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라이프 (보급판 문고본)
앨리스 카이퍼즈 지음, 신현림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포스트잇 라이프>라는 제목만 가지고서는, 자기계발서 정도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읽어야할 책을 태산같이 쌓아두었는데도, 서점에 가는 발길을 끊지는 못했다. 일부러 이 책을 찾은 건 아니었지만, 자그마한 하늘색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안을 떠들어보니, 구성한번 참 독특했다. 그 매력에 빠져 책 한 가득을 채워 사온 종이봉투 속에는 <포스트잇 라이프>도 담아져 있었다.

 그 독특한 구성이라 함은, 포스트잇이라는 말 그대로였다.



 가끔 엄마가 외출할 일이 있을 때면, 냉장고 문 위에다 포스트잇까지는 아니더라도 메모지를 써서 테이프를 붙여놓고 나가시곤 한다. “엄마 누구 아줌마 좀 만나고 올게. 식탁 위에 밥 차려논 거 먹어.”, 혹은 “뭐 시켜먹고 있어. 금방 올게.”하고 말이다. 그런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항상 내가 돌아올 때면 엄마가 반겨주셨기에, 어디 갔다 집에 왔을 때 엄마 대신 메모지가 덩그러니 붙어 있으면 순간 어깨가 축 쳐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 클레어와 엄마는 거의 대부분의 소통을 이 ‘포스트잇’을 통해서 하게 된다. 엄마의 직업이 산부인과 의사다 보니, 아무래도 보통의 엄마들에 비해 많이 바쁠테고, 싱글맘이고, 클레어는 클레어대로 철부지 사춘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둘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에도 번번이 어긋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안타까웠고, 둘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엄마는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클레어는 철부지 십대에서 드디어 벗어나 진정으로 엄마를 위하게 된다. 아니, 엄마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하는 게 좋겠다. 엄마를 위하고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포스트잇에 적힌 글에서 볼 수 있는 클레어의 변화가, 성장이 참 예뻤다. 그 작고 노오란 포스트잇 속에는 클레어와 엄마의 모든 일상이,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좀 더 일찍 엄마의 깊은 사랑을 깨달았더라면, 클레어는 아마 후회를 조금 덜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원제인 『Life On the Refrigerator Door by Alice Kuipers』라는 제목을 그대로 번역해 썼었더라면, <포스트잇 라이프> 만큼의 와 닿음을 느끼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포스트잇으로 주고받는 것에서 느껴지는 엄마와 클레어의 사랑이 정말 따스하게 다가왔다.

 나도 책 속의 클레어처럼 엄마를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게 엄마는 항상 나를 지켜주는 보호막이었고, 내게 모든 걸 해주는 사랑 그 자체였고,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은, ‘엄마’였다. 점점 내가 자랄수록 엄마라는 존재는 예전만큼 커다랗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걸 느낀다. 가끔 한없이 여리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이젠 나도 다 컸다며 내게 속내를 털어놓으실 땐 같은 여자로서 뭔가 공유할 수 있다는 기쁨이 들어 으쓱하기도 했다. 엄마는 여자다. 항상 나를 보호해주려고 애쓰시는 위대한 분이지만, 때론 위로가 필요한 여자다. 이젠 엄마를 좀 더 여자로서 사랑하고 싶다. 

  “나는 좋은 엄마였니?”

  길이 구부러지고 휘어져도 
  우리는 함께 있을 거야. 
  구부러진 인생을 껴안고 
  우리는 기댈 거야. 
  서로에게 
  엄마는 나에게 
  나는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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