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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광해, 왕이 된 남자
이주호.황조윤 지음 / 걷는나무 / 2012년 11월
평점 :
조선은 선비의 나라라고 평가한다고 한다. 흔히 왕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위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개혁을 하려고 하는 군주는 사대(약자가 강자를 섬김)주의에 빠져있고, 당리당략에 눈이먼 조성신료들에 의해 뜻을 이루기 힘들었다.
세종대왕과 정조를 보더라도 왕이 믿고 하고자 하는 일이 백성을 위하는 일일 때는 더욱 그러하였다.
그런 시대의 희생양 가운데 한명이 광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광해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유일하게 왕족으로서 당당히 왜군과 싸워 백성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게 명분을 제시한 인물이었다. 그런 자신을 밀어준 대북파에 의해 왕이 되지만, 자신을 따르는 수수와 서인, 동인(남인, 북인)으로 갈라저 백성의 안위는 뒷전이고 당리당략만 일삼는 다수의 무리에서도 대동법을 실시하고, 유실된 문서를 복구하는등에 힘썼다.
특히나 아래로는 왜, 위로는 명으로 부터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중립외교를 하려했다는 것을 보며 그가 백성을 지키려하는 열망이 얼마나 큰가를 알수 있다.
책으로 넘어가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승정원일기에서 빠진 15일간의 역사를 픽션으로 엮어 광해를 새롭게 인식하게 한 책이다.
서인으로 부터 목숨줄을 지키기 위해 항상 편한하게 밥한번 먹지 못하던 광해는 자신과 똑 닮은 광대 하선을 자신의 대역으로 삼는다.
하선은 며칠 맛난것 먹으며 놀고 있으면 되는줄로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명나라에 간도 쓸개도 다 내어줄것 같은 신료들, 당략에만 빠져 백성은 뒷전인 신료들에게 치를 떨게 된다.
'그깟 사대의 명분이 무엇이오. 대체 무엇이길래 2만명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면서 눈도 깜빡이지 않는 것이오? 조선의 관리라면, 백성들이 부모라 칭하는 왕이라면 그리 해서는 안 됩니다! 살기가 힘들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그렇게 비루하게 살지언정,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대들이 무엇이기에, 사대가 무엇이기에, 귀하디귀한 목숨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오! 과인은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
1641년 7월 1일 유배지 제주도에서 18년간의 유배생활 끝에 숨을 거두는 그 날 까지, 광해는 자신을 다시 궁으로 보내기 위해 일어서서 달려올 자신의 사람들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고려때 부터 이어지던 공녀 40명을 명나라에 진상하는 목록에서 보면서, 얼마전 읽은 '화려한 경계'의 아픔이 다시 되살아 난다. 그놈의 사대, 즉 약자가 강자를 섬긴다는 비굴한 외교는 아직도 이어지는 한국의 모습은 아닌지, 정말로 씁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