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갖고 있는 내 못된 점들 중에 한 가지가 장애인을 못 쳐다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까이 있어도 몹시 껄끄러워 죽을 것 같고, TV에 장애인의 모습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연민을 느껴 못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거북해서 쳐다보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장애인을 보면서 멀쩡한 신체를 갖고 있음에 감사하라’는 말은 적어도 내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냥 그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장애인을 향한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꿈꾸는 토르소맨>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봤을 때도 표지에 버젓이 드러나 있는 뭔가가 부족함에 틀림없는 그의 몸을 보고는 바로 고개를 외면했다. 장애를 딛고 일어났다는 그런 이야기겠지 뭐, 하면서. 그런데 한 인터넷 책 소개 사이트에서 그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아마 그의 모습이 나오는 줄 알았으면 재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재생되는 그런 영상이었다. 소름 돋는 함성소리와 망가진 몸으로 울고 있는 더스틴 카터를 보았다. 그리고 그 짧은 영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토르소맨’ 더스틴 카터는 그렇게 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어주었다. 그의 영상을 찾아다니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당장에 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구입했다.




  책에는 그에 대한 많은 사진들이 실려 있었다. 어렸을 때 찍은 사진 속에서 더스틴 카터는 너무나도 귀엽고 해맑게 웃고 있었고, 그 때는 다른 아이들처럼 팔다리가 모두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수막구균 혈증’이라는 내게는 너무너무 생소한 병에 걸려 순식간에 생사를 넘나들고 팔다리를 잘라야만 하는 가혹한 운명에 처해지고 말았다. ‘좌절’ 말고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어떤 힘으로도, 기도로도 더스틴 카터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더스틴 카터는 ‘카우치 포테이토’가 되어 점점 자신을 스스로의 안에 가두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가 다시 일어났기 때문에, 장애를 극복했기에 이런 책이 나왔으리라는 생각에 희망을 갖고 계속해서 그의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은 아직도 차갑다. 많이 자연스러워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시선이 어색할 것이다. 그런 시선을 더스틴 카터 역시 처음에는 견디지 못했다. 그러나 더스틴 카터는 ‘더스틴 카터’였다. 그의 이름으로 그는 충분히 설명되는 존재였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힐스보로에 이사가면서, 그리고 힐스보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는 제대로 된 전성기를 맞는다. 적응도 잘 해갔고, 무엇보다 개방된 교장 선생님과 친구들 덕분에 더스틴 카터는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흥미를 갖고 있던 ‘레슬링의 세계’는 그를 더 적극적이고, 열심이고, 밝고, 공부도 잘하는 멋진 소년으로 만들어주었다. 레슬링에의, 그리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레슬링을 완전 사랑한다며 말하면서 웃고 있는 그를 보면 나까지 절로 미소를 짓게 했다.




  성장을 멈춘 피부와는 달리 계속 성장하고 있는 뼈 때문에 그는 수십 번의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아야 했고, 자랑스럽게도 그는 그 수술을 이겨내고 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수술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 웃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으로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더스틴 카터는 자신의 신체가 ‘조금은’ 남다른 것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더 잘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못하는 것이란 없다, 아직까지는. 단지 조금 시간이 걸릴 때도 있지만 그런 것은 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더스틴 카터는 수많은 사람들의 롤 모델이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 슬픔에 잠긴 사람들 모두에게 그는 희망의 빛이 되어 주었다. 팔다리가 성한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가슴 뭉클한 박수를 받아 봤을까. 더스틴 카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대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라고 한다. 레슬링에 대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종종 그의 근황을 검색해보게 될 것 같다.  




  아직도 꿈이 고프다고 말하는 더스틴 카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