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나는 일종의 정신착란 상태였다. 우리 집의 정돈된 평화 가운데서 나는 겁먹고 고통받으며 유령처럼 지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할 수도 없었고, 잠깐이라도 내 자신을 잊고 지내지도 못했다. 아버지는 자주 화를 내며 이유를 물었지만, 나는 차갑게 마음을 닫았다.
내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기도 했다. 내 삶이 엄청난 혼란에 빠져 있었으니까. 얼마 전까지 나는 밝고 깨끗한 세계에 속했다. 나는 일종의 아벨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른 세계‘
로 깊숙이 박혀 들어가, 저 아래로 떨어져 가라앉고 있었다. 나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어떻게 일이 이 지경까지 와버렸을까? 그때 한 가지 기억이 떠올라 숨이 턱 막혔다. 이 불행한 상황이 시작되었던 그 고통의 밤, 나는 한순간 아버지와 그의 ‘빛과 지혜의 세계‘를 단칼에 꿰뚫어 보며 경멸했다. 그래, 그때의 나는 분명 표식을 가진 카인이었는데, 수치심보다 우월감을 느꼈다. 나는 내가 죄를 짓고 불행하기 때문에 아버지보다 선하고 경건한 사람들보다 더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의 내가 이처럼 분명하게 사고했던 건 아니지만, 그속에 이 모든 일이 들어 있었다. 나는 온갖 걱정, 감정의 분출들로 괴로웠지만, 동시에 묘하게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