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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기다림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63
나딤 아슬람 지음, 한정아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여운이 오래 남는 책
책을 덮고 난 후까지 여운이 오래 남았다. 끝내 잘 되길 바랬던 카사와 두니아는 슬픈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말해주는 듯하다.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 산악지대의 마을에 70대의 의사 마커스 콜드웰이 살고 있다. 그는 지보적인 아프간 여성과 결혼했으나 탈레반의 만행과 군벌간의 싸움으로 딸마져 잃었다. 이제 그의 손자로 추정되는 청년을 찾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곳에 잠시 머무는 러시아인 라라는 동생을 찾고자 하고, 보석상을 가장한 CIA 요원 데이비드, 아프간 성전훈련을 받은 카사와 여성교육에 몸담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두니아까지 한 집에 모이게 된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책의 종반에 가서 나는 해피앤딩을 꿈꾸던 나의 기대가 헛된것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아직까지는 그들에게 해피앤딩을 바랄수 없는 처지인가 보다.
부족이 얼마나 위대한가는 그 부족의 적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면 알수 있다. |
미국은 공산국가와 탈레반만 아니라면 그 나라를 지배하는 존재가 독제든, 폭정이든지 관심이 없다. 나비 칸과 굴라술, 두 군벌 간의 내란은 마을을 폐허로 만들고, 한 밤중에 사람을 납치하여 살해하고 여자를 강간하고,아이를 죽이는 등 그들의 행위 자체가 법인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굴라술을 지원하는 미국은 엄청난 돈과 물자를 보내주지만 정작 그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만 가고, 정보요원들이 그의 집과 굴라술을 경호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어느 한쪽으로 부터 고통을 당하고 살아온 아이들은 '코란'을 빌려 무조건적인 복수를 하는 지경이다.
자신의 몸에 주저없이 폭탄을 두르는 카사가 어릴때 미군이나 다른 단체로 부터 보호를 받았다면, 순수하고 정렬적일 나이에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일 만이 자신의 일이라고 다짐했을까?
너희가 싸우지 않으면, 그분께서 너희를 엄히 벌하실 것이고, 다른 이를 너희의 자리에 않힐 것이다. |
이책이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더 가중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기독교도 만큼이나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고, 터키, 이란, 방글라데시등 많은 나라들이 한명을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있고,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으로 '코란'을 해석하며, 남에게 절대로 해를 가하지 않아야한다는 것으로 역시 '코란'을 해석하며 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는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를 독자에게 스스로 물어보게 하고 있다. 나는 정말로 그들 모두가 유죄라고 생각한다. 총을 들고 한쪽을 경멸하는 태도는 해결의 방법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서로 경멸하는 분위기가 달아오는 요즘 더 그런생각이 든다. 진보적인 생각으로 단 한명의 유죄를 꼽는 다면 아마도 무기를 여러 각도로 팔아 넘기려는 군산복합체의 나라 미국이라고 해야겠다. ㅠㅠ
여인을 보면 가슴이 떨리고 눈빛만 스쳐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나이에 총을 들고 심한 매질과 모욕으로 단련당하며, 그들의 적이 미국이라고 쇄내 당하는 아프간청년들은 자살폭탄을 행하기 전에 총각으로 죽는 것은 율법에 어긋난다며 여인을 겁탈하게 해준다. 그런 나라에 사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꿈을 꾸고 사랑을 알지,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 처음부터 잘 읽히는 책은 분명 아니지만, 읽다보니 정말로 생각거리와 안타까운 그들의 삶이 오래도록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