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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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인기를 끌면 자연스레 영화화 되는 사례가 흔해지다보니, 인기작가의 경우 아예 영화를 목적으로 책을 발간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양들의 침묵'으로 책과 영화에서 큰 성공을 거둔 토머스 해리스가 그 속편인 '한니발'을 집필할 당시, 출간도 되기전에 영화사들이 앞다투어 판권 경쟁을 벌인 에피소드는 이런 현상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한니발 라이징'은 한술 더떠서 영화와 책이 동시에 발표되었는데, 이것은 영화를 목적으로 작가가 시나리오와 책을 동시에 집필했다는 증거다. 영화와 다양한 매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흐름상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순수한 소설 자체의 작품성은 오히려 그 질이 떨어지기만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스콧 스미스(Scott Smith)는 오래전 '심플플랜'이란 책으로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었고, 지금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인기를 끌었다. 그 후 이렇다할 활동이 없다가 이 작품 '폐허'가 발표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제목의 영화(루인스,The Ruins)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이 되었다. 궁금해서 조사해 보았더니 이 영화의 시나리오 역시 스콧 스미스였다. 따라서 결론은 분명해진다.

내용은 딱 B급 공포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지를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괴생명체(여기서는 식물)를 만나 사투를 벌인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다. 사람의 마음까지 읽는다는 설정의 괴식물에 대해서는 그 정체에 관한 어떠한 설명도 없고, 주인공들의 탈출을 한사코 막아서는 원주민들에 대한 설명 또한 없다. 그저 밑도끝도 없는 공포를 맞이한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묘사만 있을 뿐이다. 정말 단 몇줄로 요약할 수 있는 아무 내용없는 이야기를 이 만큼의 분량으로 뽑아내는 작가의 필력이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족> 영화는 역시 저예산 공포물답게 배우들도 무명이고, 세트장 역시 조촐한 수준이다. 책에서는 그 무대가 꽤나 넓은 지역이었는데, 영화에서는 피라미드 비슷한 유적지 단 한 곳으로 좁혀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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