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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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추천했다기에 별 생각없이 구매목록에 넣었던 책... 그의 지명도가 이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어차피 출판사에서 댓가와 함께 간단한 추천사 정도 요청한게 전부였겠지만, 광고효과로는 상당히 영리하고 괜찮은 전략을 쓴 것 같다.

 

그런데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당혹감이 밀려왔다. 문고본 판형은 차치하더라도 큼직한 활자와 광활한 여백은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그림까지... 만약 서점에서 잠깐 펼쳐볼 수 있는 기회만 있었더라면 절대로 구매하지 않았을, 내가 가장 기피하는 형태의 책을 선택한 셈이 되어버렸다. 일반적인 제본이라면 백페이지도 채우지 못할 단편소설을 이런 식의 페이지 늘리기신공으로 장편소설처럼 둔갑시키는 출판사의 상술에는 정말 화가 난다.

 

내용은 나쁘지않다. 작가의 내공이 결코 범상한 수준이 아니므로, 색다른 글읽기의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자신이 화자와 같은 사이코패스로 빙의가 된 느낌...

 

하지만 두어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고도 남을 이 책은 분명 단편소설이며, 작가의 실험적 소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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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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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지만 몇가지 이해가 안되는 점들 때문에 원작소설을 구매했다. 그리고 '코맥 매카시'라는 작가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책은 내용을 이미 다 알고있는 관계로 선뜻 손이 안가서 차일피일하다 결국 최근작인 '로드'를 먼저 읽게 되었다. 

'노인을...'의 몇몇 책리뷰를 통해 그의 글에서는 대사를 표시하는 따옴표가 없어서 글읽기가 수월치 않더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있던 터라, 이 책에서도 따옴표가 없는 것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그런데 책을 가만히 읽다보면 따옴표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느끼게된다. 나레이션인지 독백인지 아님 생각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그의 짤막짤막한 대사들은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굉장히 시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앞뒤 설명없이 막연하게 펼쳐지는 배경설정과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디테일해서 활자를 읽고있음에도 마치 영상를 보고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 '노인을...'의 감독이자 각본을 직접 썼던 코엔형제는 원작이 너무나 완벽해서 정작 자신들은 별로 할 것이 없었노라고 소감을 말했다. 단지 책에 있는 대사와 장면들을 그대로 시나리오에 옮겨담기만 했을 뿐이라고 원작자에 대한 깊은 존경을 표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비로소 그들의 말이 결코 인사치레나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게되었다. 책을 덮고나니 딱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 그대로였다.

솔직히 내용은 별 것이 없다. 등장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과 그들이 움직이는 공간에 대한 소름끼치도록 자세한 묘사만이 있을 뿐이다. 현재와 꿈, 그리고 생각과 대사들의 경계가 없이 뒤죽박죽 섞여있다보니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하다. 주인공 남자의 죽은 아내로 짐작되는 여자에 관한 부분에서는 뜬구름잡는 묘사가 많아 역시나 이해가 잘 안된다. 

비록 글쓴이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나에게 있어 이 책은 가슴으로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굳이 거창한 메세지같은 걸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묵직하면서도 묘한 여운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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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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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독특하고 경이로운 소설... 
 
'허삼관 매혈기'란 간단하게 말해 허삼관이란 사람이 피를 팔아서 보낸 삶을 의미한다. 비록 배경은 중국이지만, 개화기 때의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그리 낮설지만은 않은 느낌이었다. 단지 사람의 피가 그 당시 그렇게 값나가는 것이었는지는 확인할 방도가 없지만...

이 소설에는 정말로 눈물과 웃음이 모두 녹아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붙들고 무조건 읽어보라고 강요하고싶을 만큼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첫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도무지 눈을 땔 수 없게 만드는 신비한 흡입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려보기는 실로 오랜만인 것 같다. 마지막 장에 다다를 즈음 걷잡을 수 없는 뭉클함에 나도몰래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았다. 그러한 눈물범벅인 상황에 마지막을 장식하는 허삼관의 대사에는 도리어 어이없는 너털웃음이 터져버렸으니, 그야말로 울다가 웃는 기막힌 상황에서 책을 덮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앞으로 영원히 나의 베스트목록를 차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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