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명문장/이번 일은 참으로 하늘이 도우셨다.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아서 "병법에 이르기를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했고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모두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너희 여러 장수들이 조금이라도 명령을 어긴다면 군율대로 시행해서 작은 일이라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하고 엄하게 약속했다. (・・・) 곧 모든 배에 명령하여 닻을 올리고 바다로 나갔더니 적선 130여 척이 우리 배들을 둘러쌌다. 여러 장수들은 양쪽의 수를 헤아려보고는 모두 도망하려는 꾀만 내고 있었다. (…) 나는 노를 빨리 저어 앞으로 나아가며 지자, 현자등 각종 총통을 마구 쏘았다. 탄환이 폭풍우같이 날아갔다. 그러자 적의 무리가 감히 대들지 못하고 쳐들어왔다 물러갔다 했다. 그러나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형세가 어찌 될지 헤아릴 수 없으니 온 배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돌아다니며 얼굴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 (…) 이번 일은 참으로 하늘이 도우셨다.
- 이순신, 난중일기 중
《난중일기》에 나온 명량해전 기록이다. 12척의 배밖에 없는 상황에서 울돌목이라는 좁은 해협의 물길을 이용하여 10배가 넘는 적을 기적적으로 물리친 유명한 승전이다. 하지만 당일의 기록을 보면 전략은 기본이요, 이순신의 탁월한 리더십과 결단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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