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인생과 역사와 예술의 비밀

시간과 삶이 일직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반복의 질서를 따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반복이 지탱하는 것들은 삶 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복은 우리가 살아가는 근본적인 방식이다. 불쾌한 것을 피하고 쾌락을 좇는 우리의 성향을 배신하는 우리의 놀라운 점 가운데 하나는, 나쁜 일을 겪으면 잊기보다는 맛난 먹이처럼 되새김질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악몽을 반복해서 꾸며, 한밤중 이불킥을 하면서 낮의 실수를 계속 반추한다

어떤 문제 때문에 악몽을 계속 꾼다면,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그 문제의 자리로 돌아가 해결해보기 위해서다. 한밤중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낮에 있었던 자신의 실수를 끊임없이 반추한다면, 그 문제를 어떻게든 합리적으로 변명해 실수의 비극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상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반복을 한다.

반복은 잘 보존된 집안의 보물이 상속되듯 동일성을 유지한 무언가가 되돌아오는 것이 전혀 아니다. 반복의 다른 이름은 변신이며, 그런 까닭에 반복이 이루어짐에도 새로운 무엇인가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반복은 새로운 것이 출현하기 위한 조건일 뿐 아니라, 과거의 것을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우리는 현재 속에서 과거의 것을 반추하며, 이를 통해 비로소 제대로 과거의 의미를 이해한다.

과거란 먼지 쓴 유물처럼 사망한 채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시작함을 통해 현재에 반복된다. 과거를 다시 시작하는 일을 통해 비로소 인간은 오늘을 위한 역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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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예술과 철학

기생충은 완전히 박멸될 수 있는가? 위생의 기준이 더할 나위 없이 높아져서 기생충은 과거에 비해 많이 사라졌으며, 기생충에 대한 혐오감 역시 더욱 가차 없어졌다. 그러나 형태가 어찌 되었든 우리는 늘 기식자와 함께 살아왔다. 하찮아 보이지만 떠나지 않는 온갖 고질적인 질병이 알려주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숙주로서의 삶이다.

가졌다.
숙주의 입장에서 기생충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박멸의 대상이다. 기생충에 대한 논의도 박멸이라는 과제에서 완성되고 끝난다. 그러나 기생충의 행위 유형은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성찰 대상이다. 기생충은 다분히 주체의 근본적 지위를 뒤흔드는 현대철학적 면모를 지니고 있다. 기생충은 근대적 주체(가령 데카르트의 ‘실체’)와 달리 독립된 주체로 있을 수 없고 말 그대로 다른 것에 기생함으로써만 존재한다는 점, 즉 숙주 없이는 정체성이 없다는 점, 그리고 동일성을 지닌 주체로서가 아니라 숙주의 동일성을 파괴하는 데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식자라는 개념을 숙주의 관점에서 박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그 개념의 더 넓은 가능성에 대해 눈감는 일이다. 기식자는 숙주를 새로운 차원에, 새롭게 창조된 길 위에 올려놓는 자이다. 그런 점에서 생리학자 레리슈Rene Leriche의 말은 매우 흥미롭다.

질병은 인간에 붙어살고 있는 기식자, 그것이 탈진시키는 인간을 뜯어먹고 살아가는 기식자로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생리학적인 질서의 일탈, 처음에는 미미한 그런 일탈의 결과를 본다. 질병은 결국 하나의 새로운 생리학적인 질서이다. 치료학은 병에 걸린 인간을 이러한 새로운 질서에 적응시켜야 한다.6

이 말이 단지 생리학에만 해당하는가? 그렇지 않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 사회에서 가리켜 보이는 지점 역시 저 말에 포개진다. 우리의 사회적 벽들은 타인(기식자)의 개입을 통해 부서질 수밖에 없다. 타인의 침투는 방어되거나 거부될 문제가 아니라, 침투받은 자를 변화하게 만드는 문제, 새로운 신체와 질서를 탄생시키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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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

우리는 늘 해답에 대해 목말라한다.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해답, 직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해답, 이상형을 만날 수 있는 해답 …… 우리는 이런 해답을 향한 편리한 최단 거리를 발견하지 못해 안달한다. 그래서 옆 사람이 만들어놓은 답을 슬쩍 가져다 써본다. 남의 공부 방법을 모방해보기도 하고, 각종 노하우를 수집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이 정답’이라고 남들이 자랑하는 게, 내 경우엔 잘 적용되지 않는다. 도무지 왜 정답이라고 하는지조차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는 성급하다. 그래서 남이 찾은 답안을 빌려서 빨리 사용해보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성공적인 사업의 해답, 공부의 해답을 찾아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그런데 남들이 찾아낸 해답이 자기 자신에게도 꼭 맞던가? 얼마간 참고는 될지 몰라도 결코 자신을 위한 해답은 되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해답이란 그 해답을 얻어낸 질문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활짝 핀 꽃송이를 꺾어 가지듯 해답만을 똑 따낼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해답이란 문제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결과이다.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해답의 범위와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는 각자가 앓는 저만의 질병처럼 각자의 삶으로부터만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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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두운 밤도 언젠간 끝날 것이다.
그리고 태양은 곧 떠오를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매일 즐겁게, 작은 목표를 이루면서
Auguste Renoir
오궈스트 르누아르

베니스의 도제 궁전
Venice, the Doges Palace, 1881

르누아르는 마흔 즈음하여 기존의 성공적인 화풍을 버리고 약 10년간의 고투 끝에 자신만의 새로운 화풍을 확립해 낸 위대한 화가다. 1841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청년 시절에 이르기까지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미술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21세에는 미술학교 에꼴 데 보자르에 입학했고, 스위스 화가 샤를 글레르의 화실을 다니며 모네, 시슬레, 바지유 등 훗날 인상파운동을 일으킨 젊은 화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1876년과 1879년에 선보인 물랭 드 라 갈레트, 샤토에서 뱃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그의 인상파 시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할 수 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진리이지요."

파블로 피카소

짙푸른 숲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으면
George Clausen
조지 클로젠

하루의 꿈들
Day Dream, 1883

한적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휴식의 가치를 발견하고, 인생의 참된 의미를 그림으로 완성해 낸 화가가 있다. 영국 농촌 자연주의 화가 조지 클로젠이다. 클로젠은 프랑스 자연주의의 영향을 받아 영국 농촌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며 자연주의를 정착시킨 화가다. 185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그의 활동기에 조국은 산업화의 한가운데 있었다. 도시의 인간을 돈의 가치보다 낮게 여기던 시절, 그는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자연이라는 공간에서 발견했다.

"위대한 작품에는,
위대한 인생에는,
살아 숨 쉬는 재료로 만든 자연이 있습니다."

조지 클로젠

오후의 은은한 평화로움이 감돌 때
Johannes Vermeer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귀고리 소녀
The Girl with a Pearl Earring, 1665~1666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페르메이르는 화려한 역사화도, 멋진 초상화도 그리지 않았다. 그는 그저 집안에서 우유 따르는 주방일에 분주한 여인, 영수증 고지서를 정리하는 여인의 일상을 담았다. 당시에는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와 도덕적 교훈을 담는 풍속화가 유행했다. 반면에 페르메이르는 풍속화 장르였지만 화려한 물질적 풍요로움보다는 집안에서 가사 일을 하는 여인들을 오후의 빛으로 신비스럽게 다듬었다.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려면
먼저 자신을 감동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장 프랑수아 밀레

앞으로의 시간을 다정하게 바라보기 위하여
Alfons Mucha
알폰스 무하

앵초, 깃털
Primrose, Feather, 1899

화가로 큰 성공을 거두기까지, 그는 불 꺼진 난로와 불결한 환경 속에서 온갖 일을 해야 했다. 그때 그는 알고 있었을까. 10년 뒤, 2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을.

"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
사람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길 바랍니다."

알폰스 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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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묻는다면
IIya Yefimovich Repin
일리야 레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No One Waited for Him, 1884~1888

러시아의 국민화가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혁명가의 귀환을 그린 작품이다. 민중을 위한 혁명가는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영웅이지만 한 가정의 입장에서 보면 가족을 책임지지 않은 남편, 얼굴도 잊을 정도로 가정에 무관심했던 아버지다. 기억에 까마득한 아버지는 이미 잊힌 존재다. 민중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러시아 이동파의 전시회에 출품한 이 작품에서 레핀은 진정한 보통 사람들의 현실, 쉽지 않은 가족관계를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톨스토이는 그를 가리켜 레핀은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거장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당신이 사람들을 보는 시선은,
그대로 사람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곧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가로 이어집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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