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훌륭한 것들이 천천히 성숙하듯이, 일반적으로 명성도 늦게 나타나는 것이 더 오래 지속된다. 사후에 얻는 명성은 씨앗일 때 아주 천천히 자라는 참나무와도 같다.
반면에 일시적인 명성은 빨리 자라는 일년생 식물과도 같고, 거짓된 명성은 빠르게 자랐다가 금방 제거되는 잡초와도 같다. 이러한 과정은 어떤 사람이 후세, 실제로는 일반적인 인류에 속하게 될수록 그 당시에는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명성은 원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에 달려 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그것은 상대적인 것이고 상대적인 가치를 가진다. 나머지 사람도 그와 같은 명성을 가지게 된다면 그 명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에 따라 한 인간의 가치와 무가치가 결정된다면 그 존재는 아주 비참할 것이다. 모든 존재는 오히려 그 자체를 위해 살고 존재한다. 그 때문에 홀로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어떤 종류이든, 어떤 사람을 이루는 것은 그 자체의 존재이다. 여기에 큰 가치가 없다면 그는 별 가치가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의 생각에 비친 그 존재의 이미지는 부차적이고 파생적인 것이며 우연에 따른 것이라 진정한 본질과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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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이 실제 존재하는 시간에 포함되는 내적인 전체 내용, 즉 우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한 모든 자산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자신의 의식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타인의 것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의식 속이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타인에게 비치는 형태이며, 그러한 형태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개념이다. 이러한 것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우리에 대한 타인의 행동이 그러한 개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 그 자체도 우리 자신을 위해서만, 우리에게 무언가를 바꾸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만 실제로 생각될 뿐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일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을뿐더러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가벼우며, 시각이 협소하고 태도가 경박스럽고, 잘못된 의견과 오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다른 이들의 생각은 아무렇지 않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의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고, 타인의 의견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통찰을 얻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행복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와 반대의 망상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명예가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와 안녕은 가치가 없으며, 우리에 대한 다른 이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명예, 즉 우리에 대한 타인의 생각이 종종 반드시 필요하다’는 단순한 진실이 근거로 삼는 과장된 말로 간주될 수 있다.

우리가 말하려는 주제인 인간 자신의 행복과 관련해보면 이러한 문제는 상당히 다른 것이며, 오히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분명하게도 우리의 행복은 마음의 평화와 만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복을 더하기 위해서는 명예욕이라는 태엽을 합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아마 현재의 50분의 1 정도로 낮추는 것이, 즉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가시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불합리함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키투스도 이것에 대해 "현자도 없애버리기 가장 힘든 것이 명예욕이다"라고 말한다.
(<역사> 5장)

자존심은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우월한 가치를 가진 것에 대해 굳건한 확신이다. 하지만 허영심은 이러한 확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지도록 하려는 욕망이며, 그 결과로 그러한 확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은밀한 희망을 동반한다.

이것으로 보면 자존심은 내부에서 나오는 자존감이자 직접적인 것이지만 반면에 허영심은 외부에서, 즉 간접적으로 그것을 얻으려고 애쓰는 것을 의미한다

자존감은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렇게 간절히 자존감을 가지길 원할수록 그런 척만 할 뿐 곧 그러한 역할에서 벗어나 버리게 될 것이다. 우월한 장점과 특별한 가치에 대한 내적인 강건한 확신과 흔들림 없는 신념만이 사람에게 진짜 자존감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자존감의 가장 최악의 적이자,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허영심으로, 자신에 대한 높은 평가를 근거로 다른 사람들의 찬사를 구하려 애쓰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찬사를 토대로 자기 자신을 높게 평가하려 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호의적인 의견을 듣거나 다시 확실성을 얻는 것보다 그의 삶에 대한 용기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 이것이 다른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 자신을 보호하고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도움은 자신이 만든 것보다 인생의 재앙에 대해 무한히 더 큰 방어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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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명문장/이번 일은 참으로 하늘이 도우셨다.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아서 "병법에 이르기를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했고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모두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너희 여러 장수들이 조금이라도 명령을 어긴다면 군율대로 시행해서 작은 일이라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하고 엄하게 약속했다.
(・・・) 곧 모든 배에 명령하여 닻을 올리고 바다로 나갔더니 적선 130여 척이 우리 배들을 둘러쌌다. 여러 장수들은 양쪽의 수를 헤아려보고는 모두 도망하려는 꾀만 내고 있었다. (…) 나는 노를 빨리 저어 앞으로 나아가며 지자, 현자등 각종 총통을 마구 쏘았다. 탄환이 폭풍우같이 날아갔다. 그러자 적의 무리가 감히 대들지 못하고 쳐들어왔다 물러갔다 했다. 그러나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형세가 어찌 될지 헤아릴 수 없으니 온 배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돌아다니며 얼굴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
(…) 이번 일은 참으로 하늘이 도우셨다.

- 이순신, 난중일기 중

《난중일기》에 나온 명량해전 기록이다. 12척의 배밖에 없는 상황에서 울돌목이라는 좁은 해협의 물길을 이용하여 10배가 넘는 적을 기적적으로 물리친 유명한 승전이다. 하지만 당일의 기록을 보면 전략은 기본이요, 이순신의 탁월한 리더십과 결단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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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학문•철학/고문

고문은 우리 역사의 가장 추악한 측면이다. 일제 시대 때 독립운동가들에게 가해졌던 고문은 해방 이후에도 계승되어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용공조작을 위해 무고한 시민들을 잡아서 억지 자백을 받는 수단으로도 사용됐다. 고문 기술자 이근안에게 당한 김근태의 고통은 영화 <남영동1985>에서 자세히 묘사됐다. 고문은 그 자체로 끔찍하지만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으로 평생을 괴롭힌다. 김근태는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앓았고 트라우마에시달렸다. 이런 증상은 고문 피해자들에게 빈번히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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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문화/조선일보

1920년 창간됐고 친일 신문으로 시작했다. 1921년 친일파 송병준이 인수했는데 덕분에 대중들에게 외면당해 경영이 악화됐다. 그러던 중 1924년 신석우가 매입하고, 민족지도자 이상재를 사장으로, 주필을 안재홍으로 세우면서 민족지로 변신했다. 이때 <동아일보> 편집국장 출신이자 사주 김성수와 사이가 나빴던 이상협이 스카우트됐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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