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아이 서커스단의 가슴 벅찬 이야기 -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지혜
구자룡 지음 / 동아일보사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님이 마케팅을?




  조금은 엉뚱한 이야기 같았다. 이 책은 성경 속에서 새로운 마케팅의 원리를 만들어내었다. 성경이 상업적으로까지 이용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런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 책의 이야기는 그려졌다. 망해가는 ‘오드아이 서커스단’이 아리카 시에서 기적과도 같은 변화를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하고 마케팅에 성공한다. 그러고는 최고로 꼽힐 만한 ‘오드아이 매직 서커스단’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새로운 마케팅의 근본적인 원리를 배울 수 있었다. ‘하나님 마케팅’이라는 이름을 빌어서 말이다.




  하나님 마케팅에는 크게 다섯 가지의 비밀이 있다.

  첫째, 장로(오피니언 리더)들을 선발하라. 그들이 곧 미디어다.

  둘째,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발견하라.

  셋째, 기도를 지혜롭게 들어라.

  넷째, 교회를 세워라. 교회는 커뮤니티다.

  다섯째, 성경을 확산시켜라.


  성경 민수기를 통해 보면, 하나님이 오피니언 리더들을 통해 말씀을 전달하셨다고 나와 있다. 저자는 텔레비전 등의 매체를 통한 전달력보다 소위 ‘입소문’이라고 하는 것의 힘들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였고 이것을 하나님 마케팅의 제 1법칙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빌립보서에는 신과 인간과의 거리와 차이를 좁히기 위해 예수님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음이 드러나 있다. 이는 판매자가 오직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구매자를 찾아 현명하게 홍보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기도를 지혜롭게 들어야 한다는 말은 판매자들이 구매자들의 목소리에 성심성의껏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구매자들의 이야기를 반영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중요한 마케팅 원칙이다. 저자는 하나님 마케팅의 5가지 원칙 중에서 교회를 세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여기에서 교회는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마케팅에서 커뮤니티는 구매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여 서로를 소통시키는 한편, 판매자들에게는 효율적으로 홍보를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 성경을 확산시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성경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널리 확산되었듯이, 판매자들 역시 구매자들에게 그들을 기억시킬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고 유통시켜야 함을 말한다.




  실제로 하나님 마케팅을 통해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오피니언 리더를 활용한 폭스 게임기의 신제품 마케팅, 자발적 확산을 시켜줄 동료를 찾아낸 AIDS STOP 캠페인,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웹사이트인 델 컴퓨터의 아이디어 스톰, 커뮤니티를 통해 성공을 거둔 마이 스페이스의 ‘시크릿 쇼’, 동영상을 통해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믹서기 제조회사 블렌드텍, 이렇게 다섯 개의 기업이 책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실려 있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마케팅을 키워드로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하나님 마케팅이 뭘 말하는 건지가 궁금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던 거였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나처럼 마케팅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읽어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한 편의 우화 같은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고, 꼭 마케팅이라는 틀 속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소통과 공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인이 되는 절차
이남희 지음 / 텐에이엠(10AM)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주위에서 학교만 둘러봐도 아직 미혼인 노처녀 교수님들이 많다. 솔직히 ‘소름끼치게’ 예쁘지는 않으시더라도 ‘만약 내가 남자라면,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들만큼 미와 지성을 갖추신 분들이다. 그런데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으셨다. 한 교수님께서 신세한탄을 하듯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 자신이 지적으로 너무 완벽하여(?) 남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고. 남자라는 동물은 늘 여자보다 우위에 있고 싶어 한다고. 그래서 아직 짝을 만나지 못했다고. 어떻게 보면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학교를 떠나서 생각해봐도 은근히 미혼인 여성들이 많고, 또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그 중에는 연예인 뺨치는 미모를 갖춘 사람들도 많은데 말이다.




  왜지? 그 많은 남자들은 모두 자기 짝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 거지? 하는 궁금증을 낳으며 이 책은 시작한다. 실용소설이라는 장르 아래에서. 이 책의 저자 이남희는 가정법률상담소 등에서 싱글 여성의 인간관계를 주제로 한 강좌를 열기도 했고, 실제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솔직히 누구나 연애를 하기 전에는 연인이 생기면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는 이론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봤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실전’ 연애에 빠져들게 되면 그런 이론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팽개치고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랑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니까.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생각에 전적으로 반대하고 나온다. 진정으로 지속되는 연애를 하고 싶다면 마음뿐만 아니라, 머리도 똑똑하게 굴려야 한다고 말이다. 마음만으로 연애를 지속하는 것에는 실로 한계가 있다면서 말이다.




  <연인이 되는 절차>의 주인공들은 결혼한 은하만 제외하면, 주위에 흔히 있을 법한 인물들인 미혼 여성들이다. 그녀들은 스스로를 미혼이 아닌 ‘비혼’으로 부른다. 화장실에서 자신을 두고 왜 여태 결혼을 안 하는 거냐며 쑥덕대는 소리에 충격을 받은 것을 계기로 그녀들은 이전과는 다른 조금 더 진지한 자세로 결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아니 연애에 대해 생각한다고 해야 옳을까. 그녀들의 아지트, 강남 가로수 길에 있는 카페 ‘플로르’에서 그녀들은 연애에 대한 열띤 토론과 강의를 주고받는다. 주로 조언을 해주는 쪽은 가장 맏언니 신영이다. 신영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연애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남자를 연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자신을 꾸며야 한다,

       절대 먼저 연락해서는 안 된다,

       약속을 잡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오케이하면 안 된다,

       너무 말을 많이 해서도 안 된다,

       항상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등등.

  그리고 그와 대화를 할 때는

       이야기의 초점을 그에게 맞춘다,

       그가 이야기를 주도하게 만든다,

       그의 말에 집중하고 내용을 잘 기억하도록 한다,

       그의 이야기를 검열하지 않는다,

       비판하거나 비웃지 않는다.

  남자를 칭찬할 때에는

       남자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실컷 떠들게 한다,

       남들 앞에서는 항상 추켜세운다,

       특별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칭찬을 할 때는 항상 최고라는 표현을 쓴다.

  남자를 비판해야 할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비판하지 않는다,

       그의 판단에 도전하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성적인 면은 비판하지 않는다,

       비판을 하더라도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린다.




  아니 이게 웬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법칙들인가. 뭐 이렇게 가려야 할 행동들이 많은 건지. 솔직히 내게는 ‘여자들이여, 평생 남자들 눈치를 보고 살라’, ‘이렇게 내조하며 남자들을 떠받들고 살라.’라는 말로만 들렸다. 너무 여성을 수동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내가 이 책을 실용연애소설로 받아들이기에는 결혼에 급한 나이가 아니거나, 생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영이 말하는 것에도 일리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이런 것들은 꼭 남녀 간에만 지켜야 하는 것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의 관계 속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인 것이다. 책이라는 것은 읽는 사람이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읽게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서 ‘남자’와의 관계를 살짝 ‘타인’이라는 단어로 옮겨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 읽는 데 한결 편안해짐을 느꼈다. 원활한 의사소통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꼭 필요한 법칙들이라고 느끼며, 실용소설이라기 보다는 지침서라고 여기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연인을 만들게 되거나, 좋은 사람들을 주위에 만들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여행 에세이를 좋아한다. 지금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에 간 저자가, 지금은 내가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시진을 찍고, 지금은 내가 경험하거나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실어놓기 때문이다.




  마음을 잠시 놓아두고 훌훌 떠나버릴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고 축복인 것 같다. 실제로 우리는 현실의 끈을 놓지 못해 큰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장기간의 나의 부재는 현실과 동떨어지게 하고, 그것은 곧 불안과 연결되어 버린다. 그래서 마지못해 그 끈을 꼬옥 쥐고는 놓지 못하는 것이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저자 김동영은 그러나 그 끈을 쥔 손에서 힘을 빼었다. 어쩌면 손에서 빠져나간 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해고’라는 막막함이, 좌절이 그를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는 서른에, 더 늦기 전에 한 번은 떠나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미쳤다는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혼자서, 빈털터리 여행길에 오른다.




  어느 정도의 시간만을 염두에 둔 채로 그는 빚을 지면서까지 미국행 비행기 표를 끊는다. 여행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나름대로 여행을 준비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30일이라는 장기간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뚝딱’ 해치웠다. 연고도 없이, 그렇다고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닌데, 가서 뭘 어쩌겠다고 그리 급히 떠나려고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과감한 그의 결심에,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이제부터 그는 오로지 미국에서 산 자동차와만 함께였다.




  저자는 모든 것을 성으로 나누려는 것 같았다. 처음에 그는 모든 것을 ‘그’ 혹은 ‘그녀’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누군가에 대한 얘기인가 싶다가도 읽다보면 그 대명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자동차와 같은 사물에 대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게 때로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글과 함께 책에 삽입되어 있는 사진들도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가끔은 이것 역시 글과는 상관없어 보일 때도 있고 배열에 어떠한 의미도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미국 곳곳을 여행하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엄마뻘 되는 푸근한 할머니, 인정이 넘치는 사람들, 같은 또래의 친구들,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들 등. 때로는 사랑에 빠질 뻔도 하고, 때로는 위험에 빠질 뻔도 하면서 그의 여행은 점점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대로 돌아가는 것에 만족했을까? 그렇지 않으면 그저 한없이 아쉽기만 했을까? 그리고 그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은 것일까?




  여행을 떠나 낯선 곳에 가게 되면, 몸도 마음도 낯설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없던 용기가 생겨나기도 하고, 평소엔 상상도 못해봤던 일들을 주저 없이 해보게 되기도 한다.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러니까 나의 존재감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두려움이, 복받침이, 공포가 밀려들 때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것들을 능가하는 아름다움과 매력과 유혹이 있기에 나는, 그리고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그리고 돌아와서도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도 같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그리고 지금 당장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만들어 주니까 말이다. 꼭 230일 만큼의 장기간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다. 기간에 상관없이, 거리에 상관없이, 나와 시간과 장소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새로운 의미를 던져줄 수 있다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갖고 있는 내 못된 점들 중에 한 가지가 장애인을 못 쳐다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까이 있어도 몹시 껄끄러워 죽을 것 같고, TV에 장애인의 모습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연민을 느껴 못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거북해서 쳐다보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장애인을 보면서 멀쩡한 신체를 갖고 있음에 감사하라’는 말은 적어도 내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냥 그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장애인을 향한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꿈꾸는 토르소맨>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봤을 때도 표지에 버젓이 드러나 있는 뭔가가 부족함에 틀림없는 그의 몸을 보고는 바로 고개를 외면했다. 장애를 딛고 일어났다는 그런 이야기겠지 뭐, 하면서. 그런데 한 인터넷 책 소개 사이트에서 그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아마 그의 모습이 나오는 줄 알았으면 재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재생되는 그런 영상이었다. 소름 돋는 함성소리와 망가진 몸으로 울고 있는 더스틴 카터를 보았다. 그리고 그 짧은 영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토르소맨’ 더스틴 카터는 그렇게 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어주었다. 그의 영상을 찾아다니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당장에 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구입했다.




  책에는 그에 대한 많은 사진들이 실려 있었다. 어렸을 때 찍은 사진 속에서 더스틴 카터는 너무나도 귀엽고 해맑게 웃고 있었고, 그 때는 다른 아이들처럼 팔다리가 모두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수막구균 혈증’이라는 내게는 너무너무 생소한 병에 걸려 순식간에 생사를 넘나들고 팔다리를 잘라야만 하는 가혹한 운명에 처해지고 말았다. ‘좌절’ 말고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어떤 힘으로도, 기도로도 더스틴 카터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더스틴 카터는 ‘카우치 포테이토’가 되어 점점 자신을 스스로의 안에 가두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가 다시 일어났기 때문에, 장애를 극복했기에 이런 책이 나왔으리라는 생각에 희망을 갖고 계속해서 그의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은 아직도 차갑다. 많이 자연스러워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시선이 어색할 것이다. 그런 시선을 더스틴 카터 역시 처음에는 견디지 못했다. 그러나 더스틴 카터는 ‘더스틴 카터’였다. 그의 이름으로 그는 충분히 설명되는 존재였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힐스보로에 이사가면서, 그리고 힐스보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는 제대로 된 전성기를 맞는다. 적응도 잘 해갔고, 무엇보다 개방된 교장 선생님과 친구들 덕분에 더스틴 카터는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흥미를 갖고 있던 ‘레슬링의 세계’는 그를 더 적극적이고, 열심이고, 밝고, 공부도 잘하는 멋진 소년으로 만들어주었다. 레슬링에의, 그리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레슬링을 완전 사랑한다며 말하면서 웃고 있는 그를 보면 나까지 절로 미소를 짓게 했다.




  성장을 멈춘 피부와는 달리 계속 성장하고 있는 뼈 때문에 그는 수십 번의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아야 했고, 자랑스럽게도 그는 그 수술을 이겨내고 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수술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 웃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으로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더스틴 카터는 자신의 신체가 ‘조금은’ 남다른 것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더 잘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못하는 것이란 없다, 아직까지는. 단지 조금 시간이 걸릴 때도 있지만 그런 것은 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더스틴 카터는 수많은 사람들의 롤 모델이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 슬픔에 잠긴 사람들 모두에게 그는 희망의 빛이 되어 주었다. 팔다리가 성한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가슴 뭉클한 박수를 받아 봤을까. 더스틴 카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대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라고 한다. 레슬링에 대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종종 그의 근황을 검색해보게 될 것 같다.  




  아직도 꿈이 고프다고 말하는 더스틴 카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우울의 끝을 본 것 같다. 괴이한 트라우마와 흐릿한 기억, 정체모를 욕구와 욕망, 이따금 미친 듯이 찾아오는 불안과 공포, 불현듯 솟구치는 무엇을 향하는 건지도 모를 분노와 화. 바로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의 주인공 ‘나’가 갖고 있는 우울함을 이끌어내는 것들이다. 죽은 여자와 한 남자, 그리고 어린 나의 모습, 바로 이 기억은 정말 음산하게 ‘나’의 머릿속을 잠식해 들어갔다.




  ‘나’의 직업은 교도관이다. 상관에게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듣고 인정받는 교도관 말이다. ‘나’는 어린 시절 고아원 문 앞에 버려졌었고, 그 후로도 한 번 더 버려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곳에서 한 때의 연인 게이코를 만났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친구 마시타를 만났다. 마시타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했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마시타는 ‘나’와 비슷했다. 자꾸만 마시타가 ‘나’에게 그런 사실을 주장해서 어쩌면 그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속은 온통 혼란으로 뒤덮인 채 겉으로는 지극히 평온한 모습을 하고 있는 ‘나’는 착실한 교도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소년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법한 사형수가 들어온다. 거센 여론으로 인해 사형을 선고받은 야마이, 상관과의 사형제도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나’는 생각에 잠긴다. 야마이를 보면서 ‘나’는 그가 동생 같고 이미 잃어버린 마시타 같고 어떤 면에서는 자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도 같은 고아였기에.




  ‘나’는 줄곧 고아원 원장님을 떠올린다. 너무 뛰어다니는 바람에 새로 받은 지 얼마 안 된 운동화가 헤져도 화를 내지 않으시던 원장님. 그러면서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인생에 대해서 모든 것에 가까울 만큼 많은 것을 알려주신 원장님이었다. 하마터면 자신도 야마이와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태어난 사실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세상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들, 좋은 것들이 많음을 보여주신 원장님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로, 적어도 겉으로는 반듯한 그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도 야마이에게 그런 인생의 선배가 되고자 한다. 자신에 대해 아무런 가치도 느끼지 못하는, 버러지만도 못한, 어떤 존재하는 것쯤으로 스스로를 정의내리는 야마이의 마음에 조금은 온기가 피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해 ‘나’는 적극적으로 야마이에게 다가간다. 그러고서 얼마 후 야마이로부터 받은 한 통의 편지가 내 마음까지 적셨다.




  “나에게는 형제가 없지만 당신이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만 하는 말입니다.”




  조금은 극적이기도 하고, 조금은 무시무시하기도 한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차분하고 차분하게 그려진다. 그래서인지 더 음산하고 우울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모두가 다 괴물처럼만 여겨졌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살아야 할 목적이 있다. 세상에는 처음부터 착한 사람도, 처음부터 나쁜 사람도 없다. 모두가 다 소중한 존재이고 모두에게는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들을 이 책은 너무나 우울하게 소리치는 것 같아서 정말 우울한 마음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래도 너하고 나는, 뭐랄까.

       언제나 한 편이 되어주기로 하는 건 어때?

       그 때 화가 나 있더라도. 전혀 만나지 않더라도.

       이를테면 둘 중 누군가가 저지른 일이 마음에 들지 않고

       용서할 수 없어도 끝까지 한 편이 되어주기로 한다면...

       누군가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살아가기가 쉽거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