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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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떠나 본 적은 없지만 지구가 '푸른 물방울'이라고 표현했던 대목은 너무 멋지게 다가온다.
가도 가도 망망대해, 극한의 외로움을 즐길 줄 아는 멋스러운 뱃사람이 떠오르는가 하면, 세상 그 어떤 존재 보다 이해심 깊고 다 받아줄것 같더니 갑자기 형체도 없던 물이 무기가 되어 모든것을 남김 없이 쓸어버릴 정도로 무섭기도 한 존재인 태풍으로 돌변하기도 하는 바다.

'선실과 바다는 양극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맑고 깨끗한 바닷바람이 이목구비를 상쾌하게 한다. 문 열고 들어오면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냄새가 그 네모난 공간에 모여 있었다.' p70
배의 선실 남자들인 뱃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온갓 냄새와 저속한 낙서에 관한 대목은 동물적 외로움의 광기가 보이기도 한다.

바다는 세상 모든것의 모습을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험한 뱃사람의 이미지, 여유로운 낚싯군 또는 광활한 바다의 멋스러운 마도로스, 각시도 없는 새끼로 기억될 어깨 축 처진 늙은 총각들, 또한 어머니와 여인과 가장의 모습을 한 물질하는 해녀..

바닷길로 배를 통해 통과하는 육지는 내가 읽었던 여행서적의 여행과 같지 않았다.

'배는 떠 다니는 조국이다'
'바다는 먹고살게 해준다. 어미다.'.. 등등 멋진말도 많지만
어린시절의 추억과 어른이 된 후의 추억들 중 특히나 성적인 농담이고 원초적이어서 얼굴을 찌뿌릴만도 한데 모두가 경험했고 그리워 하는 옛 추억처럼 마음 넓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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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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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는 일본에서 450년전 시작된 짧은 시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시조의 정형처럼 5.7.5로 정형화된 시이지만, 시조에 비해 한줄로 쓸만큼 아주 짧은 시이다.
그래서 그런지 읽을때 어떤 말들은 설명 필요없이도 멋지게 다가오는 시가 있는가 하면, 무슨 뜻인지 해설을 읽어 본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시들이 대부분이다.





책의 두께만큼 방대한 양의 하이쿠가 실려있는데다 책 제본이 너무나 맘에 쏙들게 되어 있어 한줄 한줄 읽기 좋았다. 게다가 일본문화가 느껴지는 병풍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그림도 좋았다.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 - 잇사
나비 사라지자 내 혼이 나에게로 되돌아 왔다. -와후
다만 있으면 이대로 있을 뿐 눈은 내리고 - 잇사
국화가 나른하다고 말했다 견딜수 없다고 말했다. - 헤키고토

단지 한 줄의 시를 읽는 재미보다 이 시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상태에서 누가 지었는지의 뜻을 알고 나면 더 많이 다가오는 시가 하이쿠인것 같다. 그래도 너무 짧아 내 개인적인 생각은 시라면 적어도 시조정도의 길이는 되어야 '뭔말입니까?'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듯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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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 메이데이
도인종 지음 / 디어센서티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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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서 그는 아동상담을 한 탓인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부모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학 있다. 사회 복지를 공부하고 있는 나로서도 일정 부분 한 개인의 삐뚤어진 가치관은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유년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개인의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신뢰하지는 않는다.

80%의 사람이 일반사람이라면 20%의 사람들이 섬세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개인의 문제가 온전한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믿고 있지만, 섬세한 사람들, 즉 유약하고 나약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한 무리를 틀어지게 만든다는 생각도 하는 편이다. 

흔히들 왕따라는 문제에 있어 왕따를 지속적으로 당하거나 한번의 저항을 할 생각을 못하는 개인에 대해서는 솔직히 답답한 마음이 더 많이 드는 사람으로서 그들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줄 그 누군가가 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선뜻 일지 않게된다.

이 책은 섬세한 사람들이 외치는 구조신호를 소설형식으로 꾸민 에세이에 가깝다. 도데체 뭐가 힘드냐고 배부르고 바쁘지 않아 그런 나약한 생각이나 하고 있다고 꾸짓기 보다 그럴수 있다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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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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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치다 퇴임한 후 한적한 시골에서 마음에 딱 맞는 집을 발견하고, 동갑인 아내와 오붓한 노후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에밀과 쥘리에트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는 전원생활은 맞은편에 살고 있는 이웃집 남자의 방문으로 악몽으로 변한다. 항상 같은 시간에 찾아와 아무 말없이 자신의 안락함을 누리는 이웃집 남자는 거구의 70대가 넘은 남자이고 의사라고 말하지만, 심술궂고 몰상식한 무개념의 이웃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나를 존경했다. 나는 나 자신이 선천적인 권위를 타고났다고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강한 인간이라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다. 다만 나는 교양있는 인간이었을 뿐이었다. 교양있는 이들을 대할 때면 나는 여유에 넘쳤다. 그런데 뻔뻔스러운 인간을 만나기가 무섭게 내 그런 능력은 한계에 이르렀던 것이다. ' p88

이웃집 남자 베르나르댕의 방문에 안절부절 못하고, 그의 침묵과 단답형 대답에 몸둘바를 몰라하는 쪽이 에밀이 되면서 에밀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마침내 한계에 다다른 어느날 그와 아내가 경멸해 마지않는 방법, 즉 교양에 어긋나도록 베르나르댕을 쫓아낸후로도 그의 안절부절한 증상은 가시지 않는다. 이미 베르나르댕은 못된 방법으로 에밀을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같은 시간에 침을 흘리게 만들어 놓았던 것일까?

'처음에 매일 두 시간씩 우리 집에 와서 죽치고 앉아 있었던 그의 태도는, 다른 죄수의 독방을 침입하는 것밖에는 달리 할 일이 없는 가엾은 죄수의 모습이었다. 먹는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면서도 그가 그렇게 폭식을 했던 것은 권태의 절정에 달한 사람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 양태였다. 자기 아내에 대한 그의 가학적 성향역시 감금된 자의 형태였다. ' p216

그들 부부의 강요에 초대된 베르나르댕의 아내의 모습의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수 없을 만큼 그저 살찐 생물체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에밀이 쫓아낸 베르나르댕의 자살시도로 그의 집을 둘러본 순간 에밀 부부는 베르나르댕의 정기적 방문이 그의 유일한 숨통이었음을 알게된다.

이야기는 중반부터 이웃집 남자 베르나르댕의 실체를 보여주며 그의 삶이 죽을수도 없는 영원한 삶을 살아야 하는 벌을 받는 사람인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인간의 모습을 잃어버린 아내와 45년간 살아온 남자, 집안은 쓰레기와 온갖 냄새로 숨쉴수 없을 정도인 상태로 25개의 시계는 집안 곳곳에서 시간을 제촉하는 모습을 하고 살고있었다.

단순한줄 알았던 스토리가 괴기스러운 이야기로 넘어가는듯 하지만, 마침내 한 편의 연극을 본듯한 느낌이 든 까닭은 에밀이 이웃집 남자로 부터 시작된 이 상황으로 인해 사고하고, 분석하고   마침내 자신이 내린 결론에 의해 행한 행위가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철학적으로 고찰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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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진수업 - 사진가 주기중이 알려주는 좋은 사진 찍는 법
주기중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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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접하면 사진의 구조를 비롯해 이론수업과 실기를 할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제목을 한 이책은 아주 잘 쓴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다.

사진 만큼이나 멋진 글귀들이 가득한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이다.
시각예술인 사진을 찍는 행위에서 좋은 사진을 가지려면 사람의 눈을 이겨야 나올수 있다고 필자는 말한다.

'뭔가를 찍기 위해 길을 나서면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평소 무심하게 지나치던 것들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사진에서 '본다'는 것은 '느낀다'는 것입니다. 영감이 '번쩍' 하고 떠오른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바라보기, 마음담기, 빛, 꾸미기, 카메라 다루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카메라 다루기는 맨 마지막에 다루었다. 그만큼 사진을 찍는 행위는 눈과 마음으로 이미 완성된 내가 바라본 그 빛을 기계인 사진기로 담는 행위라고 말하는 것같다.
결국 사진을 찍는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사진의 결과물을 눈으로 먼서 볼줄 아는 상태를 미리 길러야 한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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