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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ㅣ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배를 타고 떠나 본 적은 없지만 지구가 '푸른 물방울'이라고 표현했던 대목은 너무 멋지게 다가온다.
가도 가도 망망대해, 극한의 외로움을 즐길 줄 아는 멋스러운 뱃사람이 떠오르는가 하면, 세상 그 어떤 존재 보다 이해심 깊고 다 받아줄것 같더니 갑자기 형체도 없던 물이 무기가 되어 모든것을 남김 없이 쓸어버릴 정도로 무섭기도 한 존재인 태풍으로 돌변하기도 하는 바다.
'선실과 바다는 양극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맑고 깨끗한 바닷바람이 이목구비를 상쾌하게 한다. 문 열고 들어오면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냄새가 그 네모난 공간에 모여 있었다.' p70
배의 선실 남자들인 뱃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온갓 냄새와 저속한 낙서에 관한 대목은 동물적 외로움의 광기가 보이기도 한다.
바다는 세상 모든것의 모습을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험한 뱃사람의 이미지, 여유로운 낚싯군 또는 광활한 바다의 멋스러운 마도로스, 각시도 없는 새끼로 기억될 어깨 축 처진 늙은 총각들, 또한 어머니와 여인과 가장의 모습을 한 물질하는 해녀..
바닷길로 배를 통해 통과하는 육지는 내가 읽었던 여행서적의 여행과 같지 않았다.
'배는 떠 다니는 조국이다'
'바다는 먹고살게 해준다. 어미다.'.. 등등 멋진말도 많지만
어린시절의 추억과 어른이 된 후의 추억들 중 특히나 성적인 농담이고 원초적이어서 얼굴을 찌뿌릴만도 한데 모두가 경험했고 그리워 하는 옛 추억처럼 마음 넓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