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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 누가 왜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갔는가?
주쯔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언제나 하지말라고 하는 일에 대해 왜 하지말라고 할까? 하고 의문을 품게 되면서 더 호기심을 갖게된다. 듣지 말라고 하면 더 듣고 싶고, 보지말라고 하면 더 보고싶고, 읽지 말라고 하면 더 읽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생기는건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저 하지말라고 말로 하는것과 다르게 무엇을 금지 할때는 공포심을 불러 일으킨다. 나 또한 어린시절 '공산'이라는 말 자체를 언급하고 쓰는 행위조차 죄를 짓는건 아닌가 스스로 검열하던 때가 있었다. 마르크스나 레닌이라는 말 조차도 언급하면 안되는 시대를 살아봐서 그런지 '금서'라는 말은 그저 읽지 못하게 하는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공포심을 조장하며 무엇을 못하게 하는 정책이 행해지면 소시민들은 금지된 무엇에 대해서만이 아닌 스스로 훨씬 더 많은 안전 테두리를 만들어서 생각조차 하지 않고 금기시 하게 되면서 정말 여러 방식으로 침해당하고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에는 여러 나라에서 여러 이유로 금지되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 이다. 작가의 생애는 물론 책의 줄거리 그리고 금지된 이유와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있어서 전제계에 '금서'라는 이름으로 올랐던 책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접할수 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때문에 금서가 되었던 책,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금서가 된책, 사상에 대한 통제로 인한 금서, 그리고 아마 아직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은 풍기문란이라는 이유로 금서가 된 책들에 대한 이야기 이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권해주시 책 '시스터 캐리'를 읽고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도 그 책을 읽으면서 캐리라는 인물에 대해 나쁜X 하면서 분개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부도덕한 여인이 부와 명예를 얻으면서도 벌조차 받지 않는 줄거리 때문에 금서로 올랐다고 한다.
아무튼 1930년대 대 공황의 미국과 한 남자의 내리막길 인생, 그리고 밑바닥 인생에서 대배우로 거듭나는 캐리라는 인물에 푹 빠졌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 시어도어 드라이저라는 작가의 책을 접하려고 무진 애를 썼던 기억, 그리고 마침내 이제야 '시스터 캐리'가 문학동네에서 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드라이저의 저서는 번역본이 거의 없는듯 하다. 영화로 만들어저 내용은 알고 있는 '미국의 비극'또한 아주 오래전 나온 - 그나마 이제는 품절된- 도서이고 역시 이책에 소개된 '천재'라는 책은 번역본조차 없다.
정치적인 이유나 사회적 이유로 금지된 이유가 아닌 단지 번역본이 없어 단 한 줄도 읽지 못하는 이런 아이러니도 역시 어떤 의미의 '금서'는 아닐까?
사디즘으로 알려저 있는 '사드'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참으로 흥미롭지만 전혀 읽어보고 싶은 충동은 일지 않았다. 책을 선택하고 읽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고 금기시하고 금서에 넣는 일은 앞으로 영원히 없어져야 할 행위는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