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기억 속으로 매드 픽션 클럽
엘리자베스 헤인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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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로가 원해서 만나게 된 한 여자와 한 남자... 하지만 어느 한 쪽의 싸이코패스적 성향 때문에 서서히 벌어지는 피치못할 대결구도와 비극적인 결말...

그다지 놀랍고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예전 헐리우드 영화에서 줄곧 다뤄왔던 단골소재가 아니던가... 별로 고민하지 않아도 줄리아 로버츠의 '적과의 동침', 제이미 리 커티스의 '블루 스틸', 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같은 영화들이 당장에 떠오른다.



여러 영화들 중에서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이너프(Enough,2002)'라는 영화다. 돌변하는 남자의 본성에 대한 설명부족과 황당한 후반부씬 때문에 당시 외면받은 영화였지만, 개인적으로 제니퍼 로페즈를 좋아했던 터라 흥미롭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이 영국에서 실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체감하기 힘들지만, 광고문구가 별다른 과장이 없다면 아마도 복고적인 소재와 분위기가 요즘 시대에는 색다르게 다가왔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적인 도입부에 비해 나머지는 줄곧 예견된 수순을 따라가다 평범하게 마무리짓는 모양새라, 요란한 책소개를 살짝 무색케한다. 한가지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주인공이 겪는 강박장애의 사실적인 묘사다. 풍부한 경험과 자료조사가 뒷바침되었음이 분명한 디테일한 심리묘사는 이 작품의 가치를 높여주는 일등공신이다.

과연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진정한 공포의 대상은 흉기나 무기가 아닌 인간 그 자체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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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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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우아한 제국'에 이어 두번째로 접하는 북유럽 스릴러...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

나는 리뷰를 쓰고서 마지막 별점을 줄 때 상당히 고심을 하는 편이다. 책의 구매가치를 살펴보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지표가 되는지라, 객관성도 고려하여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을만하다거나 괜찮다 정도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경우는 여지없이 별 3개다. 별 1개부터 5개까지 나만의 엄격한 기준을 두었고, 대충 아무렇게나 적당히 마구잡이로 주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내게 별 5개를 받는 작품은 나름의 의미가 있으며, 당연하게도 그 수가 많지 않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영화매니아라면 초반 5분 정도만 봐도 감독의 역량이나 연출수준을 가늠한다. 소설 역시 처음 몇 페이지만 읽어봐도 작가의 필력과 스타일이 대번에 측정되는 법이다. 바둑의 포석 단계에서 정석을 제대로 아는 진짜 고수를 상대하게 되었다는 자각을 하는 순간, 자연스레 자세를 바로잡음과 동시에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짜릿한 긴장감을 맛보게 되는... 요 네스뵈와의 첫만남은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역시나 반전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설마 이 사람이 범인은 아니겠지 하는 영악한 독자들의 반응을 미리 예측한 두세번에 걸친 반전의 물량공세는 스토리를 괜시리 복잡스럽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그러다보니 범인의 범행방법 또한 그 동기에 비해 지나치게 복잡스러워 지는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런 단점들을 덮고도 남을 만큼, 이 작가는 무서울 정도의 집요함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 모든 상황, 모든 대사들이 철저하고 치밀한 계산아래 쓰여졌다. 별 의미없는 행동이라 무심코 흘렸던 주인공 해리 홀레의 수갑채우기 연습이 마지막 장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본 순간, 난 이 네스뵈라는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처럼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의 즐거움... 아마도 앞으로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와 함께 내가 가장 아끼는 작가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사족>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 이후 또한번 스콜세지와 디카프리오 조합으로 이 작품을 영화화하는 모양인데, IMDb 검색결과로는 아직 예정에 없는 듯하다. 190이 넘는 거구의 대머리 형사를 디카프리오가 맡는다니 과연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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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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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이다. 그리고 2011년에 발표된 최근작이다. 생소한 작가임에도 국내에 번역 소개되자마자 한동안 종합 베스트셀러 수위에 올라 구매욕구를 자극했던 책이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엑스텐션'이나 '마터스' 등, 2000년대 이후 프랑스 공포영화들이 얼마나 강렬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도입부는 그런 영화들을 떠올리게 할 만큼 충격적이며, 작가만의 특이한 전개와 서술방식을 보여준다. 크게 3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각각의 챕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데, 다음 장면을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신선한 발상의 스토리전개가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알렉스의 행동을 대부분 현재형 시제로 묘사하고 있는 점은 급박한 상황들이 훨씬 실감나면서도 또한 몽환적으로 다가오는 효과를 주는 것 같다. (처음에는 번역하는 과정에서 시제를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가해서 거슬리기도 했는데, 중반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아무래도 작가가 원래 의도한 방식이라 믿기로 했다.)

하지만 소설이 거의 알렉스라는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끝까지 그녀에 대해 아는게 너무 없다는 점은 석연치가 않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형사의 입을 통해 그녀의 기구한 삶에 대해 겨우 유추를 할 수 있는 정도라, 감정이입이 힘들고 때늦은 감이 있다. 프랑스 영화나 소설들에서 그동안 심심치않게 보아왔던 특유의 허무함이랄까...

몇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스토리구성의 틀을 깨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인간의 상상력이 무궁무진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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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제국
외르겐 브레케 지음, 손화수 옮김 / 뿔(웅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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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비롯하여 장르소설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북유럽이란 화두가 흥미롭다. 나는 나이 40이 넘도록 불행히도 유럽여행은 커녕 해외여행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책과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계명소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기울인 덕분에 스칸디나비아반도, 즉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을 지칭하는 북유럽하면 바이킹, 산타클로스, 아바(ABBA), 핀란디아, 피요르드, 혹은 베르겐의 아름다운 항구 등이 떠오를 정도의 간접적인 지식은 그럭저럭 보유한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그다지 친숙하게 와닿지않는 북유럽이다보니, 책의 광고에서 내세우고있는 여러 수상경력이나 작가의 인기도, 또는 판매량이 어느 정도의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사실 확인할 방법이 쉽지 않다. 결국 직접 읽고 판단할 수 밖에... 

노르웨이 작가가 쓴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 진짜 북유럽 스릴러다. 낯선 지명과 인명들이 비로소 생소한 나라임을 실감하게 만든다.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적당한 무게감과 색다른 소재, 개성있는 캐릭터와 유치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대사들도 만족스럽다.

다만 스토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양피지에 얽힌 범인의 목적과 방법에 관해서는 설명이 좀 부족하다. 범죄스릴러에 있어 사건을 추적하는 주인공 못지않게 범인에 관한 캐릭터 묘사는 대단히 중요하고 치밀해야 한다. 범인이 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는 면에서 충분한 납득이 있어야만 소설 속의 상황에 몰입이 가능한 것이기에, 충동살인같은 목적이나 의도가 필요없는 단순한 싸이코패스라 하더라도 범죄자의 심리에 관한 설득력은 반드시 뒷바침되어야만 한다. 소설속에서도 연쇄살인범이 극히 드물다고 수차례 언급되듯, 북유럽은 복지혜택이나 교육, 국민소득 등, 세계에서 가장 축복받은 나라들이다. 따라서 범죄발생률 또한 지극히 낮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나라를 무대로 하다보니 사실 작위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어느 정도는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언제나 차가운 겨울이 상상되는 북유럽의 서늘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작품은 앞으로 자주 접하게 될 다른 북유럽 스릴러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역할로 나쁘지않은 선택이었다. 특히 주인공인 노르웨이와 미국의 두 형사가 공조수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교감을 이루다가, 애틋한 사랑을 확인하는 마지막 장면은 잔인한 범죄보다 오히려 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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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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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르소설계의 트렌드라면 단연코 북유럽 스릴러일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은 독일작가가 쓴 작품이므로 엄밀히 말해 북유럽권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언어권이란 점에서는 같은 범주에 넣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철지난 그래픽노블까지 닥치는대로 영화화할 정도로 소재고갈에 헤매는 헐리우드가 북유럽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과 맞물려 이제는 거의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이런 흐름을 놓치지않는 우리나라 출판계의 발빠른 대응은 독자로서 어쨌거나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작가나 작품들이 모두 낯설다보니 옥석을 가리기는 그리 쉽지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영화화의 여부나 출판사의 소개란과 광고문구에 의지해 구매여부를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작품은 이렇다할 별다른 이슈를 등에 업지 않았음에도 정말 오랜기간 꾸준하게 베스트셀러 수위에 올라있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한 작은 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마치 패스트푸드 시대에 한적한 곳에서 슬로우푸드를 먹는 느낌을 준다. 이웃의 밥숫가락 갯수까지 알 정도로 작고 폐쇄적인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마을사람들의 의문스런 담합... 어디서 많이 보아왔던 설정이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고전들, 혹은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작가의 필력은 예상외로 뛰어나다. 안정감과 노련함을 두루 갖추고있어 몰입감이 나쁘지않다. 그런데...  그다지 임팩트있는 사건이나 상황도 없고, 기발한 반전도 없다. 책을 덮고나서도 난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인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설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제목과 예쁜 표지디자인 때문에? 이 책의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일은 힘들겠지만, 출판사나 작가 입장에서는 분명 의미있는 작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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