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되는 절차
이남희 지음 / 텐에이엠(10AM)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주위에서 학교만 둘러봐도 아직 미혼인 노처녀 교수님들이 많다. 솔직히 ‘소름끼치게’ 예쁘지는 않으시더라도 ‘만약 내가 남자라면,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들만큼 미와 지성을 갖추신 분들이다. 그런데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으셨다. 한 교수님께서 신세한탄을 하듯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 자신이 지적으로 너무 완벽하여(?) 남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고. 남자라는 동물은 늘 여자보다 우위에 있고 싶어 한다고. 그래서 아직 짝을 만나지 못했다고. 어떻게 보면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학교를 떠나서 생각해봐도 은근히 미혼인 여성들이 많고, 또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그 중에는 연예인 뺨치는 미모를 갖춘 사람들도 많은데 말이다.




  왜지? 그 많은 남자들은 모두 자기 짝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 거지? 하는 궁금증을 낳으며 이 책은 시작한다. 실용소설이라는 장르 아래에서. 이 책의 저자 이남희는 가정법률상담소 등에서 싱글 여성의 인간관계를 주제로 한 강좌를 열기도 했고, 실제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솔직히 누구나 연애를 하기 전에는 연인이 생기면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는 이론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봤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실전’ 연애에 빠져들게 되면 그런 이론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팽개치고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랑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니까.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생각에 전적으로 반대하고 나온다. 진정으로 지속되는 연애를 하고 싶다면 마음뿐만 아니라, 머리도 똑똑하게 굴려야 한다고 말이다. 마음만으로 연애를 지속하는 것에는 실로 한계가 있다면서 말이다.




  <연인이 되는 절차>의 주인공들은 결혼한 은하만 제외하면, 주위에 흔히 있을 법한 인물들인 미혼 여성들이다. 그녀들은 스스로를 미혼이 아닌 ‘비혼’으로 부른다. 화장실에서 자신을 두고 왜 여태 결혼을 안 하는 거냐며 쑥덕대는 소리에 충격을 받은 것을 계기로 그녀들은 이전과는 다른 조금 더 진지한 자세로 결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아니 연애에 대해 생각한다고 해야 옳을까. 그녀들의 아지트, 강남 가로수 길에 있는 카페 ‘플로르’에서 그녀들은 연애에 대한 열띤 토론과 강의를 주고받는다. 주로 조언을 해주는 쪽은 가장 맏언니 신영이다. 신영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연애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남자를 연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자신을 꾸며야 한다,

       절대 먼저 연락해서는 안 된다,

       약속을 잡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오케이하면 안 된다,

       너무 말을 많이 해서도 안 된다,

       항상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등등.

  그리고 그와 대화를 할 때는

       이야기의 초점을 그에게 맞춘다,

       그가 이야기를 주도하게 만든다,

       그의 말에 집중하고 내용을 잘 기억하도록 한다,

       그의 이야기를 검열하지 않는다,

       비판하거나 비웃지 않는다.

  남자를 칭찬할 때에는

       남자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실컷 떠들게 한다,

       남들 앞에서는 항상 추켜세운다,

       특별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칭찬을 할 때는 항상 최고라는 표현을 쓴다.

  남자를 비판해야 할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비판하지 않는다,

       그의 판단에 도전하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성적인 면은 비판하지 않는다,

       비판을 하더라도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린다.




  아니 이게 웬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법칙들인가. 뭐 이렇게 가려야 할 행동들이 많은 건지. 솔직히 내게는 ‘여자들이여, 평생 남자들 눈치를 보고 살라’, ‘이렇게 내조하며 남자들을 떠받들고 살라.’라는 말로만 들렸다. 너무 여성을 수동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내가 이 책을 실용연애소설로 받아들이기에는 결혼에 급한 나이가 아니거나, 생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영이 말하는 것에도 일리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이런 것들은 꼭 남녀 간에만 지켜야 하는 것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의 관계 속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인 것이다. 책이라는 것은 읽는 사람이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읽게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서 ‘남자’와의 관계를 살짝 ‘타인’이라는 단어로 옮겨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 읽는 데 한결 편안해짐을 느꼈다. 원활한 의사소통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꼭 필요한 법칙들이라고 느끼며, 실용소설이라기 보다는 지침서라고 여기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연인을 만들게 되거나, 좋은 사람들을 주위에 만들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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