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한 학기 정도 전의 일인 것 같다.

  교양 수업으로 동양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수업을 들었는데, 그 때 교수님께서 <사신치바>를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셨다. 줄거리는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지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일 거라고 하셔서 충분히 호기심이 생겼다. 그 말을 듣고 서점으로 가서 책을 샀는데,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여기서의 사신은 죽을 사死에 신 신神이다. ‘죽음의 신’. 자칫하면 공포소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그렇지 않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사신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책 속으로 그야말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음반 매장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한다는 사신. 그들은 인간세계의 그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한다. 사신이 맨 손으로 인간과 접촉하면 인간은 수명이 1년 단축됨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만다. 가끔씩 대화가 서로 아주 미묘하게 어긋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신이 하는 일은 뭔가? 바로 인간을 조사하는 일이다. 정보부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사신에게 인간을 지정해주면 일주일 동안 조사를 하고 정말 죽어도 될지를 결정하는 거다. 어떤 기준으로 인간이 지명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라고 외치면 죽음으로, 그렇지 않으면 보류가 된다. 한 마디로 인간의 목숨이 사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보부로부터 지정된 인간은 거의 99퍼센트 죽게 된다. 사신이 이를 허락하니까 말이다. 단, 자살이나 병사만이 그들의 영역에서 제외될 뿐이다. 잠도 필요 없고, 음식의 맛도 모른다. 조사할 대상에 따라 나이, 외모 등이 수시로 바뀌어 자유롭다.

  이 책은 그런 사신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신, ‘치바’가 주인공이다. 그는 유독 냉철하고 항상 비를 몰고 다닌다. 그래서 태양을 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조사해야 할 인간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대기업의 불만 처리반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도 있고, 의협심이 강한 보스도 있다. 눈 오는 산장에서 동료 사신의 개입으로 중복되는 죽음을 경험하기도 하고, 갓 연애를 시작한 청년에 대한 조사를 하기도 한다. 어머니를 죽이고 도망 중인 남자와 동행하면서 그의 상처받은 과거를 좇아가기도 하고, 미용실을 하는 노파를 조사하기 위해 만나기도 한다. 이들 인간들을 만나면서 그는 때로는 친구가, 때로는 인질이 되어 그들과 함께 한다. 그럼에도 항상 한결같은 점은 절대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감하지 않고 항상 객관적인 거리를 두는 것이다. 객관적이다 못해 냉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치바는 단순히 인간만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로맨스나 하드보일드 등의 상황도 겪게 된다. 그런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으니 바로 마지막에 만난 노파다, 그런데 단순히 치바를 알아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보통의 노파가 아니랄까. 치바가 노파와 함께 일주일을 보내면서 그에게도 뭔가 변화가 일어난다. 이전까지의 만남이 모두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치바는 드디어 비에서 벗어나 맑고 화창한 하늘을 볼 수 있게 된다. 인간과는 다른 관점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사신이었지만,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치바가 비로소 인간과의 교감을 하게 된 게 아닐까.




  놀랍기도 했고 감동까지 받았다. 그리고 너무나 잘 짜여진 인간들 사이의 관계와 구성에 또 한 번 놀랐다. 예전에 저자의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탄성이 절로 나는 듯한 이야기의 진행에서 말이다. 다시 한 번 저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신치바>는 분명 소설이다. 그런데도 자꾸만 현실과 소설이 구분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만 같았고, 언젠가 내게도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치바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절대 만나서는 안 되는 존재지만, 자꾸만 그, 치바를 만나보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이 든다. 혹시 “보류”를 외쳐줄지도 모르니까.

  이 책을 살 당시에는 띠지에 올해 3월 영화화되어 개봉한다고 나와 있었는데, 개봉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보지 못했다. 이 책 <사신치바>를 영화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란, 눈부실 때와 웃을 때 닮은 표정을 짓는군요.

     눈부신 거랑 기쁜 거랑 닮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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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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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그 간결한 문체가 싫었었다. 처음 일본 소설을 읽은 건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짤막짤막한 문장들이 그 때는 뭔가 허무하게만 느껴졌고, 가벼워 보이기만 해서 싫었다. 책이란 뭔가 교훈을 주어야 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모든 일본 소설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한동안 일본 소설은 만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기피하기만 했던 일본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냥. 언젠가부터 그렇게 간결한 문장에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오쿠다 히데오다. 그의 작품을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경쾌하면서도 뭔가를 전달하는 것만 같은 문장이 주는 그 느낌이 좋게 느껴졌다.

  이 책, <스무 살, 도쿄>는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가 도쿄에서 살아가는 날들을 그린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다. 단편인 듯 하면서도 장편인 이야기. 짤막하면서도 긴 이야기다. 이 책 속에는 1979년과 1978년, 1980년, 1981년, 1985년, 1989년의 다무라 히사오가 등장한다. 그 해 그 해의 하루씩을 모아 한 편의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갓 대학에 입학한 히사오는 우연히 아름다운 선배에 반해 무작정 그 선배의 연극 동아리에 가입한다. 그러나 그 선배는 동경의 대상일 뿐, 현실적으로는 가까이 접근조차 불가능한 하나의 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좋아하는 동기 에리가 있다. 그렇게 새내기 대학생으로서 그들은 자유를 만끽하며 말 그대로 풋풋한 생활을 한다. 가슴 설레는 첫 키스, 서툰 고백과 표현들. 그들은 성장을 위한 계단 하나를 그렇게 디뎠다. 그리고 다시 일 년 전. 처음 히사오가 독립해 도쿄로 상경하던 날로 시간은 거슬러 올라간다. 구실은 재수를 하기 위해서였지만, 아버지로부터, 그리고 지긋지긋한 나고야로부터 히사오는 도망쳐 나온 것이다. 처음 도쿄에 발을 내딛으며 히사오는 왠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상경한 첫날부터 밀려드는 외로움과의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어른이 되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 다음은 존 레논이 사망한 날로 이동한다. 히사오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대학을 중퇴하고 조그만 광고대행 회사에서 카피라이터가 되어있었다. 그 날 그 즈음의 히사오는 정말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하며 보내고 있었다. 사장의 동생인 겐지의 끊임없는,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부탁과 심부름을 하느라 제 때 밥도 먹지 못하고 발품을 팔아야하는 모습에 괜스레 나도 겐지에게 약이 올랐다. 그리고 일 년 후, 히사오는 이제 제법 회사에서 인정받는 ‘실세’가 되어있었다. 후배 직원도 셋이나 거느린 카피라이터가 되어서 말이다. 그렇지만 그는 어린 나이에 너무 우쭐해져 버렸다. 후배들의 장점에는 눈을 감아버리고, 못하는 것들만 콕콕 짚어가면서 윽박지름으로써 사기를 저하시켰다. 물론 그에게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테지만, 자신의 올챙이 적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다. 그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하루이면서, 1988년에 열릴 올림픽이 서울인지 나고야인지 발표하는 날이기도 했다. 아, 서울 올림픽이 나고야와 경쟁했었구나. 이제 또 다른 하루는 스물다섯이 된 히사오가 엄마 때문에 선을 보게 된 날이었다. 엄마 친구의 딸인 같은 나고야 출신의 동갑내기. 키도 크고 성격도 제멋대로. 싫은 사람 앞에선 하이힐을 신어 상대를 내려 보는 것으로 눌러버리고, 맘에라도 든다면 로퍼를 신어 눈높이를 맞추는 별난 여자였다. 그 날, 하루에도 여러 번 하이힐과 로퍼를 번갈아 신어가며 히사오를 당혹스럽게 한다. 어느덧 히사오는 스물아홉이 되어 있었고 그 날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날이기도 했다. 서른을 코앞에 두고 있는 히사오는 이제 동업자 친구들과 회사를 꾸리고 있었다. 많이 성장했고 수입도 꽤 많아서 삶에 여유도 생겼고 귀여운 여자 친구도 만나고 있다. 결혼을 앞둔 친구를 위한 파티에서 그들은 젊었을 시절, 분명 지금도 젊긴 하지만, 더 젊었던 한창 청춘의 날들을 회상하며 꿈을 나눈다.

  

  오쿠다 히데오가 그려낸 소설 속의 엿새는 역사적인, 문화적인 사건과 각각 맞물려 있는 하루이기도 했다. 존 레논이 사망한 날이거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 등 말이다. 그렇게 히사오의 젊은 날 역시 자연스럽게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스무 살, 그 시절 히사오가 음악 평론가가 되고 싶었던 것처럼 그의 친구들도, 회사 사장도 각각의 꿈이 있었다. 점점 보호라는 울타리가 벗겨지면서 현실이라는 것에 동화되어갔고, 그 과정에서 꿈을 잃기도 뒤로하기도 미뤄두기도 하면서 각각의 삶을 살아나가게 되었다. 날짜로 따지면 엿새였지만, 그 여섯 날은 히사오의 10년을 여실히 그려내고 있었다.

  지금 내 꿈은 뭘까?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










     거울에 빠져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눈에 안 들어와.

     주위의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지.

     자의식이란 바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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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험 - 바이오스피어 2, 2년 20분
제인 포인터 지음, 박범수 옮김 / 알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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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이오스피어가 뭔지 몰랐던 채로 이 책의 제목에서 ‘인간 실험 THE HUMAN EXPERIMENT’이란 단어가 눈에 쏙 들어왔다. 뭘 실험했다는 거지? 게다가 책의 두께 또한 굉장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대단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과 두께로 인한 호기심을 가득 안은 채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제인 포스터는 2년 20분 동안의 그 인간 실험에 직접 참여했던 여덟 명 중 한 명이었다. 그 실험이 있은 지 한참 후에 그 때를 회고하며 이 책을 썼다. 바이오스피어2는 일종의 공간이다. 그것도 온전하게 밀봉된. 1991년 9월 26일 이 실험에 참가하기 위해 선발된 여덟 명은 완벽하게 밀봉된 세계, 바이오스피어2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에서 그들은 자급자족하며 살아야 했다. 바이오스피어2,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이 재활용되었고, 어느 것도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었다. 계획된 대로 2년 동안 인간이 그런 세계 속에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인간 실험’이었다. 바이오스피어는 바이오스피어를 제외한 땅, 그러니까 지구를 일컫는다. 그러니까 그들의 공간은 바이오스피어2가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지구라고 볼 수도 있다. 이 공간을 만들어 실험을 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노력과 무시하지 못할 만큼의 시간이 들었다. 보다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실험이었기 때문에 찬반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디스커버리 매거진>은 찬성하는 대표적인 신문이었는데, “바이오스피어2는 케네디 대통령이 우리 인류를 달을 향해 발을 내딛도록 만들었던 이래로 가장 흥미진진한 과학 프로젝트다.”라고 그들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기자들의 특종거리가 되었고, 끊임없는 루머가 나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스피어2는 계획한 대로 준비가 되어갔고 드디어 디데이가 되자 계획은 실험으로 옮겨졌다. 참여하게 된 사람들은 얼마 기간 정도의 시물레이션 후에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했다.

  바이오스피어2의 면적은 1275ha고, 그 안에는 다섯 가지의 야생 생물군계를 만들었다. 열대 우림 생물군계, 사바나 생물군계, 사막 생물군계, 습지 생물군계. 대양 생물군계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 외에 인간 거주구역과 집약 농업구역이 조성되어 있었다. 약 3800여 종의 동식물도 그 안에 심어지고 배치되었다. 전 세계를 1275ha로 집약해 놓은 공간이었다.

  정말 이런 공간에서 2년을 지낼 수 있을까? 물론 그 결과는 서문에서 저자가 미리 밝혀놓았기 때문에 성공리에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처음 접해본 이야기였고, 이런 이야기는 보통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서만 만나보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알면서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저자는 책 속에서 그 시간들을, 그리고 그 속에서의 생활을 일지처럼은 아니지만 꽤 비슷하게 기록해 놓았다. 꽤 실감나게 말이다. 그 속에서의 생활은 몹시 흥미로웠지만, 나더러 해보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 그들은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해서 아침 식사 전까지 각자 맡은 일을 한다. 가축들에 사료를 주거나 우리를 청소하고, 장치를 점검하거나 회의 등을 준비한다. 그리고 먹는 아침은 정말 꿀맛 같겠지. 그러나 생각만큼 꿀맛 나는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자급자족하여 얻은 것들로 아침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하루하루 정해져 있는 칼로리를 섭취해야만 했으니, 할 수 있는 요리에는 제한이 있었고 요리 또한 그들이 직접 해야 했기에 생각만큼 좋은 맛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이 원래 먹던 음식들은 모두 고칼로리 음식으로써, 높은 콜레스테롤 음식이 많았고 지방도 많이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이오스피어2 안에서는 모든 게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되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를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나도 배가 고프면 괜히 짜증이 나고 신경질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생활을 2년이나 해야 했으니 그들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점점 힘이 빠져가고 지쳐갔다. 음악 공연을 하기로 했던 것이나 연극 수업 등은 빼먹기 일쑤였고, 또 갑작스러운 산소부족이나 예상치 못한 사고도 벌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심리적인 부분이었다. 밀폐된 공간 속에서 그런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우울증이 찾아왔고, 신경 쇠약 등의 문제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인간은 역시 적응력이 뛰어난 것 같다. 맛없는 음식 재료들을 이용해 별미를 만들기도 했고, -그래봐야 바나나 구이 정도였지만- 일요일에는 고기 파티를 열기도 했다. 때때로 연극을 하기도 했고 연주도 했다. 참가자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이색적인 파티를 열어 신나는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그렇기 예정된, 계획된 시간이 흘러 그들은 바이오스피어2에서 바이오스피어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를 저자는 바이오스피어에 새로이 태어났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그들이 대견하기도 했고 심지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이러다가는 곧 여느 행성에도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2년 동안의 시간 속에서 벌어졌던 산소 부족의 현상에 대한 실마리도 풀려 속이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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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 패션 제국 - 라이프스타일 창조자
레나타 몰로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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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패션의 아이콘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런 그를 소재로 한 책이 나왔으니 당연히 눈길을 끌었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보며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기자이자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레나타 몰로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전기를 <아르마니 패션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쓴 것이다. 브랜드에 대한 것을 빼면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새롭게 느껴졌다. 처음에 그는 자신의 자서전을 쓰자는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서전이 아닌 전기라는 개념으로 써보자는 저자의 권유에 결국 응하게 되었다. 어떤 한 인물의 보지도 못한 과거에 대해 쓰는 일은 정말 막막하고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조르지오와 그의 주변 사람들, 이를테면 가족이나 친구, 업계의 사람들을 동원하여 작업에 착수했다. 그렇게 한 인물의 전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그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는, 그리고 성장과정과 현재를, 수많은 모델들을 담고 있는 사진들이 있어서 보는 즐거움까지 주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몇 십년간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항상 조각 같은 몸을 가지고 있으며, 스타일리스트와 사업가 모두에게 스승이자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는 시대의 흐름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1930년대에 태어나 그는 전쟁을 겪었다. 항상 대피를 준비하며 살아야 했던 다소 암울하고 긴박한 생활이었지만 그의 부모님은 조르지오가 이를 놀이로 여길 수 있게끔 노력하셨다. 책 속에 삽입된 사진 속에서 그의 어머니는 아름다운 자태, 그 자체였다. 어린 시절에 받은 이러한 어머니의 노력에서 영향을 받은 조르지오는 평온함 속에서 자랄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가족을 인터뷰한 것에 따르면 조르지오는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뛰어났고, 감각적이었으며 외모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스타일리스트 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의학도의 길을 걸었다. 패션의 아이콘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의학도였다니, 놀라웠다. 그런 그가 3년 정도를 공부했을 무렵, 해부학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그리고 학교를 그만두고 군에 입대하고 정리할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슬슬 돈을 벌어야할 때, 우연치 않게 하게 된 백화점 일이 결과적으로는 앞으로의 그의 인생을 만들게 되었다. 백화점에서 보조로 일하면서 그는 점점 스타일리스트 쪽으로 기울었다. 디자이너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점들이 촉발제가 되어 그는 현재의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를 만큼 모든 면에서 성장했다. 중간 중간에 나아가는 길에서 전환점을 맞기도 하면서 그는 하나의 브랜드 자체가 되었다. 수많은 상도 받았고 영화 의상도 수없이 많이 제작했다.

  그리고 현재 또 다른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되어 브랜드의 길을 밝히고 있다. 그의 옷장의 문짝만 해도 40여 개가 된다고 하니 그저 탄성이 나올 따름이다. 어느 정도인지 실감조차 나지 않는다.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도 그의 감각은 굽을 줄을 몰랐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에게서는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그는 경쟁심이 강했다고 하는데, 그런 그의 성격이 지금의 ‘완벽한’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만들지 않았을까. 관대하면서도 엄격한 사람. 그의 안에는 그런 이중적인 자아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것마저도 멋있게 느껴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롭고도 창의적인 그의 안목을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를 이렇게 만들어준 그의 어머니께 모든 공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모습으로 항상 그들을 위해 헌신하며 침묵으로써 중요한 교육을 해주신 어머니이기에 말이다. 그의 근본을 바로 어머니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나 자신 그대로 남아있고 싶습니다.

       중요한 사람이 될수록, 단점과 불만을 가진 내 모습 그대로 있기를 원합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 그대로 남아있을 수록 더욱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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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 - 재테크 전문가도 깜짝 놀란 현영의 재테크 비법
현영 지음, 정복기 감수 / 청림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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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현영이 재테크 책을 냈구나!

  언젠가 채널을 돌리다가 경제와 관련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현영이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본 장면은 현영이 서랍에서 꽤 많은 통장을 꺼내 보이던 부분. 무슨 통장이 저렇게 많아?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종종 현영이 연예인 재테크 여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비호감 연예인 1위를 달리던 그녀가 언젠가부터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며 호감 연예인으로 우뚝 섰다. 그러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까? 가수부터 MC까지 모든 연예 방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현영이 재테크 책을 냈다고 하니 당연히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재테크의 여왕 현영과 경제 관련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탄 정복기 PB가 힘을 합쳐 야심차게 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재테크에 대한 비법들만 전하고 있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영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실감이 났고 현영의 말투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현재, 그녀가 재테크의 여왕으로 등극하기까지 영향을 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의 ‘스파르타식’ 경제 습관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용돈이 3만원이었다니 말이 필요 없다. 게다가 차비가 없어 학교를 걸어 다녀도, 문제집 살 돈이 모자라도 그녀의 부모님은 절대 용돈 이외에는 경제적으로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다. 가혹하다면 정말 가혹했던 학창시절이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그런 습관들이 지금의 그녀를, 여유가 있어도 이코노미 클래스를 고집하는 그녀를 만들었으리라.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님은 그녀에게 첫 입학금만을 내주셨다고 한다.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한 현영의 피나는 아르바이트는 그 경력만 봐도 정말 화려하다. 돈가스 가게에서의 서빙을 시작으로, 음식점, 커피숍 아르바이트, 거기다 공장용 정수기를 판매하러 다니기도 하는 등 정말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졸업식이나 입학식 등의 행사 때면 주위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앞에서 꽃 장사를 하기도 했고 비디오 판매로 판매왕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에어로빅 강사에 이르기까지. 정말 가짓수도 다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아 쓴 맛을 보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녀만의 기지로 돈을 벌어나갈 수 있었다. 입학금에 등록금까지, 그리고 용돈까지 넉넉히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 내가 잠깐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현영은 타고난 붙임성과 빠른 눈치로 은행 언니를 단숨에 사로잡아 재테크에 관련된 많은 정보를 쌓았다. 그리고 틈틈이 주식이나 펀드 등의 책을 읽으면서 부족하거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았다. 그녀의 말처럼 역시 모든 것은 독서로 통하는 것 같다. 나이대별로 다른 용도의 저축을 해야 하고 목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지 등 그녀가 실제로 발품을 팔고 책을 뒤져가며 얻어낸 여러 귀한 정보들이 이 책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역시 재테크의 여왕답게 현영은 안 해본 것이 없었다. 펀드, 부동산, 주식, 보험, 저축 등을 말이다. 그녀의 인생을 악바리 같다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돈을 모으는 데에 있어서는 악착같았다. 이 책에는 그녀의 지금까지의 재테크 역사가 기록되어 있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야 한다, 등의 말뿐이 아니라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례를 제시해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책을 마치면서 그녀는 부록을 만들어 직접 재테크 다이어리를 써볼 것을 권하고 있다. 재테크 다이어리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잠깐 잠깐씩 용돈기입장을 썼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한 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한참 나중에 들여다봐도 눈에 쏙 들어올 것 같았다. 나는 그리 저축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사실 용돈을 받으면 어디에 쓸지만 생각하고 저축은 거의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해야 더 맞을 것이다. 예쁜 게 있으면 안사고는 못 배기고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참지 못한다. 그런 안 좋은 버릇부터 고쳐나가야겠다. 현영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재테크에 대한 지식도 쌓았지만, 무엇보다 저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재테크라는 것도 우선은 저축에서 시작되니까 말이다. 앞으로는 돈을 쓰는 데 있어서 좀 더 신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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