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의 양은 매우 미미하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많은 경우 돈은 무언가를 제대로 할 수 없게까지 만든다. 돈을 어떻게 쓰는가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인간 생각의 작동 원리를 바탕으로 돈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최대의 행복에 이를 수 있다.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과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명확한 구분과 이해가 있을수록 결과는 좋아진다. 이 점을 실제 우리의 삶과 연결하지 않는 것은 결국 생각의 작동 원리를 거스르는 셈이다. 당연히 결과가 좋을 리 없고 좋지 못한 결과가 쌓이면 행복의 큰 걸림돌이 된다.
우리는 흔히 천재들은 고독하고 자기 일만 아는 괴짜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물론 그런 천재도 있지만 대부분의 천재는 상당한 장난기를 가지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하버드대학의 하워드 가드너 Howard Gardner 교수는 아인슈타인이 고독한 괴짜로서의 천재가 아니라 농담과 유머를 즐기고 주위 사람들과 즐겁게 지낼 줄 아는 아이 같은 인물이었음을 알려준다. 행복한 사람들은 사회성이 상당하며 대화를 즐긴다. 정서적으로도 메마르지 않고 풍부하다. 논리와 이성적인 모습 엄숙한 모습, 혹은 냉철함만을 중요한 지향점으로 살아간다면 분명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
행복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혹은 누구와 있을 때 행복한가에 대한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누가 더 많이 그리고 풍부하게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한마디 덧붙이면,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정서를 가장 많이 느낄까?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관계와 정서적 행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여기에 인지심리학자들은 중요한 이야기 하나를 덧붙인다. 행복에서 ‘기억‘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나의 기억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있다면 그 결정권이 경험이 아닌 기억의 주체에 있어야 한다. 끝이 나쁘다고 지나온 과정 전체를 부정해서는 행복할 수 없다. 마무리는 찰나이고 과정은 훨씬 더 긴 시간인데, 대부분의 시간에 대한 나의 지혜로운 평가가 필요하다. 마지막에 잠깐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그 전까지의 모든 시간에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이 휘둘리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그 휘둘림의 결과가 바로 허망함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가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허망함과 허탈함으로 괴로워한다. 이러한 느낌은 내 삶의 마무리 단계에서 내가 걸어온 길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상당 부분 노년기의 짧은 시간, 즉 끝맺음 단계에서 일어나는 몇 개의 사건들 때문에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 노년기의 불행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행복한 순간을 망각하게 하는 비극을 낳는다. 인생을 얼마나 행복하게 기억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가는가에 있음에도 그렇다.
즐거움, 만족, 행복감 등은 대부분 긍정적 정서이다. 그리고 불안, 공포, 긴장감 등과 같은 느낌들은 부정적 정서이다. 뇌에는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다양한 영역들이 존재한다. 부정적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 시상하부 등은 대뇌피질보다 더 내부에 있는 구조물이다. 우리의 뇌는 일반적으로 내부와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본능, 즉 타고난 것들과 관련이 있다. 가장 바깥쪽에 있는 대뇌피질을 향할수록 후천적이며 해석이 필요한 내용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부정적 정서를 담당하는 뇌 구조물은 안쪽에, 그리고 긍정적 정서를 담당하는 뇌구조물은 더 바깥쪽에 분포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의 후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포나 불안은 우리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이른바 ‘주어지는 것‘이지만, 행복과 기쁨은 우리가 그 느낌을 향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은 자신에 의해서만 가능할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력보다는 상황과 타인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를 그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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