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으로 세계여행 - 영어 울렁증 상근이의 자급자족 세계 여행
정상근 지음 / 두리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정말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할 수 있을까?

  정말 말도 안 돼!!!!

  책을 읽기 전부터 내 머릿속엔 의심만이 가득했다. 무슨 수로 1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그는 해냈다. 노숙자로 거리를 헤매다 추방당한 것도 아니고 웃음과 열정을 잃지 않고 여행을 마쳤단 말이다.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혼자서’라면 우선은 겁부터 내니 말이다. 대학생이니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인생의 대선배처럼 느껴졌다. 의심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의 여정 속에 빠져 들었다.  






  여행하고픈 마음을 억누르며,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며 2006년 7월, 저자는 드디어 세계를 향한 그의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하기에 충분한 돈도 없이 비행기를 타다니. 배짱 한 번 좋았다. 그에게 문제는 돈만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고백에 의하면 그는 바디 랭귀지 body language가 아니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영어에 ‘꽝’이었다. 그런 그가 의지할 곳 한 군데 없는 타지에 가서 묵을 곳을 찾고 일자리를 찾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길이 펼쳐질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두려움을 몰아내고 배고픔을 참아가며 그는 숙소를 구했고 일자리를 찾았다.

  열정은 열정을 알아보는 것일까? 국적은 다르지만 젊음이라는 공통점에 그는 좋은 룸메이트를 구할 수 있었고 그 때부터 조금씩 그에게 행운이 찾아들었다. 아니 어쩌면 행운은 그가 무사히 호주에 도착했을 때부터 그를 지켜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호주에서 ‘투 잡’ 아니 ‘쓰리 잡’을 하면서 꽤 많은 돈을 저축했고, 목표액에 다다랐을 때 과감히 세계로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다음 여행지는 인도. 인도에서 네팔로, 영국 런던으로, 네덜란드와 벨기에로, 독일을 거쳐 체코의 프라하까지, 그 밖에도 오스트리아, 스위스, 핀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이집트, 중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터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무사 귀환을 하기까지 짧지도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그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세계여행을 꼭 마쳐야만 한다’는 생각은 여행의 나날이 지속될수록 ‘지금을 즐기자’는 마인드로 바뀌어갔다. 그럴수록 그에게서는 편안함이, 그리고 안정되어 있음이 느껴졌다.

  악착같이 돈을 벌고 인도로 향할 때 어쩌면 아직도 그에게는 불안함이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자신의 몸 말고는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런 그의 마음을 바로 외국인들이 녹여 주었다. 모험심만을 갖고 자신의 나라로 여행 온 그를 현지인들은 반갑게, 그리고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세계는 아직도 인심으로 넘쳐흐르는 곳이었다. 커피 한 잔으로, 때론 맥주 한 잔으로, 그들은 마음을 나눌 수 있었고 금세 친구가 되었다. 나이와 국적 따위는 그들 사이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새로 만난 많은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정을 나누면서 그는 안으로 많이 자랄 수 있었다. 선입견에서 자유로워지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을 그만두기 등을 통해 그의 여행은 새로움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조금씩 여행의 본질을 깨달아가면서 비로소 그는 노천카페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덧 나도 그와 함께 사진 속의 그곳에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출발했던 그는 오로지 몸과 마음만으로 온 세계를 따뜻하게 하나로 묶어주었다.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로부터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장기간동안 여행을 떠나는 것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돈도 돈이지만, 여행하는 동안의 시간이다. 그리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한 담력 가지고는 홀로 여행길에 오르기 어렸다. 그러나 두드리면 문은 열리는 것처럼 먼저 한 발짝 다가간다면, 아니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좋다. 마음만 닫아놓지 않고 활짝 열어둔다면 따뜻함과 국적을 초월한 우정이 찾아와줄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저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또 어디론가 떠날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만남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여행하지만 서로 다른 추억을 만든다.

     각 사람들의 추억은 ‘뜻밖의 인연’으로 다르게 적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