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인생과 역사와 예술의 비밀

시간과 삶이 일직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반복의 질서를 따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반복이 지탱하는 것들은 삶 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복은 우리가 살아가는 근본적인 방식이다. 불쾌한 것을 피하고 쾌락을 좇는 우리의 성향을 배신하는 우리의 놀라운 점 가운데 하나는, 나쁜 일을 겪으면 잊기보다는 맛난 먹이처럼 되새김질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악몽을 반복해서 꾸며, 한밤중 이불킥을 하면서 낮의 실수를 계속 반추한다

어떤 문제 때문에 악몽을 계속 꾼다면,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그 문제의 자리로 돌아가 해결해보기 위해서다. 한밤중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낮에 있었던 자신의 실수를 끊임없이 반추한다면, 그 문제를 어떻게든 합리적으로 변명해 실수의 비극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상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반복을 한다.

반복은 잘 보존된 집안의 보물이 상속되듯 동일성을 유지한 무언가가 되돌아오는 것이 전혀 아니다. 반복의 다른 이름은 변신이며, 그런 까닭에 반복이 이루어짐에도 새로운 무엇인가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반복은 새로운 것이 출현하기 위한 조건일 뿐 아니라, 과거의 것을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우리는 현재 속에서 과거의 것을 반추하며, 이를 통해 비로소 제대로 과거의 의미를 이해한다.

과거란 먼지 쓴 유물처럼 사망한 채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시작함을 통해 현재에 반복된다. 과거를 다시 시작하는 일을 통해 비로소 인간은 오늘을 위한 역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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