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명문장/제천 행사

항상 5월이면 씨 뿌리기를 마치고 귀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떼를 지어 모여서노래와 춤을 즐기며 술 마시고 노는 데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 춤은 수십 명여 모두 일어나서 뒤를 따라가며 땅을 밟고 구부렸다 치켜들었다 하면서 손과 발로 서로 장단을 맞추는데, 그 가락과 율동은 중국의 탁무와 유사하다.
10월에 농사일을 마친 후에도 이렇게 한다. 귀신을 섬기기 때문에 국에 각각 한 사람씩을 세워서 천신(天神)의 제사를 주관토록 했는데, 이를 천이라 부른다. 또 여러 나라에는 각각 별(別)이 있었는데 이를 소도라고 한다. 그곳에 큰 나무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매달고 귀신을 섬긴다.
- 진수, <삼국지 위서동이전> 중

은력 정원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나라에서 대회를 열어 연일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데, 영고라고 한다. 이때 형옥을 중단하여 죄수를 퓰어줬다.
- 진수, <삼국지 오환선비동이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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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은 우리의 열망을 담고 있다. 인간다움은 서로를 평가하는 기본적 잣대이며, 한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인간다움은 과거를 돌아보며 한 시대를 진단할 때 키워드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야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문명으로 인도한 성품으로, 우리의 자부심을 구성한다.

세상의 변화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결정할 때 인간다움보다 좋은 척도는 없다.

우리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때 얼마만큼이 전통적이고, 얼마만큼이 서양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동서양 문명국의 헌법에서 명시하는 기본권이 비슷한 것을 보더라도,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수렴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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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학문•철학/단군

한민족의 시조로 만주와 한반도에 처음 출현한 청동기 국가 고조선을 세웠다고 일컬어지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민족의 시조 혹은 고조선의 창업자라는 인식은 의외로 뒤늦게 나타난다. 현존하는 기록으로는 고려 후기에 쓰인 <삼국유사》와 《제왕운기》에서 처음 등장한다. 일연이 쓴 《삼국유사》는 각종 신화와 불교사를 수집한 책이기 때문에 단군신화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제왕운기)의 저자 이승휴 중국사와 대등한 관점에서 고려까지의 역사를 구성하고자했기 때문에 좀 더 역사적 관점에서 단군을 조명한다. 무신 정변 이후의 혼란, 특히 몽골의 침략이라는 사회적 대재앙 가운데 쓰인 책들이기 때문에 민족의식을고취하는 데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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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역사의 쓸모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역사의 쓸모>라는 책 제목에서 느낀 것이 역사학은 우리나라의 모든것이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이런 역사에 쓸모라는 말을 논하다니 궁금함이었다.
학창시절부터 내겐 한국사나, 세계사처럼 줄줄이 비엔같이 꿰어야 하는 과목들은 큰 벽이었다. 그래서인자 시험은 의무감으로 무조건 암기를 해야만 했다. ㅎㅎ
그에 따른 당연한 결과가 내 기억에 특별한(?) 역사학은 아니었던걸로.

한국 사람이라면 역사를 알아야 하지 않나 하는 부담감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구입한 책인데 처음 가진 부담은 조금 내려놓고 책을 읽었다.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딱딱하지 않고 거부감없이 끝까지 집중할 수 있도록 독서의 호흡을 이어가게 햐주는 데에는 최태성 선생님만의 노하우라고 감히 말해본다.
이런 역사 선생님이 계신다는 것이 이전에 내가 알던 역사와는 다르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웠다.
단순히 눈 앞의 현실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과거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하고 현재를 살아가는데 팁이 되어주는 역사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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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부터 인생은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내가 가진 게 많으면 남과 비교도 안 하고 자긍심이 생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을 보며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인간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굳게 먹고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비교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인물 중에는 자기중심을 잡고 살기 위해 노력하며 떳떳한 삶을 살아낸 분이 참 많습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살아낸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세부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그 궤적은 같아요. 자기만의 중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던 사람들이거든요.
저는 현대사회에도 여전히 이런 분위기가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돈이 많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일 수는 없어요. 아무리 가진 게 많은 사람이라도 인격이 부족하고 그 사람만의 무언가가 없으면 진정한 인싸가 되지 못합니다. 손에 쥔 것이 없어지면 전부 사라질 인기고 인연인 것이죠.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면 다른 사람으로 인해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내 존재를 긍정하고 내가 하는 일에 자긍심이 생겨요. 그렇게 생겨난 자긍심은 물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긍심과 달리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상처받지 않을 힘이자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맥락이 잡힙니다. 역사에서 인간의 자유는 늘 이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예요. 역사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 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문제란 별로 없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의 움직임도 알고 보면 역사에서 그 문제의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좀 더 폭넓게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죠.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순간, 문제의 핵심을 바라보고 해결하는 원동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또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인류 역사에서,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에서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언제나 존재하는 일입니다. 제각기 다른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할 과정인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 나의 이익, 내 집단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세요. 문제를 제기하세요. 다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과연 옳은지, 역사나 인류의 발전 방향과 맥을 같이하는지는 반드시 짚어봐야 합니다. 역사를 통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도 해야 하고요.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내가 속한 집단의 편에 서는 대신에 말입니다.

나의 뜨거움이 많은 사람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사하는 의미 있는 것이라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향하는 곳으로 힘을 더하는 일이라면 더욱 온도를 높여 뛰어야 하죠. 필요에 따라 더 차가워질 수도 반대로 더 뜨거워질 수도 있도록 의지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저는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고조선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열고 그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리려고 한 거예요. 반만년의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의 대한민국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들에게 조국은 간절한 염원이었습니다.

제국에서 민국으로, 백성에서 시민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냈던 사람들이 일제의 폭압에 항일운동으로 맞섰다면, 우리는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여러 위험에 무엇으로 맞설 수 있을까요?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선거 참여겠죠. 시민의식이 다른 게 아닙니다. 불의에 저항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추구하는 정신, 법과 도덕을 준수하며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태도를 이릅니다. 될 대로 되라고 포기한다면, 권리만 찾고 의무는 나 몰라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도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에게 시민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시민사회가 탄생한 지 100년. 이제 시민으로서 우리의 자세를 돌아볼 시간입니다.

제가 가르치고 공부하는 과목이 역사다 보니 가끔 이런 오해를 받습니다. ‘고지식하고 미련할 것 같다.’ 스스로도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 말해주는 것을 보면 저보다 ‘역사’라는 과목이 주는 편견에서 시작한 오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다른 무엇보다 역사야말로 오늘 내가 잘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나 자신을 공부하고, 나아가 타인을 공부하고, 그보다 더 나아가 세상을 공부하는 일이죠

역사를 공부하고, 나이를 먹으며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저는 제가 사람과 관계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저의 생각이 오만이고 건방이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관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었어요. 어떤 사람과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인지 그날 깨달았습니다. 역사를 공부할수록 그때의 경험이 더 생생해집니다.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의 일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이더라고요. 그의 인생 전체를 봐야 하는 거죠.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서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래서 제가 소홀하게 여겼던 관계가 저를 지켜준 것입니다. 이들이 저를 열정적으로 보호해준 덕분에 다시 강의를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서로 마주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한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던 거죠.
생각해보면 제가 역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역시 면대면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글을 통해, 자료를 통해 만나는 관계입니다.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성장했다고 자부하면서 왜 그때는 온라인 관계를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저 10년 전 이름 모를 수많은 제자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역사는 흔한 오해와 달리 고리타분하거나 미련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시대의 맥을 짚는 데 가장 유용한 무기이자 세상의 희망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죠.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우리는 늘 불안해합니다. 이 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것입니다. 과거보다 현재가 나아졌듯이 미래는 더 밝을 거라고, ‘나’보다 ‘우리’의 힘을 믿으며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면 된다고. 역사를 통해 혼란 속에서도 세상과 사람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다시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건 역사지만 결국은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몇 번 수업을 하고 나니 학생들이 수강 후기도 보내왔습니다. 그때 받았던 수강 후기 중 하나인데 꽤 오래전이라 제 기억을 더듬어 소개해봅니다.
"선생님, 저는 사교육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시골 낙도에 살아요. 저도 대학에 가고 싶어요. 대도시에 사는 아이들처럼 사교육도 받고 싶지만 여러 형편이 안 돼요. 선생님이 도와주세요. 선생님만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머리를 제대로 얻어맞은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텔레비전

에 나왔다고 우쭐대던 제가 얼마나 초라해 보였는지……. 그 학생의 간절한 바람이 지금까지 제가 20년 넘게 무료 강의를 하도록 이끌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나갈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때 ‘내 강의는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듣는 무료 강의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무료 강의로 만들겠다’는 제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게 되었거든요.

그러고 보면 제 인생은 과거 역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현재 그러나 곧 역사가 될 시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말했는데 제 인생 역시 사람을 만나는 과정인가 봅니다. 저를 여기까지 성장시켜주신 저의 모든 ‘사람’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관계를 맺을 여러분과 함께 또 한 번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삶에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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