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지키기 위해 꿈을 꾼다
시라쿠라 유미 지음, 신카이 마코토 그림,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널 지키기 위해 꿈을 꾼다.

  몹시도 새파란 하늘과 뭉게뭉게 피어난 새하얀 구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 아래 한 소년이 앉아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는 그림 같은 한 남자아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그림을 보니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것 같았다. 옆에 누군가라도 앉혀주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파랗던 하늘은 서늘하다 못해 이제는 시리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항상 일정한 패턴으로 살고 있는 사람에게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던 사쿠에게도 어느 날 그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어느 날은 바로 사쿠의 생일날이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던 목소리. 자꾸만 잠을 부추기는 목소리다. 원인도 출처도 알 수 없는 목소리.

  ‘계속 자자. 바다 밑바닥까지.’

  엄마가 깨우는 바람에 겨우 의문의 목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왜 갑자기 그에게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오늘은 사쿠의 열 번째 생일이다. 그의 말투나 생활 습관은 성숙해 보였기 때문에 전혀 열 살임을 짐작할 수 없었다. 사쿠에게는 동갑내기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의 반에 전학 온 스나오. 아직 손을 잡아보기는커녕 이름도 제대로 불러보지 못했을 만큼 둘은 어리고 순수했다. 이제 의문의 사건은 서서히 일어날 준비를 한다. 사쿠의 생일을 맞아 수영장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둘은 꽤 친해질 수 있었다. 사쿠는 스나오를 평생토록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스나오 역시 사쿠를 끔찍이 생각하고 사랑한다. 다만 스나오는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 스나오를 사쿠는 지켜주겠다고 다짐한다. 스나오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는데, 다시 아침의 그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는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든다. 잠깐 눈을 붙였다 떼었을 뿐이다.

  그러나 사쿠의 눈에 비친 세상은 조금 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사쿠만을 홀로 남겨두고 세상은 7년이란 시간을 훌쩍 건너 버렸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자신보다 훌쩍 커버린 동생을 보며, 자신보다 성숙해져버린 스나오를 보며 사쿠는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열 살짜리 꼬마아이에게는 이겨내기 힘든 관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사쿠는 좌절하고 만다. 학교에도 가기 싫고 스나오를 마주대할 자신도 없다. 그런 사쿠에게 스나오는 끊임없이 용기를 주고 기다려준다. 서서히 사쿠는 현실을 직시하고 엄마를 위해, 동생과 스나오를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성장할 것이다. 자신을 아껴주는 모두를 위해 사쿠는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자라날 것이다. 그렇게 먼 훗날을 스스로와 약속하면서 사쿠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었다.




  내가 만약 열 살짜리 사쿠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쯤 식음을 전폐하며 어느 정신병원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겠지. 이 책 속의 사쿠는 나이는 열 살이었지만 너무 성숙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점에 좀 놀랐다. 이미 사쿠는 자라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치 몸은 열 살짜리 꼬마였지만 생각하는 것은 세상과 함께 7년이란 시간을 보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빠는 어디에 계신 걸까?

  때로는 순수한 꼬마처럼, 또 때로는 어른이 된 아이처럼, 사쿠는 그렇게 어른과 아이의 공간을 넘나들고 있는 것 같았다. 자연히 흘러가게 마련인 시간 속에서 사쿠는 그렇게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 머지않아 사쿠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본래의 모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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