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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바그너 : 트리스탄과 이졸데 [3CD] - DG Originals
Eberhard Waechter 외 노래, Reinhardt Wagner 외 지휘 / DG / 1966년 9월
평점 :
품절
중세 유럽의 전설을 다룬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화도 알게된다. 비록 어릴적 만화영화나 청소년용 문고본 등이 기억의 전부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때문에 같이 죽기위해 마신 약이 결국 사랑의 약으로 밝혀진다는 비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스토리는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바그너의 오페라는 소위 바그네리안으로 불리는 골수팬들이 따로 있을 만큼, 사실상 일반인들이 즐기기가 힘든 장르이다. 흔히 이탈리아로 대표되는 오페라와 달리 '악극'이란 명칭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독일어 특유의 딱딱한 발음도 그렇거니와 서곡 등의 몇몇 유명 관현악곡을 제외하면 곡 전반에 걸쳐 대중적인 멜로디라인이 거의 없는 것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오페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아리아의 경우엔 널리 연주되는 곡이 아예 전무한 실정이다.
푸치니의 서정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나 역시 바그너의 작품은 너무 어렵고 무거워서 그나마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는 음반이 이 트리스탄과 이졸데이다. 1966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발 실황음반으로 저 유명한 볼프강 빈트가센, 브리기트 닐손 등 당대 최고의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들이 총출동하고 있어, 이 한 작품만으로도 바그너의 진면목을 충분히 엿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솔직히 가사도 모르고 무대상황도 모르는 상태에서 곡의 분위기와 느낌만 가지고 4시간이나 되는 작품을 집중해서 감상한다는 것은 문외한으로서 너무나 힘든 여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그너의 서사적인 큰 스케일과 그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무게감은 이탈리아 오페라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또다른 매력이었다.
실황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음질은 상당히 좋은 편인데, 한가지 이상한 것은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음반의 런닝타임에 맞추려고 그 부분을 잘라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역사에 남을만큼 화려한 출연진으로 비추어볼 때, 관중들의 호응도 정말 대단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