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화 -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은 뜻밖의 조선사 이야기
배상열 지음 / 청아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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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동안 읽어봤던 역사책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비화’>. 숨길 비와 말씀 화, ‘세상에 드러나지 아니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 책은 제목을 제대로 표현해 주고 있었다. 책의 서문에서부터 저자는 역사의 잘못된 재현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 제멋대로인 역사물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서 말이다. 평소에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 편이라, 사극 드라마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잘은 모르겠지만, 작은 소재부터 심지어는 큰 소재에 이르기까지 저자에 의하면 잘못된 것들 투성이었다. 드라마 속 작은 ‘촛불’ 하나까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 시대의 문화적인, 시대적인 배경들을 근거로 들어가며 일침을 가하고 있었다. 겨우 서문을 읽었을 뿐인데, 앞으로 책에서 전개될 내용들이 몹시 궁금해졌고, 쉽게 가볍게 읽힐 수 없을 것 같았다.




  크게 3개의 주제로 <조선비화>는 구성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사건에 대한 비화, 인물에 대한 비화, 세태에 대한 비화로 말이다. 이를 골자로 해서 20여 가지의 비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어느 것 하나 비화가 아닌 것이 없었다.

  사건비화에서는 왕의 암살사건이나 신문고에 얽힌 이야기들, 그리고 반역 등의 사건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드라마‘이산’으로도 친숙한 정조가 감쌌다던 살인범 이야기는 내 마음에 동요의 물결을 일으켰다. 김은애라는 양가집 여인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녀의 집에 구걸 왔다가 거절당한 안조이가 앙심을 품고 자신의 인척과 김은애가 간통했다는 소문을 뿌린다. 조선의 시대상으로 미루어보건대 그런 소문이 나고 나면 소문의 진위와는 상관없이 결혼의 문도 닫히고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의 수모를 견디다 못한 김은애는 안조이를 난자해 죽였다. 살인자는 사형에 처해져야 마땅한데, 정조는 오히려 김은애를 칭찬해주고 방면하기에 이른다. 왜 그랬을까? 이 점에 대해서 저자는 정조가 자라온 환경과 연결 지어 설명한다. ‘모험’이라는 키워드가 주축이 되는데, 바로 정조의 부친인 사도세자가 노론의 모함을 받아 죽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뒤주에 갇혀서 말이다. 김은애는 안조이의 모함으로 인해 그와 같은 수모를 당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한이 맺혔던 정조는 그런 점에 집중하여 모함 당한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었다.

  인물비화는 인물 중심으로 벌어진 일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신윤복, 섹스 심벌인 유감동과 어우동, 수양대군, 스파이와 배반자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이라는 그림은 아마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것 같다. 이 그림에서 저자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두 명의 ‘중’이었다. <단오풍정> 속의 두 중은 목욕하는 기생을 흐뭇한 표정으로 훔쳐보고 있다. 저자는 이들의 차림새나 얼굴 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 시기에 불교는 많은 핍박을 받고 있었다. 나라의 온갖 궂은일에는 다 끌려 다녀야 했지만, 좋은 옷이나 넉넉한 음식 등은 취하기가 불가능했다. 중들은 그런 핍박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민가에서 멀어져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들어가 은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 이 시기에 중들이 민가에 내려와 기생들을 훔쳐보고 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었다. 게다가 좋은 옷을 입지도 못할뿐더러 배불리 먹지도 못했던 그들의 얼굴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때깔’좋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신윤복을 포함한 조선시대 사람들이 불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추론해내었다. <단오풍정>이 널리 알려진 그림이기는 하지만, 글과 함께 책 속에 실렸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태비화를 다룬 장에서는 왕족들의 간음이나 과거급제와 관련된 폐단들, 병영비리와 학력위조 등을 다루고 있다. 조선시대의 과거급제라고 하면 정말 가문의 영광일 만큼 대단한 경사였다. 그러나 어느 조직에나 신입이 거쳐 가야 할 통과의례가 있듯이, 과거에 급제한 이들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선배’들에게 많은 비용을 들여 일명 접대도 해야 했고, 그들이 시키는 것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모든 모욕을 감수해야만 했다. 책에 나열되는 글만으로도 그 실상이 짐작이 갔다.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이라면 나라를 대표할 수 있고 나라의 모범이 되는 사람들인데 그들에게서 이런 폐단을 보게 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종종 이슈화되는 문제들이 바로 병역비리다. 그리고 최근에 수면 위로 오른 학력위조의 문제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이미 조선시대 때부터 성행했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시대에 따라서 구체적인 모습들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역사는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사 <실록>들을 제시하여 그 근거로 삼았다. 역사 기록을 함께 확인하면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다 신뢰할 수 있었다. 마치 어린이에게 “옛날 옛적에 말이야, 이런 일이 있었단다.”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을 읽고 있다는 거부감이 일지 않아서 좋았다.

  역사는 교과서에 나온 것만이 다가 아님을 이 책 <조선비화>를 통해서 또 한 번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직도 역사를 배우는 길을 걷는 것은 멀고도 멀다.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조선의 역사, 바로 그 새로운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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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지키기 위해 꿈을 꾼다
시라쿠라 유미 지음, 신카이 마코토 그림,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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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 지키기 위해 꿈을 꾼다.

  몹시도 새파란 하늘과 뭉게뭉게 피어난 새하얀 구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 아래 한 소년이 앉아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는 그림 같은 한 남자아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그림을 보니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것 같았다. 옆에 누군가라도 앉혀주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파랗던 하늘은 서늘하다 못해 이제는 시리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항상 일정한 패턴으로 살고 있는 사람에게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던 사쿠에게도 어느 날 그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어느 날은 바로 사쿠의 생일날이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던 목소리. 자꾸만 잠을 부추기는 목소리다. 원인도 출처도 알 수 없는 목소리.

  ‘계속 자자. 바다 밑바닥까지.’

  엄마가 깨우는 바람에 겨우 의문의 목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왜 갑자기 그에게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오늘은 사쿠의 열 번째 생일이다. 그의 말투나 생활 습관은 성숙해 보였기 때문에 전혀 열 살임을 짐작할 수 없었다. 사쿠에게는 동갑내기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의 반에 전학 온 스나오. 아직 손을 잡아보기는커녕 이름도 제대로 불러보지 못했을 만큼 둘은 어리고 순수했다. 이제 의문의 사건은 서서히 일어날 준비를 한다. 사쿠의 생일을 맞아 수영장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둘은 꽤 친해질 수 있었다. 사쿠는 스나오를 평생토록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스나오 역시 사쿠를 끔찍이 생각하고 사랑한다. 다만 스나오는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 스나오를 사쿠는 지켜주겠다고 다짐한다. 스나오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는데, 다시 아침의 그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는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든다. 잠깐 눈을 붙였다 떼었을 뿐이다.

  그러나 사쿠의 눈에 비친 세상은 조금 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사쿠만을 홀로 남겨두고 세상은 7년이란 시간을 훌쩍 건너 버렸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자신보다 훌쩍 커버린 동생을 보며, 자신보다 성숙해져버린 스나오를 보며 사쿠는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열 살짜리 꼬마아이에게는 이겨내기 힘든 관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사쿠는 좌절하고 만다. 학교에도 가기 싫고 스나오를 마주대할 자신도 없다. 그런 사쿠에게 스나오는 끊임없이 용기를 주고 기다려준다. 서서히 사쿠는 현실을 직시하고 엄마를 위해, 동생과 스나오를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성장할 것이다. 자신을 아껴주는 모두를 위해 사쿠는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자라날 것이다. 그렇게 먼 훗날을 스스로와 약속하면서 사쿠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었다.




  내가 만약 열 살짜리 사쿠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쯤 식음을 전폐하며 어느 정신병원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겠지. 이 책 속의 사쿠는 나이는 열 살이었지만 너무 성숙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점에 좀 놀랐다. 이미 사쿠는 자라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치 몸은 열 살짜리 꼬마였지만 생각하는 것은 세상과 함께 7년이란 시간을 보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빠는 어디에 계신 걸까?

  때로는 순수한 꼬마처럼, 또 때로는 어른이 된 아이처럼, 사쿠는 그렇게 어른과 아이의 공간을 넘나들고 있는 것 같았다. 자연히 흘러가게 마련인 시간 속에서 사쿠는 그렇게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 머지않아 사쿠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본래의 모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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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원으로 세계여행 - 영어 울렁증 상근이의 자급자족 세계 여행
정상근 지음 / 두리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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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말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할 수 있을까?

  정말 말도 안 돼!!!!

  책을 읽기 전부터 내 머릿속엔 의심만이 가득했다. 무슨 수로 1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그는 해냈다. 노숙자로 거리를 헤매다 추방당한 것도 아니고 웃음과 열정을 잃지 않고 여행을 마쳤단 말이다.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혼자서’라면 우선은 겁부터 내니 말이다. 대학생이니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인생의 대선배처럼 느껴졌다. 의심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의 여정 속에 빠져 들었다.  






  여행하고픈 마음을 억누르며,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며 2006년 7월, 저자는 드디어 세계를 향한 그의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하기에 충분한 돈도 없이 비행기를 타다니. 배짱 한 번 좋았다. 그에게 문제는 돈만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고백에 의하면 그는 바디 랭귀지 body language가 아니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영어에 ‘꽝’이었다. 그런 그가 의지할 곳 한 군데 없는 타지에 가서 묵을 곳을 찾고 일자리를 찾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길이 펼쳐질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두려움을 몰아내고 배고픔을 참아가며 그는 숙소를 구했고 일자리를 찾았다.

  열정은 열정을 알아보는 것일까? 국적은 다르지만 젊음이라는 공통점에 그는 좋은 룸메이트를 구할 수 있었고 그 때부터 조금씩 그에게 행운이 찾아들었다. 아니 어쩌면 행운은 그가 무사히 호주에 도착했을 때부터 그를 지켜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호주에서 ‘투 잡’ 아니 ‘쓰리 잡’을 하면서 꽤 많은 돈을 저축했고, 목표액에 다다랐을 때 과감히 세계로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다음 여행지는 인도. 인도에서 네팔로, 영국 런던으로, 네덜란드와 벨기에로, 독일을 거쳐 체코의 프라하까지, 그 밖에도 오스트리아, 스위스, 핀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이집트, 중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터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무사 귀환을 하기까지 짧지도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그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세계여행을 꼭 마쳐야만 한다’는 생각은 여행의 나날이 지속될수록 ‘지금을 즐기자’는 마인드로 바뀌어갔다. 그럴수록 그에게서는 편안함이, 그리고 안정되어 있음이 느껴졌다.

  악착같이 돈을 벌고 인도로 향할 때 어쩌면 아직도 그에게는 불안함이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자신의 몸 말고는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런 그의 마음을 바로 외국인들이 녹여 주었다. 모험심만을 갖고 자신의 나라로 여행 온 그를 현지인들은 반갑게, 그리고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세계는 아직도 인심으로 넘쳐흐르는 곳이었다. 커피 한 잔으로, 때론 맥주 한 잔으로, 그들은 마음을 나눌 수 있었고 금세 친구가 되었다. 나이와 국적 따위는 그들 사이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새로 만난 많은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정을 나누면서 그는 안으로 많이 자랄 수 있었다. 선입견에서 자유로워지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을 그만두기 등을 통해 그의 여행은 새로움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조금씩 여행의 본질을 깨달아가면서 비로소 그는 노천카페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덧 나도 그와 함께 사진 속의 그곳에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출발했던 그는 오로지 몸과 마음만으로 온 세계를 따뜻하게 하나로 묶어주었다.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로부터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장기간동안 여행을 떠나는 것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돈도 돈이지만, 여행하는 동안의 시간이다. 그리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한 담력 가지고는 홀로 여행길에 오르기 어렸다. 그러나 두드리면 문은 열리는 것처럼 먼저 한 발짝 다가간다면, 아니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좋다. 마음만 닫아놓지 않고 활짝 열어둔다면 따뜻함과 국적을 초월한 우정이 찾아와줄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저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또 어디론가 떠날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만남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여행하지만 서로 다른 추억을 만든다.

     각 사람들의 추억은 ‘뜻밖의 인연’으로 다르게 적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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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 - 신화 속에 감추어진 기이한 사랑의 이야기들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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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독일의 북유럽 신화까지, 모든 신화는 정말 흥미롭다. 이 책에서 다룬 것과 같이 그리스 신화만을 두고 얘기한다면, 신은 전지전능하다. 뭐든 할 수 있고 죽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신을 ‘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신과 인간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감정’이란 게 바로 그것이다. 사랑을 하고 때로는 질투도 한다. 시기하는 마음도 갖고 있으며 심할 경우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반대로 따뜻한 인정을 베풀 줄을 알고 약속을 지킬 줄도 안다. 인간 세계에는 법이라는 제도가 있듯이 신들의 세계에서도 그들만의 약속이 있다.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게 되어 있다. 이런 그들의 삶이 어쩌면 인간들의 그것과도 너무나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이 책 <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의 저자 최복현은 그 중에서도 신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책을 펴냈다. 사랑에도 그 종류가 여럿이다. 행복하기만 한 사랑이 있는가하면 고통과 아픔을 수반하는 슬픈 사랑도 있다. 정신적인 사랑도 있고 육체적인 사랑도 있다. 저자는 이 책 속에 열아홉 가지의 그런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그 속에는 신 중의 신 제우스의 사랑 이야기도 있었고, 오리온, 아폴론, 헬레네, 페넬로페, 데메테르, 포세이돈, 디오니소스 같은 낯익은 신들도 많이 보였다. 피라, 비아스, 페로 등 내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신들 또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서로를 너무나도 많이 사랑하던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이야기가 있었다.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되자 오디세우스는 전쟁에 참전해야 했기에 둘은 떨어지게 되고 말았다. 전쟁을 승리를 이끌고 다시 돌아오기 위해 배에 올랐는데, 풍랑을 만나 다른 섬에 불시착하고 만다. 그 과정에서 함정, 위기에 빠지기도 하면서 어느덧 20여 년이 흐르게 되었다. 오디세우스에게는 그를 지켜주는 수호신, 아테나가 있었는데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겨우 페넬로페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기까지의 시간동안 수많은 남자들이 그들의 성을 점거하고 페넬로페에게 구혼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페넬로페는 굴하지 않고 지조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오디세우스는 아들과 함께 그들의 기지를 발휘해 구혼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페넬로페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페넬로페는 ‘원앙 오리’라는 뜻이란다. 기다림 끝에 낙이 있다고 했던가. 그들의 애틋하고 진실된 사랑은 그렇게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가보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 역시 가슴 한 편을 뭉클하게 했다. 리라 연주를 잘하던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어느 날 숲에서 그녀는 뱀에 물리게 되고 그 길로 죽게 되었다. 이에 슬퍼하던 오르페우스는 그녀를 찾아 죽음의 강을 건너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저승에 다다른다.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연주해서 신들의 영혼의 심금을 울린다. 지하의 신 하데스는 이에 감동해 그녀를 돌려주며 이승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이를 참지 못한 오르페우스는 그녀를 실수로 돌아보게 되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영원히 떠날 수밖에 없었다. 슬픔에 빠진 그도 역시 결국 죽게 되고 그들은 지상의 사랑을 지하에서 영원히 꽃피웠다고 한다. 정말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애틋한 사랑 말고도 비극적이고 읽으면서도 화가 치미는 사랑 이야기도 있었다. 아니 사랑의 탈을 쓴 악마의 이야기라고 해야 더 옳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 모두 신의 이야기이기에, 그러면서도 인간의 이야기이기에 신화를 따라 웃고, 때로는 안타까워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저자의 상상력도 가미하고 있다고 말이다. 신화를 즐겁게 읽고 때로는 관심도 많이 갖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부족한 편이라 신화와 상상 사이에서 그 경계의 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본질적인 바탕은 신화에 두고 있기 때문에 사랑 이야기를 읽는다는 점에서 큰 거부감이 일지는 않았다. 신들의 사랑 역시 인간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모든 것은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의 곳곳에 그려져 있는 신화 그림 역시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림을 보면서 그들의 사랑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하고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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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 - 기업이 절대 알려주지 않는 가격의 비밀
요시모토 요시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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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스타벅스’보다는 ‘탐앤탐스’에, ‘커피빈’에, ‘할리스 커피’에 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스타벅스’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타벅스에 갈 일도 별로 없다. 많아야 일 년에 손에 꼽히는 정도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커피숍들 중에서 내가 가는 곳이 아닐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 <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를 보는 순간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왜 스타벅스지? 그란데는 뭐지? 부끄럽지만 ‘그란데’가 뭘 뜻하는지 몰랐다. 그란데가 뭐기에 경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그란데를 사라고 하는 것일까? 책을 읽고서야 음료 사이즈를 일컫는 말임을 알 수 있었다.




  <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의 저자 요시모토 요시오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쉽게 경제를 이해하도록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적절한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읽은 경제학 서적인 <경제학 콘서트2>와 비교했을 때, 훨씬 쉽게 다가왔다. 보다 현실적으로 경제를 다루고 있어서 더 가까이 느껴졌다. 저자는 어려운 경제학 용어들과 관념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이것은 적어도 내게는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이 경제학 서적은 크게 10개 정도의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 주제들은 모두 잦은 소비생활들과 관련되어 있어서 더 친숙하게 느껴졌고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음료수는 보통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을 포함해 곳곳에서 팔리고 있다. 그런데 사보면 알겠지만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의 가격이 꼭 같지는 않다. 그것은 거래비용이 가격차를 좁히기도 하고 넓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거래비용이라는 것은 물건대금과는 별도로 시간, 노동력, 심리적 부담 등이 드는 것을 모두 말한다. 이를 통해 라이벌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것도 설명할 수 있고, 경쟁사들의 주력 제품이 비슷한 점이 소비자들의 경향을 좇기 때문임도 증명할 수 있다.

  텔레비전과 디지털 카메라의 가격이 갈수록 낮아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저자는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는 규모의 경제성이 가전제품 가격을 낮추기 때문이다. 수량이 많아질수록 그에 따르는 평균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자칫하면 다시 경제에 대해 까마득함을 느낄 뻔 했었지만 저자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친절하게도 그래프와 그림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림과 표를 짚어가며 저자의 글을 확인해나갈수록 이해가 더 잘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실생활과 관련된 경제 주제에 대해서 하나하나씩 풀어나갔다. 100엔 숍이 왜 저렴한지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1000원 숍이 떠올랐다. 이들은 반품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 자리에서 현금지불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타 업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그에 따라 주스나 설탕의 가격까지 비싸지는 현상은 어떻게 된 걸까? 원유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원유에서 정제되는 자동차 연료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게 되고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식물의 가격이 덩달아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설탕은 사탕수수로 만드는 것이니까 설탕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이제 당연해진다. 이런 식이면 설탕으로 만든 과자들의 가격도 함께 오른다. 결국 경제는 모든 것이 함께 엮이고 어우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읽을수록 신기한 세계가 책 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 밖에도 많은 흥미로운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어 읽는 내내 신기함과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경제학 책을 앞에 두고 잠시나마 가졌던 부담감은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 책을 통해 비단 경제에 대해서만 배웠던 것은 아니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훑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저자의 쉬운 설명으로 인해서 일본의 수출입 경향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책 한 권으로 한 나라의 모든 것을 판단 내리는 것은 성급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 구조면에서 우리나라와 많이 흡사했다. 일본인 저자는 일본 사회의 경제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설명으로 가능했기에 우리나라의 상황으로 미루어서도 충분히 짐작과 이해가 가능해서 더 유익했던 것 같다. 경제 앞에서 겁부터 내는 일은 앞으로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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