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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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요 네스뵈

 

안녕하세요?

 

최근 당신의 작품들이 늦게나마 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인 이 곳 한국에 속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저도 '스노우맨'을 통해 당신을 처음 알게 되었고,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당신의 열렬한 팬이 되었답니다.

 

뒤늦게 소개되다보니 안타깝게도 출간되는 작품의 순서가 좀 뒤죽박죽이네요. 가장 최근에 나온 이 '레드브레스트'가 해리 홀레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라면서요? 그래서 대머리인줄 알았던 홀레 형사의 머리가 원래 금발이었다는 것도 새삼스레 알게되는군요.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 내심 높은 기대감으로 살짝 흥분했었다는 점을 미리 밝히고 싶어요. 그만큼 당신은 제게 믿음을 안겨주는 작가랍니다.

 

우리아...
저는 이 책을 거의 다 읽을 즈음에야 비로소 우리아가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보같이... 구약성서에 나오는 우리아와 밧세바의 이야기 말이죠. 고등학생때까지만 하더라도 명색이 교회를 다녔던 사람인데...

 

제 어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칠순을 바라보시는 어머니는 지금도 열렬한 교인이시거든요.
'저, 어머니... 혹시 다윗왕이... 그...'
라고 제가 운을 떼자마자 어머니가 뭐라고 대답하셨는지 아세요?
'우리아?'

 

네, 정말입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저희 모자간에 무슨 텔레파시라도 있는건지... 그래서 저는 다윗왕은 그것때문에 어떤 벌을 받았는지 물어보았고, 어머니는 다윗이 진심으로 회개했기 때문에 하나님께 용서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자식들 때문에 그 후에 많은 고통을 겪었다는 사연도 들려주시더군요. 물론 솔로몬이라는 훌륭한 아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품에는 우리아와 밧세바의 스토리를 2대에 걸쳐 기가막히게 녹여넣었더군요.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의 기본 골격으로 구상한 것이 맞습니까? 제가 정확히 본 건가요?

 

저는 전후세대라 2차대전 당시 북유럽의 상황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래서 초반부에는 곧바로 와닿지않는 부분들이 좀 있었어요. 독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그리고 러시아의 이해관계에 대해서...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는 유추가 가능하도록 해놓았더군요. 확인해보니 당신과 저는 정확히 10살 차이네요. (당신을 형이라 부르면 안되겠죠?) 그러니까 당신도 전후세대인 것은 마찬가지라는 사실... 아마도 아버지 세대의 경험담에서 전시상황의 묘사를 구체화시킨 것이겠죠?

 

비록 이런 조그마한 나라에 살고있는 한낱 존재감없는 독자일 뿐이지만, 저는 책이나 영화, 음악 등의 분야라면 꽤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답니다. 당신도 음악과 영화, 미술 등 예술방면에 조예가 깊은 걸로 보입니다. 책만 읽어봐도 대충 감이 와요. 알죠? 고수는 고수가 알아본다는 거... 이 책에서도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에 대한 에피소드가 잠깐 나오더군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어쨌거나 저는 추리소설이나 범죄스릴러라면 정말로 많이 읽었습니다. 중학생때 이미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작품을 섭렵하고 반다인으로 넘어갔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이 장르의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려본 건 당신의 작품이 처음입니다. 바로 중반쯤에 나오는 '일곱날'이라는 파트...

 

아...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저는 그 일곱날의 페이지를 넘기며 어떻게 인간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화가 끊겼다는 응답메세지를 끝으로 저는 한동안 책을 놓고 멍하니 있었습니다. 가슴 속의 정체모를 뜨거운 기운과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말이죠... 저도 한때 추리작가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신의 글을 보니 진작에 포기하길 잘했다 싶더군요. 만약 제가 프로작가였다면 이 작품을 읽고 아마도 절망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아마데우스를 바라보는 살리에리처럼...

 

당신의 작품들은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예정인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겠죠? 부푼 기대감에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지만, 혹시나 약간의 실망을 하게되더라도 전 당신을 용서할 겁니다. 이 작품으로 당신은 이미 제게 넘치는 보상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먼훗날 베르겐의 아름다운 항구에서 당신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는 제 모습을 부질없이 상상해봅니다...

 

Sincerely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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