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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제국
외르겐 브레케 지음, 손화수 옮김 / 뿔(웅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영화를 비롯하여 장르소설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북유럽이란 화두가 흥미롭다. 나는 나이 40이 넘도록 불행히도 유럽여행은 커녕 해외여행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책과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계명소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기울인 덕분에 스칸디나비아반도, 즉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을 지칭하는 북유럽하면 바이킹, 산타클로스, 아바(ABBA), 핀란디아, 피요르드, 혹은 베르겐의 아름다운 항구 등이 떠오를 정도의 간접적인 지식은 그럭저럭 보유한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그다지 친숙하게 와닿지않는 북유럽이다보니, 책의 광고에서 내세우고있는 여러 수상경력이나 작가의 인기도, 또는 판매량이 어느 정도의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사실 확인할 방법이 쉽지 않다. 결국 직접 읽고 판단할 수 밖에...
노르웨이 작가가 쓴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 진짜 북유럽 스릴러다. 낯선 지명과 인명들이 비로소 생소한 나라임을 실감하게 만든다.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적당한 무게감과 색다른 소재, 개성있는 캐릭터와 유치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대사들도 만족스럽다.
다만 스토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양피지에 얽힌 범인의 목적과 방법에 관해서는 설명이 좀 부족하다. 범죄스릴러에 있어 사건을 추적하는 주인공 못지않게 범인에 관한 캐릭터 묘사는 대단히 중요하고 치밀해야 한다. 범인이 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는 면에서 충분한 납득이 있어야만 소설 속의 상황에 몰입이 가능한 것이기에, 충동살인같은 목적이나 의도가 필요없는 단순한 싸이코패스라 하더라도 범죄자의 심리에 관한 설득력은 반드시 뒷바침되어야만 한다. 소설속에서도 연쇄살인범이 극히 드물다고 수차례 언급되듯, 북유럽은 복지혜택이나 교육, 국민소득 등, 세계에서 가장 축복받은 나라들이다. 따라서 범죄발생률 또한 지극히 낮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나라를 무대로 하다보니 사실 작위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어느 정도는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언제나 차가운 겨울이 상상되는 북유럽의 서늘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작품은 앞으로 자주 접하게 될 다른 북유럽 스릴러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역할로 나쁘지않은 선택이었다. 특히 주인공인 노르웨이와 미국의 두 형사가 공조수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교감을 이루다가, 애틋한 사랑을 확인하는 마지막 장면은 잔인한 범죄보다 오히려 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