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험 - 바이오스피어 2, 2년 20분
제인 포인터 지음, 박범수 옮김 / 알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바이오스피어가 뭔지 몰랐던 채로 이 책의 제목에서 ‘인간 실험 THE HUMAN EXPERIMENT’이란 단어가 눈에 쏙 들어왔다. 뭘 실험했다는 거지? 게다가 책의 두께 또한 굉장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대단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과 두께로 인한 호기심을 가득 안은 채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제인 포스터는 2년 20분 동안의 그 인간 실험에 직접 참여했던 여덟 명 중 한 명이었다. 그 실험이 있은 지 한참 후에 그 때를 회고하며 이 책을 썼다. 바이오스피어2는 일종의 공간이다. 그것도 온전하게 밀봉된. 1991년 9월 26일 이 실험에 참가하기 위해 선발된 여덟 명은 완벽하게 밀봉된 세계, 바이오스피어2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에서 그들은 자급자족하며 살아야 했다. 바이오스피어2,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이 재활용되었고, 어느 것도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었다. 계획된 대로 2년 동안 인간이 그런 세계 속에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인간 실험’이었다. 바이오스피어는 바이오스피어를 제외한 땅, 그러니까 지구를 일컫는다. 그러니까 그들의 공간은 바이오스피어2가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지구라고 볼 수도 있다. 이 공간을 만들어 실험을 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노력과 무시하지 못할 만큼의 시간이 들었다. 보다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실험이었기 때문에 찬반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디스커버리 매거진>은 찬성하는 대표적인 신문이었는데, “바이오스피어2는 케네디 대통령이 우리 인류를 달을 향해 발을 내딛도록 만들었던 이래로 가장 흥미진진한 과학 프로젝트다.”라고 그들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기자들의 특종거리가 되었고, 끊임없는 루머가 나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스피어2는 계획한 대로 준비가 되어갔고 드디어 디데이가 되자 계획은 실험으로 옮겨졌다. 참여하게 된 사람들은 얼마 기간 정도의 시물레이션 후에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했다.

  바이오스피어2의 면적은 1275ha고, 그 안에는 다섯 가지의 야생 생물군계를 만들었다. 열대 우림 생물군계, 사바나 생물군계, 사막 생물군계, 습지 생물군계. 대양 생물군계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 외에 인간 거주구역과 집약 농업구역이 조성되어 있었다. 약 3800여 종의 동식물도 그 안에 심어지고 배치되었다. 전 세계를 1275ha로 집약해 놓은 공간이었다.

  정말 이런 공간에서 2년을 지낼 수 있을까? 물론 그 결과는 서문에서 저자가 미리 밝혀놓았기 때문에 성공리에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처음 접해본 이야기였고, 이런 이야기는 보통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서만 만나보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알면서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저자는 책 속에서 그 시간들을, 그리고 그 속에서의 생활을 일지처럼은 아니지만 꽤 비슷하게 기록해 놓았다. 꽤 실감나게 말이다. 그 속에서의 생활은 몹시 흥미로웠지만, 나더러 해보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 그들은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해서 아침 식사 전까지 각자 맡은 일을 한다. 가축들에 사료를 주거나 우리를 청소하고, 장치를 점검하거나 회의 등을 준비한다. 그리고 먹는 아침은 정말 꿀맛 같겠지. 그러나 생각만큼 꿀맛 나는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자급자족하여 얻은 것들로 아침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하루하루 정해져 있는 칼로리를 섭취해야만 했으니, 할 수 있는 요리에는 제한이 있었고 요리 또한 그들이 직접 해야 했기에 생각만큼 좋은 맛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이 원래 먹던 음식들은 모두 고칼로리 음식으로써, 높은 콜레스테롤 음식이 많았고 지방도 많이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이오스피어2 안에서는 모든 게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되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를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나도 배가 고프면 괜히 짜증이 나고 신경질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생활을 2년이나 해야 했으니 그들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점점 힘이 빠져가고 지쳐갔다. 음악 공연을 하기로 했던 것이나 연극 수업 등은 빼먹기 일쑤였고, 또 갑작스러운 산소부족이나 예상치 못한 사고도 벌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심리적인 부분이었다. 밀폐된 공간 속에서 그런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우울증이 찾아왔고, 신경 쇠약 등의 문제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인간은 역시 적응력이 뛰어난 것 같다. 맛없는 음식 재료들을 이용해 별미를 만들기도 했고, -그래봐야 바나나 구이 정도였지만- 일요일에는 고기 파티를 열기도 했다. 때때로 연극을 하기도 했고 연주도 했다. 참가자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이색적인 파티를 열어 신나는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그렇기 예정된, 계획된 시간이 흘러 그들은 바이오스피어2에서 바이오스피어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를 저자는 바이오스피어에 새로이 태어났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그들이 대견하기도 했고 심지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이러다가는 곧 여느 행성에도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2년 동안의 시간 속에서 벌어졌던 산소 부족의 현상에 대한 실마리도 풀려 속이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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