괜히 인상을 찌푸리기만 하고 이해해보려 하지 않았던 걸까. 기르던 개가 죽은 후 그토록 슬프게 울던 친구들을 왜  이상한 눈으로만 바라봤던 걸까? 물론 속으로만 그렇게 바라봤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존과 제니와 말리를 보면서야 애완동물과의 뭉클한 삶에 관해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나는 개와 함께 산다는 경험은 해보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감정이 없는 움직이는 ‘어떤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개에 대한 느낌을 조금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꾸어 바라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말리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말리! 너의 이야기, 정말 감동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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