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꼭 알아야 할 모든 것
정영희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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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유난히 이런 주제의 자기 계발서나 소설에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은 <에디터 T의 스타일 사전>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던 탓인지,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7년여 동안의 직장 생활을 과감히 그만두고 프리랜서로서, 사보 기자, 카피라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경험들을 책에 담아내고 있었다.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모든 것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기술되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일곱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파트는 그녀의 자아 찾기, 그녀의 자기계발, 그녀의 사랑과 결혼, 그녀의 인간관계, 그녀의 직장 생활, 그녀의 테크닉, 그녀의 재테크를 제목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 장에서는 "Self Test"라는 코너를 마련해두어서, 읽고 있는 내가 지금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마치 심리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즐거운 마음으로 체크해나가고 읽을 수 있었다. 또, 이론서에서 그쳤다는 느낌에서 탈피하기 위해 실질적인 정보도 많이 제공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천연 재료로 화장품 등을 만들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준다거나, 유용한 쇼핑몰에 대한 소개를 첨가한다거나, 좋은 책들을 추천하는 것 등 말이다. 이렇게 해서 저자는 그녀가 생각하는 ‘여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능한 한 모두 전달해주고자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게 꼭 여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면에서는 남녀의 구분 없이 모두가 꼭 알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한 책인 것 같다.




  저자는 중간 중간에 여행을 떠라보라는 제안을 종종 하고 있다. 그것이 국내가 되었든, 해외가 되었든, 며칠을 계획하든, 몇 달을 계획하든 말이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불가능한 계획이지만, 떠나라는 말만으로도 왜 그렇게 설렜는지 모르겠다. 저자가 훌쩍 여행을 떠나면서 느꼈던 짜릿함의 일부나마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방학을 하면 나도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에 계획을 짜보고 싶었다.

  직장 생활 부분은 아직 내가 학생이기 때문에, ‘맞아! 아니야!’ 하는 등의 공감을 할 수는 없었고, 당장에 닥친 일들이 아니라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상황과 일들이라, 맞장구를 치면서 읽어나갈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앞으로 있을 직장 생활에 있어서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데 대해서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여러 재테크 책에서 절대 빠뜨리지 않고 다루는 것이 바로 CMA와 MMF 등의 통장과 주식, 펀드, 보험 상품 등이다. 이 책에서도 CMA나 MMF등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것을 빼먹지 않아, 다른 책들과 중복된다는 부분에서 식상하다는 느낌도 들기는 했지만, 복습한다는 의미로 다시 한 번 잘 새겨둘 수 있었다.




  이런 점들에서 이 책은 경제관념에 관한 것들만 다룬 것도 아니고, 직장의 세계만을 다룬 것도 아니고, 연애관만을 다룬 것도 아니고, 주장을 펼 수 있는 기술 등만을 다룬 것도 아니었다. 이들 모두를 아우르며 폭넓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책 한 권에 담아 단숨에 읽을 수 있어 더 유익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완벽한 지도가 있어야 길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 시작하는 길, 이 길도 나는 거친 약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떠난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 한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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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두뇌를 위한 불량지식의 창고
멘탈 플로스 편집부 엮음, 강미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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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량”이라는 단어에서는 묘한 호기심이 물씬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이 책 <불량 지식의 창고>는 그런 호기심 가득한 흥미로운 세계였다. 




  이 책은 자만, 탐욕, 욕망, 질투, 식탐, 분노, 나태의 일곱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이 일곱 가지는 ‘성서에 나온 일곱 가지 죄악’과 일치한다. 각 장은 서로 연관성은 없었지만, 모두 “불량 지식”이라는 데에서 한 곳을 지향하고 있었다. ‘창고’ 안은 갖가지 불량 지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각 장은 다시 여러 세부적인 소주제로 나누어진다. 그 소주제 속에서 인물은 인물끼리, 사건은 사건끼리, 조직은 조직끼리. 건축물은 건축물끼리, 병은 병끼리, 음식은 음식끼리 엮이어 불량 지식을 이루고 있었다. 




  콜럼버스가 인도가 아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나가 모두 그 이유까지도 알고 있을까? 자만에 빠져 거리를 잘못 측정한데다가 지도까지 잘못 본 작은 실수로 역사에 오래오래 기록될 줄 콜럼버스 자신은 상상이나 했을까 모르겠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렇게 아주 작은 실수가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같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폭발로 인한 참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자로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실험이 발단이 되었던 것이었다. 실험 중에 아주 사소한 결함으로 안전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처음 의도와는 달리 참사가 되어버린 사건에 안타까움이 따랐다.

  비밀 결사체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다. 재미를 더해주었던 점은 바로 그 비밀 결사체의 회원들이었다.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오푸스데이, 해골단, 보헤미안 클럽, 삼각 위원회 등의 결사체 회원들의 이름 중에는 모차르트, 조지 워싱턴, 존 웨인, 벤저민 프랭클린, 조지 w. 부시, 로널드 레이건, 콜린 파월, 빌 클린턴 등 내로라하는 정재계의 이름들이 많았다. 예전에 읽은 다빈치 코드에도 등장하는 조직이라 더 낯익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MIT 수학 천재들의 라스베이거스 무너뜨리기>란 책을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이 실화에 바탕을 둔 소설이었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하게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 <불량 지식의 창고>에서도 탐욕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떠올려볼 수 있었고 흥미로웠다.




  이들 뿐만 아니라, 남장을 한 여성들의 이야기나, 식인풍습의 본질, 마녀사냥의 진실 등 유명한 이야기들의 이면을 다루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기도 했고, 좀 더 미궁 속으로 끌고 들어가기도 했다.

  이 책의 전편인 <지식의 통조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고 싶다면 이 책이 적격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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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디자인하기 - 당신의 삶을 업그레이드하고 리모델링하라
토드 던컨 지음, 박정애 옮김 / 오늘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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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먹은 대로, 그림 그리듯이, 디자인하듯이 내 인생을 만들 수 있다면, 과연 어떨까? 인상 찌푸릴 일 같은 건 만들지 않을 테니, 신날 일만 가득할 것 같다. 잠시나마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꿈을 그려보았는데,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이 책의 저자는 토드 던컨, 던컨 그룹의 설립자로, 그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최고의 세일러 맨 자리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는 독자로 하여금 독자의 삶을 업그레이드하고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 인생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밟아야할 과정으로 다섯 단계를 들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스스로 성공에 대해 정의를 내려 보는 것이다. 바람직한 인생이 무엇인지, 삶에서 가장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가 저마다 다른 가치를 두고,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와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후에 비로소 분명하게 목표를 세우고 목적의식을 갖고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전 단계를 좀 더 구체화시켜야 한다. 생각한 여러 가치들을 중요도에 따라 순서대로 정리해보고,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분석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시간을 가지면서 인생에 있어 잠깐 휴식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잠시나마 여유를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본격적으로 설계하는 단계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그렇기에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정리한 가치들을 기초로 해서 인생에 있어서의 그림을 크게 그려본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장기적인 계획에 맞는 세부적인 계획들을 세워두는 것이다. 가깝게는 당장 지금 해야 할 일들, 멀게는 10년 후, 20년 후까지의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넷째 단계에서는 계획도라는 청사진을 보고 집을 짓는 과정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벽돌을 하나둘씩 쌓아 견고한 벽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인생이라는 집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과정이다.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설계한 대로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면 된다. 그러면서 엉뚱한 곳에 박혀있는 벽돌이나 못은 과감히 뺄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한다. 잘못된 점은 발견 즉시 수정해 나가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밟아나가면 된다.




  저자는 그의 주장을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잭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인생 설계에 대한 이야기로, 잭의 소화를 통해서 함께 공감하고 함께 배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좀 추상적인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지만,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데 만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러 유명한 인물들이 남긴 명언들도 여백의 곳곳에 적바림하고 있어 읽는 재미도 쏠쏠했고 읽고 난 후에 인상적인 글귀는 나도 따로 적록해두었다.










     삶이란 우리의 인생에 어떤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일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 존 호머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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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T의 스타일 사전 - 스타일에 목숨 건 여자들의 패션.뷰티 상식 560가지
김태경 지음, 탄산고양이 그림 / 삼성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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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만 보고서도 정말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상에 많은 기대를 품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패션, 뷰티 상식 560가지”라는 글귀에, 평범하고 진부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실망하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이런저런 마음을 가지고 책을 펼쳤는데, 차례부분에 쭉 제시된 제목만 보고서도 호기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아주 인상적인 글들로 흥미로웠다.




  여기서 에디터 T는 저자 김태경을 말한다. 그녀는 학원비로 게스 청바지를 몰래 사 입으면서부터 패션과 인연을 맺어왔다고 말한다. 여러 잡지에서 패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강동원의 화보에도 그녀의 손이 닿았다고 하니, 점점 더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책 <스타일>에서 알게 된 패션 쪽의 이야기들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데 한 몫을 한 것 같다.




  560가지의 상식이 있는 책이라지만, 그렇게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 한 제목 아래에 속한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길어야 책 한 페이지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간단하면서도 농축된 문장과 상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명품이라고 불리는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마크 제이콥스, 지방시, 셀린느, 구찌 등의 이름도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아디다스와 퓨마를 설립한 각각의 인물이 서로 형제관계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형과 동생이 이렇게 스포츠 브랜드를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 하면 빠질 수 없는 헐리우드 스타들의 스타일과 즐기는 브랜드들에 대한 소개도 새로웠다. 패션 키워드인 모델에 대한 상식들도 유익하게 느껴졌다. 특히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읽으면서는 순간 괜스런 자부심까지도 들었다.

  저자는 쇼핑에 관한 노하우에 대해서도 몇 마디씩 도움을 주고 있었다. 뉴욕에 가면 꼭 들러야할 쇼핑몰과, 도쿄의 유명한 백화점, 이탈리아 피렌체의 패션 거리, 우리나라의 명동 거리도 소개해줌으로써, 해외여행을 가면 꼭 들르고 싶은 곳이 생겼고, 가깝게는 우리나라에서도 즐거운 쇼핑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은 정보였다.

  가방은 옷과 어떻게 매치시켜야 하는지, 벨트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세련되게 착용할 수 있는지 등 패셔니스타의 예를 들어가며 쉽게 설명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패션’ 세계에서 쓰이는 용어들에 대한 정리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다이아몬드의 품질을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어서 앞으로는 어디 가서 그나마 ‘아는 체’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설렜다. 흔적이 생겨버린 옷이나 가방 등을 새롭게 리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또 보풀이나 얼룩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그 해결 방법을 가르쳐 줌으로 해서 <에디터 T의 스타일 사전>은 좀 더 실용적인 책의 모습을 띠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세계도, ‘잇걸’과 ‘잇백’의 세계도, 트렌드라는 키워드에 대해서도, 그리고 패션 에디터라는 직업의 세계에 대해서도 두루두루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 들었다. 쇼핑 노하우에 대한 실질적인 강의를 듣고 나온 기분, 악세사리나 명품 관리법에 대한 교양 수업을 듣고 나온 기분이 들어, 유익했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어 가볍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느끼면서 방학을 위해 우선 해외여행에 대한 계획부터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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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샨보이
아사다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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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샨보이>라는 독특한 제목에 순간 끌려 책을 집었다. ‘슈샨보이’가 ‘구두닦이’를 말한다는 것은 책을 다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아사다 지로의 단편 소설집이었다. 그의 소설집 안에는 인섹트쓰키시마 모정, 슈샨보이, 제물, 눈보라 속 장어구이, 망향, 해후가 수록되어 있었다.




  저자 이사다 지로는, <<철도원>>으로 유명한 작가다. 어린 시절에 겪은 집안의 몰락과  야쿠자 밑에서 보낸 사춘기 시절, 자위대에 입대한 경험 등이 그의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또 잔잔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일곱 가지 이야기는 하나같이 애잔함이라는 단어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인정과 도리, 사랑과 의리, 아련한 추억과 약속 등이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공부라는 큰 꿈을 안고 도쿄로 떠난 사토루에게, 대도시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그를 점점 아웃사이더로 만들어간다. 옆집에 사는 어린 꼬마아이와 어항 속 바퀴벌레에게만 마음을 나눌 수밖에 없는 그 비정함이 처음 수록된 이야기. 『인섹트』에서 가슴 저리게 느껴진다. 『쓰키시마 모정』에서는 어린 나이에 유곽으로 팔려온 창녀 미노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자신의 이름을 끔찍이도 싫어해 개명을 하고 유곽 생활을 하던 미노는 드디어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 그러나 그마저도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지 못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여인, 미노는 다시 옛날의 이름을 찾는 것으로 아픔을 대신한다. 『슈샨보이』는 일곱 가지 이야기 중에서 표제작이다. 전쟁고아를 구두닦이 노인, 당신의 호적에 올려주고 이치로라는 이름까지 지어준다. 노인의 바람대로 이치로는 탄탄대로 성공의 길을 밟아간다. 그러나 노인은 이치로를 사랑하면서도 함께 살려 하지 않고, 구두닦이의 일도 그만두지 않는다. 이치로는 그런 아버지, 노인을 끊임없이 찾아가 애원도 해보지만, 노인의 고집은 어지간해서는 꺾이지 않는다.

  수십 년 전에 이혼한 남자의 장례식에 찾아가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을 열어보게 되는 여인의 이야기 『제물』을 읽으면서는 도망간 어머니를 위해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끝없는 사랑을 보여준 아들에게 더 깊은 연민을 느꼈다. 『눈보라 속 장어구이』는 끔찍했다. 사단장이 부관인 내게 가져다 준 장어구이는 회상의 열쇠가 되어 사단장을 과거로 돌아가게 한다. 전쟁 당시 전우의 인육을 먹으면서까지 살아남아야 했던 군인들, 그리고 그런 군인들을 죽여야 했던 사단장은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기하고 의리를 선택한다. 『망향』은 할머니의 장례식을 두고 찾아오는 수많은 조문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할머니의 살아생전의 행로를 밟아나가는 이야기였다. 할머니의 선행은 각각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넓고 깊게 퍼져있었다.

  마지막에 수록된 『해후』는 일곱 가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슬프고 안타깝게, 그러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연인 도키에와 에이치, 부모 앞에서 힘을 잃고 마는,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맹목적인 에이치의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지만 의학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병을 앓고 있는 도키에는 에이치의 부모로부터 결혼반대라는 말을 듣고 그 곳을 떠나 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가 마사지로 연명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손님을 마사지해주다가 에이치를 떠올리게 되면서 사랑과 반가움을 느낀다. 에이치는 도키에가 그랬듯이 단 한순가도 연인을 잊지 않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해후’라는 말을 얼마나 곱씹어보았는지 모르겠다.




  저자는 어느 이야기에서도 확실하게 끝을 맺지 않는다. 아직 끝이 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덧 페이지는 다음 이야기를 향하고 있었다. 독자가 읽으면서 스스로 빠져들게 하고, 스스로의 감정에 젖게 만들었다.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펑펑 울게 만들 만한 소재도 아니었지만, 잔잔한 슬픔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 주위를 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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