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열림원 세계문학 7
조지 오웰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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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그린 미래는 극단적 전체주의 사회를 그렸다. 소설을 쓴 1948년을 약간 뒤집어 1984년이 제목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조지 오웰이 그린 미래를 한참이나 지나온 그의 미래 사회이지만, 세상은 그의 미래와 어쩌면 닮기도 했다. 빅 브라더의 사진과 감시가 가능한 텔레스크린, 곳곳에 숨겨진 도청장치는 눈에 보이는 감시일 뿐 일반인 속에 숨어있는 사상경찰이나 충성스러운 타인은 더 고도화된 감시 시스템이다.

 

198444, 윈스턴은 몰래 구입한 노트에 펜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실제 전쟁은 하고 있는지, 반체제라는 단체는 있기나 한 건지, 당원으로 현재에 맞춰 과거를 고치는 일을 하는 그가 진실에 대해 궁금해하다 일기에 욕지기라도 써야 할 것 같은 생각에서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당원인 줄리아로부터 사랑해요라는 쪽지를 받으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지만 그들의 밀회는 오래가지 못하고 체포되고 만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조금씩 뭔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 후대에는 세상이 달라질 거라 믿었지만 고문의 고통 앞에서 그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던 먼저 대답할 준비가 되는 무력함을 느낀다.

마음과 함께 육체가 사람의 모습이 아닌 만큼 고통받고, 그의 생각마저 자유로운 의지를 버릴 때쯤에야 그는 풀려난다. 그리고 그는 빅브라더의 사진을 보며 이제는 그를 의심 없이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현재에 맞춰 과거를 고치고 무의식적으로 뉴스를 받아들이는 일은 1984의 시대에만 있는 건 아니다.

똑같은 사건을 경험하고 뉴스를 봐도 각자의 머릿속은 자신이 믿고 있는 데로 각색되고 가짜라고 단정하는 시대를 지금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하고,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1948년에 그린 조지오웰의 이 세계가 지금도 통하는지 시험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섬뜩하게 한다.

 

 

1984에서는 공포와 육체적 고문으로 의지를 무너뜨리지만, 지금은 새말의 원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가짜뉴스를 통해 자유의지로 충성하게 하는 더 고도화된 빅브라더가 존재하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하나의 권력이 전체를 속이는 빅브라더라의 경우를 우리는 경험했고, 헤쳐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각자 다른 종교의 우두머리가 통치하는 세계처럼 맹신자들을 통해, 선동하고, 가짜뉴스를 생산해 내는 조지오웰이 두려워한 그 미래의 2025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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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듣고 싶은 한마디 필사책
김옥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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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 동화, 인문, 자기 계발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써 온 김옥림의 [매일 듣고 싶은 한마디 필사 책]은 삶의 지혜를 길러주는 깨달음의 문장들, 신념과 믿음과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문장들, 이상과 용기를 길러주는 지혜의 문장들, 어휘력과 문해력을 길러주는 사색의 인생 문장들, 나를 깨우고 변화시키는 명시 그리고 명문장들, 사랑과 행복을 전해주는 푸른 서정과 사랑의 문장들 등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분량은 다르지만, 필사로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을 살리는 문장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좋은 책을 읽고 났을 때 꼭 손으로 써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신형철의 산문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부분 필사했고, 이효석의 단편 [메밀꽃 필 무렵] 을 전체 필사했다. 원서로는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아이'의 원작인 [Foster] 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전체 필사한 적이 있다. 필사를 하고 나면 읽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이, 오래 기억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필사는 오래 기억에 남고, 내 생각을 세우는데 임이 되며, 작가의 생각에 동화하고 문심에 닿으며, 어휘력과 표현력, 문해력과 문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이덕무의 예를 들어 필사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설명했는데, 작가들의 창작도 여러 선배들의 좋은 문장을 따라 ‘베껴 씀’으로서 다져진 내공이 바탕인 만큼 필사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5장의 나를 깨우고 변화시키는 명시 그리고 명문장들 이외에는 글귀의 출처가 없어 누가 언제, 어떤 의도와 뜻을 가지고 한 말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비교적 짧은 문장들이라 이해는 쉽고, 명상하듯 차근차근 써 내려가기 좋은 문장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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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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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가을 날 사크라 수도원에서 서원하지 않고도 40년을 지내온 이가 있다. ‘미모는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회상한다.

가난한 집안에 왜소증을 앓고 있는 미켈란젤로 비틸리아니는 미켈란젤로처럼 위대한 조각가가 되고 싶었다. 12살에 삼촌으로 불리는 알베르토에게 맡겨져 석공일을 배우기 시작한 미모는 알베르토의 술주정과 폭력 속에서도 돌을 깨고 생명을 불러 일으키는 작업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이후 피에트라달바로 이주하면서 오리시니 가문의 딸인 비올라를 만나게 된다. 미모와 같은 시기에 태어난 우주적 쌍둥이 미모와 비올라, 전혀 다를 것 같지만, 미모의 신체적 결함처럼 귀족임에도 여자라는 틀에 갇혔던 비올라에게는 사회가 말하는 보호가 억압이고 위협이었다. 마치 날개를 가지고 태어 났지만 쓸 수 없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고통을 비올라에서 본다.

 

전쟁, 파시스트의 진격과 붕괴, 대지진.. 20세기 세계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 속에서 서로 결핍을 안고 우정을 지키며 나름의 자유를 향해 투쟁했던 미모와 비올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의 능력보다 신체적 결함으로 먼저 거부당했던 미모는 투쟁에서 살아남았다. 신체적 결함보다 꿈이 있는 여자에게 더 가혹했던 사회적 제약은 결국 비올라를 실패하게 했는지 모른다.

 

2023년 콩쿠르 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작가 장바스티스 앙드레아는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인물은 살아 있고, 문장은 깊이 있고 수려하다. 작가는 두 인물의 자유를 향한 투쟁은 공포와 테러라는 독재수단에 투쟁하는 이야기이며 인간의 정신이 끝내 승리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파시즘이 판치던 이탈리아가 가능했던 이유, 그건 독재는 시민들의 허락에서 나온다. 라고 했던 작가의 경고를 지금 뼈져리게 실감한다는 사실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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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일기장 - 백문백답으로 읽는 인간 다산과 천주교에 얽힌 속내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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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승원 작가의 [다산]을 읽었다. 천주교로 인해 가족이 멸족의 위기에 놓인 상태에서 언제라도 자신을 엮어 처형할 수도 있는 조성에 대한 두려움은 그를 배교자로 보이게 행동하게 했지만, 그런 만큼 가슴 한 쪽에 있는 천주학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쓸쓸한 학자의 모습을 소설을 통해 보았다. 그래서 궁금했다. 정말 다산 정약용은 어떤 생각으로 그 힘든 유배의 생활을 했을까? 정말 천주학에 대한 미련은 없었을까?

[다산의 일기장]은 오랜 시간 다산 정약용을 연구하고 많은 저서를 남기 인문학자이자 고전학자인 정민 선생이 다산이 직접 남긴 일기 [금정일록], [죽란일기], [규정일기], [함주일록]의 네 권의 내용, 그리고 여기에 역사적 사실 속의 각종 상소문, 척사 기록들을 종합 검토해서 역사적 사실과 일기 속 정황을 교차 검증한 대기록이다.

“이제는 다산과 그의 시대를 더욱 객관적이고 인간적으로 대면할 때가 되었다. 나는 그와 그의 시대를 육성으로 만나고 싶다. 봉폐된 한시대의 뜨거운 질문으로 맞섰던 한 위대한 영혼의 내면을 훑고 지나간 진실과 만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다산 관련 기록의 행간을 서성거린다.”

다산의 일기 4종은 1795 – 1797년에 씌여진 기록으로 충청도 금청찰방으로 좌천된 1795년 후부터 황해도 곡산부사로 취임하기 직전인 1797년까지의 기록이다.

일기라고는 하지만 분량이 각각 다르며 가장 긴 것이 금정일록으로 다산이 33세 때인 1795년 5월 주문모 검거 실패 당시의 금정찰방으로 좌천된 5개월의 시기가 그것이고, 죽란일기는 176 실직 상태인 2개월 분량, 규정일기는 단 2일의 짧은 기록이다. 함주일록은 곡산부사로 밀려나기 직전인 16일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천주교와 관련된 다산의 말과 행동에는 모순적 양가감정이 병존한다. 그는 신앙을 버렸지만 완전히 떠나지 못했고, 임금을 사랑했지만 천주도 사랑했다.”

다산 정약용은 30대 초반일 때 정조와 채제공을 도와 남인의 핵심 참모로 활동할 당시에는 돌격대장에 가까웠다고 한다. 이때 그에게는 정조와 천주라는 공존할 수 없는 두 하늘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이는 신념과 행동 사이의 불일치를 가져왔고, 정치적 입장과 천주교 문제가 맛 물린 상황에서 압박과 보복을 하며 신념과 가치를 지켜가려 한 다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795년 동부승지에 발탁되고 다산이 병조 참의에 제수되며 정조의 화성 행차를 모시며 승승장구하던 때 주문모 신부 사건이 터졌다. 천주 학자들이 잡혀 죽고 다산에 대한 상소가 올라오자 정조는 다산을 좌천시킬 수밖에 없었다.

“다산에게 천주교는 이른바 양날의 검이었다. 다산이 천주교에 등을 돌려 전향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천주교 지도자 검거에 앞장섰어도 아무도 그의 진실성을 믿어주지 않았다. 비방은 점점 커지기만 했고,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 보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럴 수도 없는 처지에 그는 놓였고, 이 때문에 그때그때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알리바이를 마련해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일기는 이 같은 안간힘의 결과라는 점에서 모순의 덩어리이기도 하다. 적어도 이 시기의 다산은 천주와 군주 사이에서 군주의 길을 따르기로 결심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신앙의 불씨가 재처럼 식어버린 것은 아니어서, 끊임없이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일으켰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뒤, 복귀의 꿈마저 완전히 무너진 만년에 그는 다시 천주교로 돌아와 종부성사를 받고서 세상을 떴다.” p518



다산이 유배 갔던 금정역 인근은 채제공과 그의 아들이 나고 자란 곳이라고 한다. 정조와 채제공이 다산을 얼마나 배려했는지 알 수 있다. 다산은 그곳에서 천주교 신자의 우두머리 김복성을 검거하고 천주 교리의 허구를 일깨워 주며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라고 권하기도 했다. 사학의 가르침으로 결혼을 거부한 여성들은 혼인시키고, 선비들을 규합해 성현의 글을 강론하기도 했다. 천주를 사랑했지만 결국 군주를 택했던 다산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충정을 증명했지만 그때마다 천주교는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의 일기는 군주에게 닿기 위해 어떻게든 천주교의 흔적을 지워내려 애쓰던 시절의 기록이어서 만년의 그에게는 어쩌면 부끄러운 기록일 수 있다. 그래서 일기지만 개인적 생각이 없는 건조한 기록이라 더 안타까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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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 - 윤동주 전 시집과 반 고흐 그림 138점
윤동주 글,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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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광복 80주년이면서 윤동주(1917-1945) 시인 서거 80주년이다. 시를 쓰고, 우리글을 사랑했던 청년 윤동주는 일본 유학 중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나라 잃은 국민으로, 자신은 일본 유학의 삶을 살지만 그렇지 못한 가난한 조국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적극적으로 조국의 해방을 위해 목숨 걸고 뛰어드는 젊은 영웅들에 대한 부러움이 그의 시에는 느껴진다.

그 시절 총 칼을 들고 직접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위인들도 있고, 세계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며 글로 동참한 문인들도 있는데, 그 바운더리에 속하지 못했고 그래서 괴로움을 글로 남겼던 시인 윤동주. 그럼에도 윤동주 시인이 아직도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 모두 옳은 일을 알지만 다 버리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개인이고 그런 상태를 시로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나는 그래서 그의 시들 중 특히 ‘자화상’을 좋아한다.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1939년 '자화상'





“텁수루한 머리털 시커먼 얼굴에 눈물 고인 충혈된 눈, 색 잃어 푸르스럼한 입술, 너들너들한 남루, 찢겨진 맨발,

아아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소년들을 삼키었느냐!

[중략]

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었다. 두툼한 지갑, 시계, 손수건... 있을 것은 죄다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 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러릴 뿐이었다.”

-산문 투르게네프의 언덕 중에서


빈센트 반 고흐는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활동하며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붓질로 10년 동안 많은 그림을 남겼다. [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자서전]은 시인 윤동주와 화가 반 고흐, 두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 그들의 감성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활동했지만, 시와 그림을 함께 보면 놀라운 유사성을 보게 된다. 두 사람의 고독과 고뇌가 한 쪽은 시로 한 쪽은 그림으로 영혼의 조화를 이루며 전혀 어색하지 않게 시를 읽고 그림을 감상하게 한다.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두 예술가의 고뇌와 아름다움이 여전히 오늘날에도 유효하고 감동을 준다는 것이 흥미롭다. 두 예술가의 고통을 우리가 알고 두 예술가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여전히 흠모하는 까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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