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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ㅣ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에 속해 있던 시절 대기근으로 심지어 인육을 먹기까지 했던 1930년대, 고양이를 사냥하기 위해 숲으로 동생과 함께 갔던 파벨은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그후 20년 후인 1953년 모스크바에서 한 어린아이의 참혹한 시체가 발견되었다. MGB 요원인 레오는 언제나 그렇듯 '러시아에서 범죄란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구호 아래 모든것은 사고 아니면 반체제인사의 음모로 처리하며 이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부모님과 교사인 아내 그리고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깨끗한 아파트와 그가 입고 있는 제복은 그가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댓가였고, 그는 그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일처리를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공산체제라는 것이 영원한 승자는 없는법이다. 어느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내를 감시하는 일이었고 그 말은 아내가 무죄이던 유죄이던 상관없이 무조건 숙청의 대상자로 지목되었다는 뜻임을 그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내의 무죄를 주장하다 힘없는 곳의 민병대원으로 전출된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어떤 음모가 있었을까? 그가 배치된 곳에서 예전에 자신이 사고로 처리했던것과 같은 어린아이의 끔찍한 시체를 2구 발견하면서 레오는 스스로 범인을 찾기로 결심한다. 민병대 대장인 네스테로브 대장을 설득해서 기차선로를 중심으로 희생자들이 발생한다는걸 알게되고 그들이 취합한 비슷한 소년소녀의 끔찍한 범죄는 모두 44건에 이르게 되는데...
최근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중이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예고편을 보면 원작과 조금은 다른 부분이 있는듯 한데, 어린이의 시체가 주인공 레오가 간곳에서 벌어져 범인으로 몰릴 위험에 처하게 되서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구조인것 같았다. 이 책에서는 사실 결론 부분에 닿을 때 까지 어린이의 시체와 주인공과의 특별한 연관성을 찾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그가 그의 목숨 뿐만 아니라 아내 그리고 부모님의 안전까지 위협하면서 이 사건을 풀려고 하는데 의구심을 갖게 된다.
게다가 공포정치라는 상황은 기차안의 모든 어린이와 어른들이 한 부부를 탈출시키기 위해- 그것도 연쇄살인마를 잡아야 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목숨까지 건다거나, 한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옷과 돈의 지원은 물론 목숨까지 걸며 그들을 탈출시키는데 적극적인 대목은 많이 아쉽기도 하다.
전체적인 줄거리나 사건보다도 공포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힘없는 시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아내 라이사가 전혀 애정없이 결혼했다는 점과 살기 위해 거짓 임신을 고백하던 장면이 더 극적이고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지금 당신처럼 권력이 없어지면 사람들이 당신에게 진실을 말한다는 문제가 생길거야. 당신은 그런 상태에 익숙하지 않겠지, 당신은 당신이 발산하는 공포로 둘러싸인 세계에 살고 있었으니까.'
'우리 관계는 공포를 토대로 만들어진 거야. 당신 관점에서 안 그렇겠지. 당신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으니까, 도대체 내게 무슨 힘이 있어?'
어릴때 자신의 우상이었던 형과 헤어진 후 어머니에게 학대당하던 동생의 형을 찾으려는 삐뚤어진 방법으로 연쇄살인을 하게되는 미스터리적 요소와 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던 1953년의 새대적 배경이 잘 어울릴것 같지 않으면서도 어울리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