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20대 명품 인생을 준비하라
정영순 지음 / 라테르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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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듣기만 해도 혹하는 단어가 아닐까.

 내 나이 한창 이십대. 철이 없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마음껏 돈도 쓰고, 말 그대로 명품도 실컷 사보고 싶은 나이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명품을 두른다고 다 명품인간이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기꺼이 명품 값을 치루면서 자신에게 투자하라고 말한다. 명품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키워드를 10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시 한 번 요약하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오리지널이 되려거든 그만큼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겉모습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영혼에도 투자를 하라는 뜻이었다.

 저자가 한 말 중에서 가장 나를 깨우친 말이 있다. 보통 오래되고 희소가치가 있는 것들은 값이 올라가게 마련이다. 모나리자 그림이 어마어마한 값어치가 있는 이유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도 세상에 하나뿐이지 않은가. 더구나 가만히 있는 모나리자에 비해서 나는 살아 움직이고 그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까지 있으니, 정말 나야말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명품 중의 명품인 것이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저자가 대단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맘만 먹으면 척척 해내니 말이다. 은행원에, 스튜어디스에, 유학에, 학위 따는 것까지, 정말 못해내는 것이 없는 현대판 원더우먼이었다. 그래서 살짝 질투가 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경험들을 얘기하면서 주장에 대한 근거로 삼았다. 그런데, 너무 경험 얘기에 치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인지, 그게 자기자랑처럼 느껴져서인지-충분히 자랑할 만큼의 그녀 인생의 놀라운 ‘업적’이기는 했다-, 약간 저자의 자서전인 듯한 느낌도 들었다. 물론 경험담만을 늘어놓은 것은 아니었다. 명품 인생을 준비하라는 주제 아래, 도자기에도 비유를 해서 설명하고, 빌게이츠나 박지성 등의 일화도 예로 들고 있다. 아프리카의 풍습과 독일 작곡가인 맨델스존의 일화도 소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해나갔다.

 

 이 책을 읽고, 재정적인 조건을 갖춘다고 해서, 그렇게 해서 겉으로만 명품이 된다고 해서 다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적인, 영혼의 명품화를 위해서,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고 바른 언어습관을 기르고, 당찬 마음가짐과 긍정적인 표정을 가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내가 명품 인생을 살기 위한 노력이 결코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항상 그것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몸과 마음이 헤이해질 때마다 꺼내어 되새겨야겠다. 

  당신 안에 엄청난 것이 숨겨져 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알에서 아기 새가 나와 하늘을 나는 큰 새가 되듯이, 
  작은 씨앗이 자라나서 꽃을 피우듯이, 
  당신도 이제 당신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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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초콜릿
황경신 지음, 권신아 그림 / 북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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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하다. 초콜릿.

 제목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느낌만으로 이 책을 골랐다. PAPER라는 잡지에 싣는 글로 유명한 황경신과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를 나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 핑계를 댄다면 나는 만화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면 될까. 그래서 작가와 일러스트의 후광은 뒤로하고 제목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예전에는 책을 읽을 때 프롤로그나 에필로그는 그냥 건너뛰고 ‘본문’에만 충실해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우연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읽은 적이 있는데 책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뒤로는 프롤로그, 에필로그도 절대 빼놓지 않고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 <밀리언달러 초콜릿>은 프롤로그부터 아름답고 달콤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추 초콜릿 두 봉지가 하얀 눈 위로 날리듯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풍경. 그 색색의 초콜릿은 이미 내 마음속에서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예쁜 파스텔 그림으로 그려졌다.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읽는 책의 장르가 동화책이었던 시절, 내 꿈은 아동문학가였다. 내가 읽는 동화책들을 써준 멋진 작가처럼 나도 훌륭한 아동문학가가 되어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늘 줄 모르는 글 솜씨라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어린 시절 꿈은 그렇게 꿈속에 묻어 버리고 말았다. 이 책 <밀리언달러 초콜릿>을 읽고 새삼 그 때가 다시 떠오른 건 왜였을까. 아마도 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동경하고 있던 멋진 ‘글 솜씨’를 드디어 봤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단어 하나하나가 마치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맛이 있었다. 황경신 작가의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고, 시라고도 할 수 있는, 한 편 한 편의 글마다 저마다의 인생과 사랑을 주제로 길고 짧은 글들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읽는 내내 구름 위를 걷고 있었다고 해도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이 책에 푹 빠져들었다.  

 작가의 글 못지않게 내 시선을 사로잡은 일러스트 또한 아름다웠다.



 

 학교 수업에서도 미술 시간을 제일 싫어했을 만큼 나는 미술에도 참 소질이 없다. 그림 잘 그리는 친구를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밀리언달러 초콜릿>은 그러니까 내가 부러워하는 것들로만 가득한 책이었다. 순수함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그림부터 아름다운 글까지 아주 달콤한 초콜릿을 입에 한가득 문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황경신과 권신아의 글과 그림이 담겨 있을 PAPER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랑은 그냥 하는 것입니다. 아시겠어요? 
   믿는 게 아니라, 그냥 나누는 것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가볍게 하늘을 유영하고 있는 구름, 
  그리고 구름을 어우르며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 바람. 
  당신은 이런 사랑을 배운 적이 있나요? 
  아주 오래 전에 시작되었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구름과 바람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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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오은숙 그림 / 별이온(파인트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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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를 위해 책을 써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를 위해 동화를 지어주고, 사람들이 그 책을 읽고 함께 공감하고 재미를 느낀다면. 나는 실제의 앨리스가 아니라서, 어떤 기분인지는 짐작도 못할 테지만,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인 것 같다. 새삼 그 때의 앨리스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부러운 마음을 갖고서 하드커버를 넘겨본다. 그 속에는 보는 순간 마음을 사로잡는 예쁜, 그리고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펼쳐진다. 당장에라도 그 속으로 빠져들고 싶게 만드는 그림들이다.

   

 앨리스는 말하는 토끼를 따라간다. 그곳에서 작은 병에 든 물을 마신 앨리스의 몸은 아주 작아져버린다. 그 뒤에 들어간 작은 정원에서 케이크를 먹고는 다시 어마어마하게 길어진다. 부채질을 하면 다시 작아지기도 하고, 버섯을 먹으니 목이 길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앨리스는 말도 안 되는 신체적 변화를 겪으면서 또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 휘말리면서 모험 아닌 모험을 하게 된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은 기억은 나지만,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았을 거라는 점이다. 솔직히 이번에 다시 접한 앨리스 이야기는 좀 말이 안 된다. 내가 너무 자라버려서 이제는 꼬마 앨리스와 소통이 불가능해진 것일까? 갑자기 우울함이 내 속에서 번져 나오는 것만 같다. 씁쓸한 일이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여러 모험을 통해 신기한 일들을 겪게 되지만, 그것 못지않게 나를 당황시킨 것은 어마어마한 말장난들이었다. 책 속에서 등장한 말장난들 모두가 완벽하게 이해되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영어공부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부분이기도 했다. 만약 이 책을 지금 원서로 읽고 있다면, 나는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어디선가 슬며시 나를 향한 조소가 흐르는 것 같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커가면서도 자꾸 읽게 되는 이유는 뭘까? 동화 속에는 동화 이상의 그 무언가가 들어있는 게 분명하다. 어린이에게는 꿈과 환상을 심어 주지만, 어린이의 알을 깨고 나온 사람들에도 동화는 또 다른 무엇을 쥐어준다. 그것은 동화를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는 순수와 명랑, 그 속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음, 재미있군, 아이들한테 좋은 동화겠어.’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면, 내게는 아무런 감성을 주지 않았던, 그냥 스쳐지나간 책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고서 그 속으로 동화될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동시에, 순수한 마음과 영혼을 바라는 감성을 갖게 된다면 거기에 이 책을 읽은 새로운 의의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는 온전히 표현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도 있지만, 앨리스는 내게 그런 것들을 주었다. 순수를 잃지 않고 사는 내가 되기 위해 언젠가 또 다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야겠다. 


  “길 좀 가르쳐 줄래? 
    여기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 
  “그야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에 달렸지.” 
  “난 어디든 상관없어.” 
  “그럼 네가 가고 싶은 길로 가렴. 
    계속 걷다보면 어딘가에 도착하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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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라이프 (보급판 문고본)
앨리스 카이퍼즈 지음, 신현림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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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잇 라이프>라는 제목만 가지고서는, 자기계발서 정도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읽어야할 책을 태산같이 쌓아두었는데도, 서점에 가는 발길을 끊지는 못했다. 일부러 이 책을 찾은 건 아니었지만, 자그마한 하늘색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안을 떠들어보니, 구성한번 참 독특했다. 그 매력에 빠져 책 한 가득을 채워 사온 종이봉투 속에는 <포스트잇 라이프>도 담아져 있었다.

 그 독특한 구성이라 함은, 포스트잇이라는 말 그대로였다.



 가끔 엄마가 외출할 일이 있을 때면, 냉장고 문 위에다 포스트잇까지는 아니더라도 메모지를 써서 테이프를 붙여놓고 나가시곤 한다. “엄마 누구 아줌마 좀 만나고 올게. 식탁 위에 밥 차려논 거 먹어.”, 혹은 “뭐 시켜먹고 있어. 금방 올게.”하고 말이다. 그런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항상 내가 돌아올 때면 엄마가 반겨주셨기에, 어디 갔다 집에 왔을 때 엄마 대신 메모지가 덩그러니 붙어 있으면 순간 어깨가 축 쳐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 클레어와 엄마는 거의 대부분의 소통을 이 ‘포스트잇’을 통해서 하게 된다. 엄마의 직업이 산부인과 의사다 보니, 아무래도 보통의 엄마들에 비해 많이 바쁠테고, 싱글맘이고, 클레어는 클레어대로 철부지 사춘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둘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에도 번번이 어긋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안타까웠고, 둘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엄마는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클레어는 철부지 십대에서 드디어 벗어나 진정으로 엄마를 위하게 된다. 아니, 엄마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하는 게 좋겠다. 엄마를 위하고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포스트잇에 적힌 글에서 볼 수 있는 클레어의 변화가, 성장이 참 예뻤다. 그 작고 노오란 포스트잇 속에는 클레어와 엄마의 모든 일상이,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좀 더 일찍 엄마의 깊은 사랑을 깨달았더라면, 클레어는 아마 후회를 조금 덜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원제인 『Life On the Refrigerator Door by Alice Kuipers』라는 제목을 그대로 번역해 썼었더라면, <포스트잇 라이프> 만큼의 와 닿음을 느끼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포스트잇으로 주고받는 것에서 느껴지는 엄마와 클레어의 사랑이 정말 따스하게 다가왔다.

 나도 책 속의 클레어처럼 엄마를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게 엄마는 항상 나를 지켜주는 보호막이었고, 내게 모든 걸 해주는 사랑 그 자체였고,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은, ‘엄마’였다. 점점 내가 자랄수록 엄마라는 존재는 예전만큼 커다랗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걸 느낀다. 가끔 한없이 여리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이젠 나도 다 컸다며 내게 속내를 털어놓으실 땐 같은 여자로서 뭔가 공유할 수 있다는 기쁨이 들어 으쓱하기도 했다. 엄마는 여자다. 항상 나를 보호해주려고 애쓰시는 위대한 분이지만, 때론 위로가 필요한 여자다. 이젠 엄마를 좀 더 여자로서 사랑하고 싶다. 

  “나는 좋은 엄마였니?”

  길이 구부러지고 휘어져도 
  우리는 함께 있을 거야. 
  구부러진 인생을 껴안고 
  우리는 기댈 거야. 
  서로에게 
  엄마는 나에게 
  나는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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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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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보고서 지체 없이 고른 책이었다. 그러나 일찌감치 사놓고, 쉽게 첫 페이지를 열 수가 없었다. 팀 보울러라는 작가 이름은 처음이었지만, 『해리포터를 제치고 카네기 메달 수상!』이라는 띠지의 문구만으로도 그 위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판타지 소설류는 원래는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었다. 하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음을 계기로 해서 나는 판타지에 ‘푹’ 빠져버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즐겨 읽는 정도는 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스케일이 크기에 이런 호평을?’하는 생각을 하고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드디어 책장을 넘겼다. 사실, 해리포터 시리즈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이야기 자체는 작았다. 주인공 ‘제스’는 사실 괴물과 싸워서 이겨내지도, 마법을 부려 세상의 영웅으로 떠오르지도, 선을 위해 싸우는 정의의 용사가 되지도 않는다. 제스는 해리포터가 아니었다. 제스는 여느 청소년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소녀일 뿐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 해리포터를 제칠만한 뭔가가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소녀의 조용하면서도 잔잔한 성장이었다. 이 책의 모티프이기도 한,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말이다. 

 

 죽음이라는, 그것도 아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무섭고도 무거운 소재를 이렇게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편안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제스와 할아버지는 단순히 가족의 구성원으로만 연결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남들과는 다른 사랑과 유대의 끈으로 서로를 잇고 있었다. 유달리 수영을 좋아하는 제스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고집이 센 제스의 할아버지.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의 고향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신비의 ‘리버보이’.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겪게 되는 제스의 성장통을 이 책은 조심스럽게, 또 아름답게 만들어나간다.

 제스의 성장 과정 속에서의 고통은 11시간을 수영해야 했던, 신체적인 괴로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심리적인 마음속의 괴로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그 고통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물을 헤엄쳐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듯이, 할아버지와 리버보이로부터 그녀는 슬픔을, 그리고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운다. 그것들을 이겨내는 방법이 아니라, 흐름에 몸을 맡기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이 책이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살을 거스르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함께 흘러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제스는 깨닫게 되었다.

 변화는 그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두려움을 안겨주는 것 같다. 특히나 나는 변화를 많이 두려워하는 편이다. 변함없는 삶에 안주하는 것이 편안하고, 위험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제스보다도 덜 성숙한지도 모르겠다. 아직 나는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의 죽음을 가까이서 겪어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제스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이렇게 의연하게, 그리고 ‘어른스럽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리버보이’를 통해서 그리고 ‘제스’를 통해서 적어도 죽음을 꼭 아픔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모든 걸 흐름이라는 것에 맡길 수 있다면 나도 조금은 편하게, 조금은 의연하게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 

 제스의 ‘리버보이’는 평생 그녀의 마음속에 숨 쉬면서 그녀만의 수호천사가 되어줄 것이다.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동안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모든 강물은 바다로 흐른다. 
  그래도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흘러왔던 그 강물은 결국 
  다시 흘러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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