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연히‘ 왔다. 하지만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뭔가를 간절히 원해서 발견한 것이라면 그건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그의 필사적인 소원이 필연적으로 그곳으로 이끈 것이다.

"아뇨. 그저 듣는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오직 당신의 연주처럼 거침없는 음악, 듣고 있자면 한 사람이 천국과 지옥을 잡아흔든다고 느끼게 해주는 음악만요. 그런 음악을 즐겨 듣는 이유는, 그것이 도덕과 무관해서일 겁니다. 온갖 것들이 다 도덕적이라서, 그렇지 않은 걸 찾고 있거든요. 도덕성이라는 것에 항상 억눌렸달까요. 정확히 표현할 수가 없는데, 그러니까 혹시 당신도 신인 동시에 악마인 하나의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전 그러한 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의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 내게 완전히 새롭거나 놀라운 내용은 드물었다. 그런데도 모든 대화가, 심지어 아주 평범한 이야기들까지도 내 안의 같은 지점을 부드럽게, 그러나 끈질기게 망치질해댔다. 모든 대화가 나의 형성을 도왔다. 허물을 벗고 껍질을 깨뜨리게 도와서, 매번 나는 머리를 조금씩 더 높고더 자유롭게 치켜들었고, 마침내 내 황금빛 새가 아름다운 머리를 산산이 부수어진 세계의 껍질 밖으로 내밀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트레이 키즈 - 정규 3집 ★★★★★ (5-STAR) [커버 3종 중 랜덤발송] - 포토북+포토카드(랜덤 2종)+OOTD 미니 포스터(랜덤 1종)+스티커 세트(2장)+카툰 엽서 스트레이 키즈 - 정규 3집 '★★★★★ (5-STAR)' 1
스트레이 키즈 (Stray Kids) 노래 / JYP 엔터테인먼트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동딸이 좋아하는 가수~~ 앨범 사주니 넘어가심요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다시 한번 황폐한 폐허를 어슬렁대던 시간을 빠져나와 스스로의 힘으로 ‘밝은 세계‘를 재건하려는 노력에 매진했다. 내 안의 어둠과 악을 몰아내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의 ‘밝은 세계‘는 어느 정도 나의 창조물이었다. 더 이상은 어머니 품속이나 책임을 회피하려고 도망치는 도피처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원해서 만든 ‘책임감과 자제력이 필요한 새로운 헌신’의 영역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미안은 평소와 다르게 대단히 흥분했다. 하지만 곧 진정하고 미소를 짓더니 강한 말투를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그의 말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던 나의 소년 시절의 비밀을 정확히 맞췄다. 데미안이 말한 신과 악마, 공인된 신의 세계와 금지된 악마의 세계는 내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두 개의 세계, 밝은 세계와 어둠의 세계에 관한 것 말이다. 내 자신의 문제가 곧 모든 인간의 문제고, 모든 삶과 생각의 근원이 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갑자기 나를 뒤덮었다. 나의 개인적인 삶과 생각이 위대한 사유의 강에 포함되어 있음을 느끼자 나는 두려우면서도 경건한 심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이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고 가벼운 행복감을 주었지만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 통찰에는 가혹하고도 떫은맛이 있었다. 내 유년 시절이 끝났고,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 모습이 진짜 데미안이구나! 나와 같이 걷고 대화하던 데미안은 절반에 불과했어. 가끔나와 호흡을 맞춰서 호응해주는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한 반쪽짜리였던 거야. 진짜 데미안은 이렇게, 태곳적의 생명체처럼, 차가운 대리석처럼, 아름답지만 냉혹한 죽었으나 기막히게 멋진 생명력으로 가득한 존재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시절의 나는 일종의 정신착란 상태였다. 우리 집의 정돈된 평화 가운데서 나는 겁먹고 고통받으며 유령처럼 지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할 수도 없었고, 잠깐이라도 내 자신을 잊고 지내지도 못했다. 아버지는 자주 화를 내며 이유를 물었지만, 나는 차갑게 마음을 닫았다.

내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기도 했다. 내 삶이 엄청난 혼란에 빠져 있었으니까. 얼마 전까지 나는 밝고 깨끗한 세계에 속했다. 나는 일종의 아벨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른 세계‘
로 깊숙이 박혀 들어가, 저 아래로 떨어져 가라앉고 있었다. 나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어떻게 일이 이 지경까지 와버렸을까? 그때 한 가지 기억이 떠올라 숨이 턱 막혔다. 이 불행한 상황이 시작되었던 그 고통의 밤, 나는 한순간 아버지와 그의 ‘빛과 지혜의 세계‘를 단칼에 꿰뚫어 보며 경멸했다. 그래, 그때의 나는 분명 표식을 가진 카인이었는데, 수치심보다 우월감을 느꼈다. 나는 내가 죄를 짓고 불행하기 때문에 아버지보다 선하고 경건한 사람들보다 더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의 내가 이처럼 분명하게 사고했던 건 아니지만, 그속에 이 모든 일이 들어 있었다. 나는 온갖 걱정, 감정의 분출들로 괴로웠지만, 동시에 묘하게 뿌듯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