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주술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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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악의 3부작이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연작물은 모두 죠슈아 브롤린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는데, 마치 작가 자신의 분신인듯한 이 캐릭터는 해박한 지식에 잘생긴 외모, 때로는 피아노까지 멋지게 연주하는 낭만까지 갖추고 있다.

책 속의 소개란을 보면 '막심 샤탕'은 영화배우까지 꿈꾸는 잘생긴 천재작가이며 열혈팬들을 거느리는 등 그야말로 칭송이 자자하다. 1976년생이면 이제 겨우 30대중반이니 작가로서는 확실히 젊다.

포스 넘치는 제목과 광고문구 덕에 나름 기대를 많이 하였으나,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악의 영혼'부터 싹튼 실망감은 3부작이 끝날때까지도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되기만 할 뿐이었다. 이 작가가 시체부검현장에서 직접 체득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욕넘치게 글을 썼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할 만 하나, 기본적으로 작품의 틀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테크닉이 일류 프로작가들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필요이상으로 감상적인 수식어구들이 많아 속도감을 떨어뜨리고 지루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등장인물들의 스타일이나 성격은 행동과 대사를 통해서도 독자들이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독자의 상상에 맡겨도 될 부분을 굳이 수고스럽게 언급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배경이나 상황, 심리묘사도 간단하게 넘어가도 될 문장을 일일이 비유법을 써서 장황하게 기술하다보니, 페이지만 잔뜩 늘어난 꼴이 되었다.

그리고 작품의 무게중심이 너무 주인공과 여성파트너 위주로 되어있어, 범죄스릴러로서의 호흡 또한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3편의 작품 모두 범인들의 트라우마가 설득력있게 구축되지않아, 범죄의 이유와 목적 등이 불명확하니 공감대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작품전체를 통해 정교하게 배치되어야 할 범인의 심리나 트라우마 등 가장 중요한 사항들이 모두 막판에 급하게 요약하듯이 드러나서 긴장감이 없고 싱겁기까지 하다. 시체의 잔혹한 묘사만 있다해서 스릴러가 되는건 결코 아닌 것이다.

<사족>
1. 몇몇 등장인물을 실제 영화배우와 비교해서 언급하는 것도 자신의 책이 영화화되기를 노골적으로 기대하는 듯해 쓴웃음이 나온다. 프랑스 작가임에도 작품의 무대와 인물들을 모두 미국으로 설정한 것 또한 그의 내재된 야심(책을 통해 영화계로 진출하고싶은)과 무관하진 않을듯 하다.

2. 작가소개란에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와 어깨를 나란히 견준다고 했는데, 정말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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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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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스미스의 데뷔작이자 베스트셀러인 '심플 플랜'은 영화로 이미 오래전에 보았던 작품이다. 워낙 오래전이다보니 세부적인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책으로 다시보아도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책이 월등히 재미있다.

역시 이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좋다. 1인칭시점으로 서술되는 소설은 오랜만에 접하는데, 감정이입이 확실하게 작용해서 몰입감이 대단하다. 소재 자체가 평범한 소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흥미로운 내용이라 더욱 그러한 듯 싶다. 

소설속 등장인물들 중 그 누구도 악인은 없다. 그저 평범한 서민 혹은 약간의 인생낙오자들일 뿐이다. 그들이 뜻하지않았던 돈을 만나게되면서 서서히 변하는 과정은, 혹시 나였더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공감대로 인해 더욱 섬뜩해진다. 후반부로 가면 거의 통제불능상태의 기차를 타고있는 듯한 걷잡을 수 없는 공포와 절망감에 몸서리쳐질 정도다.

이 책은 돈이란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간은 원래 자신들의 그릇이 따로 있는건가... 분에 넘치는 행운이란 역시 존재하지 않는건가...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너무 없어도 괴롭지만, 너무 많아도 괴로운 존재...

<사족> 책이 출간된 후 약 5년뒤에 개봉된 영화는 '이블 데드'시리즈로 촉망받던 샘 레이미 감독이 맡았고, 빌 팩스톤, 빌리 밥 쏜튼, 브리짓 폰다 등이 출연하고 있다. 샘 레이미는 당시 '원초적 본능'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샤론 스톤을 기용한 야심작 '퀵 앤 데드'가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거두는 바람에, 이 영화가 그의 감독생활에서 중요한 고비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있다. 지금이야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최고의 흥행감독이 되었지만 말이다.

이 영화에서 뜻밖에도 주인공의 형 역할을 맡고있는 배우는 한 때 안젤리나 졸리의 남편이었던 성격파배우 '빌리 밥 쏜튼'이다. 책에서의 인물묘사대로라면 그는 형의 친구 루 역으로 딱인데... 영화에서는 형과 형의 친구 이미지가 완전 반대로 캐스팅 되어있으며, 후반부 내용도 많이 각색을 해서 책과는 다른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배우의 지명도에 따른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도 인연이 깊은 '빌 팩스톤'은 정말 주인공의 이미지와 더할 나위없이 잘 맞는 배우인 것 같다. 그의 아내로 나오는 '브리짓 폰다'는 헐리우드 최고의 배우가문을 등에 업고도 그다지 큰 활약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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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메두사 컬렉션 13
그렉 아일즈 지음, 강대은 옮김 / 시작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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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아일즈의 소설 '24시간'은 2000년도 작품이다. 벌써 10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에 뒤늦게 발간되다보니, 작품 자체가 가지고있는 매력이 많이 반감되어 버렸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2002년도에 발표된 '트랩트(Trapped)'라는 영화를 보았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케빈 베이컨의 영화는 웬만하면 챙겨보는 나 역시 이 영화를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읽을 경우, 책읽기의 곤혹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결과를 이미 알고있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책을 읽는 내내 영화배우들의 얼굴이 자꾸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경우 영화보다 원작소설이 훨씬 재미가 있으며, 이 작품 역시 그 범주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작가는 대표작이라 할만한 작품이 이것 하나밖에 없는 것 같은데, 필력이 상당히 좋다. 불필요한 묘사없이 구성이 잘 조절되어있고,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대사들이나 유머코드도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간다. 광고 그대로다. 다만 악당이 좀더 강하게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사족> 영화는 수잔 서랜든 주연의 '하얀궁전', 앤디 가르시아와 맥 라이언 주연의 '남자가 사랑할 때' 등 주로 잔잔한 드라마를 연출한 '루이스 만도키' 감독에 샤를리즈 테론, 케빈 베이컨, 그리고 당시 '아이 앰 샘'으로 아역스타가 된 다코타 패닝이 출연하고 있다. 원작에서는 아버지의 역할이 큰 반면, 영화에서는 역시 배우들의 지명도에 따라 아내와 악당의 비중이 더 높은 편이다. 비교적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액션물의 경험이 적은 감독이 맡아서인지 영화는 아무래도 서스펜스가 좀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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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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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인기를 끌면 자연스레 영화화 되는 사례가 흔해지다보니, 인기작가의 경우 아예 영화를 목적으로 책을 발간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양들의 침묵'으로 책과 영화에서 큰 성공을 거둔 토머스 해리스가 그 속편인 '한니발'을 집필할 당시, 출간도 되기전에 영화사들이 앞다투어 판권 경쟁을 벌인 에피소드는 이런 현상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한니발 라이징'은 한술 더떠서 영화와 책이 동시에 발표되었는데, 이것은 영화를 목적으로 작가가 시나리오와 책을 동시에 집필했다는 증거다. 영화와 다양한 매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흐름상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순수한 소설 자체의 작품성은 오히려 그 질이 떨어지기만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스콧 스미스(Scott Smith)는 오래전 '심플플랜'이란 책으로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었고, 지금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인기를 끌었다. 그 후 이렇다할 활동이 없다가 이 작품 '폐허'가 발표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제목의 영화(루인스,The Ruins)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이 되었다. 궁금해서 조사해 보았더니 이 영화의 시나리오 역시 스콧 스미스였다. 따라서 결론은 분명해진다.

내용은 딱 B급 공포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지를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괴생명체(여기서는 식물)를 만나 사투를 벌인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다. 사람의 마음까지 읽는다는 설정의 괴식물에 대해서는 그 정체에 관한 어떠한 설명도 없고, 주인공들의 탈출을 한사코 막아서는 원주민들에 대한 설명 또한 없다. 그저 밑도끝도 없는 공포를 맞이한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묘사만 있을 뿐이다. 정말 단 몇줄로 요약할 수 있는 아무 내용없는 이야기를 이 만큼의 분량으로 뽑아내는 작가의 필력이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족> 영화는 역시 저예산 공포물답게 배우들도 무명이고, 세트장 역시 조촐한 수준이다. 책에서는 그 무대가 꽤나 넓은 지역이었는데, 영화에서는 피라미드 비슷한 유적지 단 한 곳으로 좁혀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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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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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흡사 한 편의 훌륭한 논문과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를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강대국들이 개발도상국과 약소국들에 대해 요구하는 자유무역은 세계화의 흐름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에도 불구하고 분명 가진자(사마리아인)들의 이기적인 정책에 지나지 않으니, 힘없는 나라들은 각각의 특성에 맞게 수정보완된 보호무역이 필요하다라는 것...

위와 같은 내용을 뒷바침하기위해 저자는 방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한 자유무역의 실패사례와 보호무역의 성공사례를 차례로 나열하고 있다. 따라서 책은 비슷한 내용들을 계속적으로 반복하고있으며, 독자는 저자의 주장에 자연스럽게 세뇌당하게 된다. (물론 나쁜 뜻의 세뇌는 아니다.)

저자는 막연한 주장이나 어중간한 논리를 펴지않고, 철저하게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자료와 정확하게 검증된 데이터만 끈기있게 제시할 뿐이다. 나머지는 결국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세계를 상대로한 정치와 무역은 결코 일반인들이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저자인 장하준 교수가 설사 우리나라의 경제결정권을 가진 장관이 된다해도 책에서 주장한 것처럼 이상적인 정책을 펴기란 사실상 힘들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무조건 강대국들을 색안경끼고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속내에 대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던가. 그래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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