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출신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
'켄 폴레트(Ken Follet)'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이며,
최고의 작품 '바늘구멍'...
그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건 '물위의 하룻밤(Night Over Water)'이었다.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이 광고문구만 보고 구입했던 책인데,
상당이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정말 밤을 꼬박 새며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사람의 글쓰는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일부러 찾게된 다음 책은 '사나운 새벽(The Pillars of the Earth)'이었다.
(현재 '대지의 기둥'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어있다.)
번안된 제목만 봐선 레지스탕스가 등장하는 첩보물같은 느낌인데,
예상과 달리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장대한 서사극이었다.
소재에 관한 그의 방대한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며,
도합 4권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이 증명하듯,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그의 최전성기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 발표한 역작이 아닐까 싶다.
(그의 최근작 'World Without End'는 바로 사나운 새벽의 속편이라고 한다.)
이 책은 직접 구입하지는 않았고,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김성종 추리문학관'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여담이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추리소설가 김성종씨가
사재를 털어 건립한 추리문학관이 개관했을 때,
가장 관심갖고 기뻐한 사람 중에 하나였음도 밝히고 싶다.
부산사람 99%가 모르고, 달맞이고개에 사는 사람 역시 90%도 모르는 추리문학관...
초창기에 정말 출근도장 찍다시피 했더랬다.
시간많은 대학시절이었으니 가능했겠지만,
커피한잔 주문하고 희귀한 추리소설들 느긋하게 찾아읽는 재미란
매니아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손님이라곤 거의 나혼자뿐인 경우가 많아서 괜히 눈치를 보며 읽었던 기억도 난다.
언젠가 MBC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히트칠 때였다.
어느날 오후 독서삼매경에 빠져있을 즈음,
갑자기 드라마 주인공이었던 채시라씨와 박상원씨가 김성종 작가에게 인사차 오기도 했었다.
그 추억많던 추리문학관도 자금난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중고등학생들의 독서실로 변질되어버리는 바람에,
서서히 발길을 끊고 말았다.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일이 되었다...
지금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살짝 궁금하기도 하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추리문학관
이 작품 바늘구멍은 1978년작인데,
아마도 1971년 '프레데릭 포사이드(Frederick Forsyth)'가 발표한
'자칼의 날(The Day of the Jackal)'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나 싶다.
자칼의 날은 첩보스릴러소설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전설적인 작품으로,
이후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잭 히긴스'의 75년작 '독수리는 내리다(The Eagle has Landed)',
그리고 '토머스 해리스'의 같은해 데뷔작 '블랙 선데이(Black Sunday)' 역시
그 그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첩보스릴러의 대부 프레데릭 포사이드
비록 독창적인 플롯은 아닐지라도,
바늘구멍은 켄 폴레트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한 매력넘치는 소설이다.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성격파배우 '도널드 서덜랜드(Donald Sutherland)'가 주연을 맡아
흥행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고있다.
1981년작 바늘구멍(Eye of the Needle)
캐나다 출신의 명배우 도날드 서덜랜드는 개성넘치는 외모와 연기로 유명하며,
80세를 바라보는 아직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외모를 보면 바로 짐작하겠지만,
미국 FOX사의 인기드라마 24시의 주인공
잭 바우어 '키퍼 서덜랜드(Kiefer Sutherland)'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도널드 서덜랜드와 키퍼 서덜랜드
바늘구멍 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작품들도 드라마나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는데,
그 중 기억나는게 있다면 오래전 TV 미니시리즈로 방영했던
'레베카의 열쇠(The Key to Rebecca)'이다.
당시 국내 제목은 '카이로 울프'였던가 해서 좀 달랐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데이빗 소울(David Soul)'이 주연을 맡아서 더욱 인상깊었던 영화다.
암살무기로 쓰였던 끝이 2개로 갈라진 특이한 형태의 나이프도 기억에 남는다.
데이빗 소울은 그 시절 국내최고의 인기드라마였던
'스타스키와 허치(Starsky and Hutch)'에서 허치 역을 맡았던 배우이다.
그들의 목소리더빙을 맡았던 성우 배한성, 양지운의 환상콤비는
국내 더빙역사상 전무후무한 레전드급이라 할 수 있으며,
아직까지도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데이빗 소울
냉전시대 이후에 출생한 젊은세대들에게는
케케묵은 2차대전 배경의 그렇고그런 스파이물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한 명작은 언제까지나 명작으로 남는다.
솔직히 요즘 해외 유명 추리스릴러물이라고 출간되는 소설들의 대부분은
10년도 더 지난 왕년의 잊혀진 작품들 슬며시 새로 번역해서 재출간 한다는거
눈여겨보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1950~60년대에 발표되었던 일본추리소설들이
지금 새삼스럽게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요즘 작가들이 소재의 고갈과 아이디어의 빈곤에 정체되어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이러다가 몇년 후엔 '쥬라기 공원'도 초특급 테크노 바이오 스릴러 어쩌고 하면서,
최신 작품인양 재등장 할지도 모르겠다.
켄 폴레트
켄 폴레트는 영국 웨일즈 출신으로 1949년생이다.
아직도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기에 충분한 나이니 만큼,
앞으로도 좋은 작품 계속 발표할 것이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