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이 가장 널리 퍼져 있고 또 가장 중요한 결핍의 사례임은 틀림없다.

제각기 다른 형태의 결핍이 공통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 결핍들이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에게 빈곤은, 자기가 원하는 것 혹은 자기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꿀 수 없는 경제적 결핍을 의미한다. 바뀌기 어려운 이런 필요 가운데 어떤 것은(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농민이 겪는 배고픔처럼) 생리적인 것이고, 또 어떤 것들은 사회적인 것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에,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 따라서 좌우된다.

시간과 돈 모두 대역폭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각각이 부과하는 세금의 규모, 즉 결핍이 초래하는 문제의 심각성은 완전히 다르다.

부모의 언행에 일관성이 없으면 아이들로서는 여러 가지 것들(규율, 행동 원칙, 위안 등)을 학습하기가 어렵고 또 언제나 두려울 수밖에 없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 사실 이건 말이 쉽지 실천하기는 어렵다. 좋은 부모가 되기란 어렵다. 심지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잘 알고 있을 때조차도 그렇다. 일관성은 지속적인 주의력과 노력, 꾸준함을 필요로 한다.

대역폭 세금이라는 개념은 일련의 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으므로 매력적인 설명 수단이 될 수 있다.

대역폭의 역할을 이해하면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놓인 특정 환경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대역폭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면 질병, 소음 그리고 영양 부족이 참혹한 삶의 원인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컨대 우리는 이것을 대역폭 세금의 추가적인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실수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사고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오늘날 비행기가 한층 안전해진 이유는 더 나은 엔진과 날개를 장착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를 보다 잘 제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수를 포용하자는 말은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 개인적으로 져야 하는 책임까지 없던 걸로 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제법 먼 미래의 보상 및 처벌은 터널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덜하다. 몇 년 뒤에 지급되는 저축 프로그램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은 좋기는 하다. 그러나 이 저축은 ‘중요하지만 긴급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것은 터널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따라서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 인센티브가 효과가 있으려면 우선 눈에 띄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센티브는 제대로 설계되지 않는 한 터널 바깥에 떨어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고, 결국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다.

빈곤과의 싸움은 줄곧 어려운 투쟁의 연속이었다. 온갖 정책과 프로그램이 나왔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거나 기껏해야 고만고만한 성공만 거두었다. 사회 안전망은 끈질기게 달라붙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다.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일반적으로 드는 충동은 모든 것을 한 가방 안에 다 넣을 수 있도록 시간의 짐을 되도록 빡빡하게 싸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간의 짐을 빡빡하게 싸지 않을 때는 어쩐지 충분히 많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효율성 전문가들은 ‘사용되지 않는’ 시간을 많이 보내며 빈

하지만 앞서도 살펴봤듯 느슨함은 한편으로는 낭비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유익하다.

결핍과 느슨함의 논리를 이해하면 급한 불 끄기 덫에 빠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터널링이 다른 중요한 고려 사항을 무시하게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람이 육체적으로 피곤하면 휴식이 필요하듯, 정신적으로 고갈되면 회복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회복 과정 없이 결핍 상태가 계속 이어지면 대역폭 세금은 점점 쌓인다. 이런 메커니즘을 쉽게 이해하려면 잠처럼 단순한 걸 놓고 생각하면 된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해서 시간 결핍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날마다 아직 남아 있는 시간에 보다 많은 것을 욱여넣으려고 한다. 그래서 긴급하지 않은 것은 무시하고 미봉책으로 대처한다. 이때 잠은 무시당할 유력 후보가 된다. 사람은 시간이 모자랄 때 잠을 몇 시간 덜 자고 그 시간을 작업 시간으로 돌린다. 하지만 잠이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를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직원은 동기 부여가 덜 되고 실수를 보다 많이 저지르며 자리를 더 자주 비운다는 사실을 여러 논문들이 입증해 왔다.

여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보다 깊은 교훈은, 결핍에 따른 압박이 아무리 우리를 만류한다 하더라도 그에 굴하지 않고 대역폭을 관리하고 강화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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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함이라는 개념은 결핍의 심리의 핵심을 찌른다. 느슨함은 우리에게 풍족함을 느끼게 한다. 느슨함은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적인 사치이다. 풍족함이라는 조건은 보다 많은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짐을 대충 싸도 되는 사치,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사치, 그리고 실수를 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사치를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말했듯이, "없어도 될 것이 많을수록 부유한 사람이다".

어떤 점에서 보면 그 사람 말이 맞았다. 그 몇 루피는 부유한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돈이었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 보면 그 사람 말이 틀렸다. 사람들은 이 작은 돈이 큰돈인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가끔씩은 그렇게 행동한다.

넉넉한 풍족함은 트레이드오프에서 해방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넉넉한 상태에서 어떤 물건을 살 때 우리는 그 물건 대신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보자면 유쾌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할 때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자기가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어떤 것을 획득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얼마인지 혹은 그것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느슨함, 즉 트레이드오프의 부재는 사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직관적이고 손쉬운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 모든 측정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실체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점이다. 느슨함 속에서 트레이드오프를 생각하는 것은 케이크를 그대로 보유하는 동시에 그 케이크를 먹어 치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실제로 트레이드오프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대부분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이런 트레이드오프가 없는 상태에서 아주 작은 수준의 가치는 당신이 굳이 애를 써 가면서 보유할 필요가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만일 당신에게 20달러가 추가로 생긴다면, 당신은 이 돈으로 지금까지 당신이 사지 않았던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을 사겠는가? 만일 당신이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면, 당신은 굳이 이 질문에 대답할 필요조차 없고, 심지어 그런 질문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 만일 당신이 그 사소한 것을 원했다면 아마 당신은 이미 그것을 샀을 것이다.

검소함은 결핍과 다르다. 검소한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원칙에 입각해 돈을 생각한다.

시각 기관은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미지 속에 들어 있는 배경 단서들을 활용한다. 배경背景이 되는 단서들은 사람의 눈이 전경前景에 놓인 사물들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맥락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내면적인 측정 규준에만 의존해서 1달러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한다.

왜 우리는 결핍 상황에 직면할 때 빌리는 행위를 할까? 터널링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빌리며 미래의 자신을 더 깊은 수렁에 빠트린다. 오늘의 결핍은 내일의 보다 많은 결핍을 낳는다.

돈이든 시간이든 간에 오늘의 자원이 미래의 자원에 비해서 정말로 더 큰 편익을 제공한다면 빌리는 게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문제는, 터널에 갇혀 있을 때는 이 비용 편익 계산을 건너뛰고 무작정 빌리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결핍에 직면할 때 우리는 장기적으로 빌리는 것이 합리적일 때에도, 그렇지 않을 때도 빌린다.

결핍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부족한 것을 빌리도록 유도하며 더 깊은 결핍에 빠지게 한다.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활동을 뒤로 미루는 것은 어떤 모자라는 요소를 빌리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뒤로 미룰 때 지금 당장은 넉넉한 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이때 미래에 청구될 어떤 비용이 발생한다. 나중에 그 일을 처리하려면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보통은 연기되기 전보다 더 늘어난 시간)을 따로 또 찾아야 한다. 언젠가는 이렇게 어떤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거나, 혹은 그 일을 바로 처리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편익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결핍은(특히 터널링은) 사람들로 하여금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예를 들면 사무실을 청소하거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거나 유언장을 남기거나 하는 일들)을 뒤로 미루게 하는데, 사실 이런 일들은 쉽게 무시되고 만다. 이런 일에 소요되는 비용은 클뿐만 아니라 당장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 지출은 쉽게 미루어진다. 이에 비해서 이런 일이 가져다주는 편익은 터널 밖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급박한 일들이 모두 끝날 때를 기다린다. 심지어 이런 일들에 따른 미래의 편익이 상당히 클 때조차도 사람들은 이 일들에 필요한 소소한 투자를 외면한다.

사람들이 근시안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터널링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 이어진다. 지금 당장의 수지를 맞추는 데 강하게 몰입하면 미래에 대한 계획을 효과적으로 세우지 못한다. 물론 여러 논문들은 계획 자체가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문제임을 입증해 왔다. 하지만 결핍이 이 문제를 한층 심각하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서 발을 빼고 뒤로 물러나 미래를 내다보려면 보다 넓은 관점과 일정량의 인지 자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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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유동성 지능을 넘어서 실행 제어 능력까지 위축시킨다고 볼 수 있다.

실험 진행자가 굳이 결핍을 상기시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빈곤은 유동성 지능과 실행 제어 능력을 위축시킨다. 처음 출발했던 지점으로 되돌아가면, 이런 사실은 가난한 사람의 인지 능력에 대한 논의에 상당한 왜곡이 개입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결핍은 기본적인 속성상 여러 중요한 근심거리가 다발로 한데 뭉친 것이다.

결핍은 다른 근심거리들보다 우선되는 부담을 추가로 만든다. 그리고 지속적으로(당연하게!) 대역폭에 세금을 부과한다. 모든 사람이 이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부자든 빈자든 자기 배우자와 싸울 수 있고 또 자기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풍족함을 경험하는 사람들 중 일부만 이런 문제에 사로잡히는 반면에 결핍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다 이런 문제에 사로잡힌다.

이 모든 것들을 단지 스트레스나 근심으로만 생각한다면 보다 깊은 핵심을 놓친다. 대역폭 세금은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처럼 독립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집중배당금이나, 터널링이 우리가 하는 선택들을 형성하는 방식과 동일한 바로 그 핵심적인 기제에서 비롯된다. 스트레스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와 같은 더 깊은 연관성을 놓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결핍이라는 정신 상태를 온전하게 파악하는 데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계획 오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결과를 경험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실수가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실수들 가운데 대부분은 부주의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신 깊은 곳에서 진행되는 사고 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노력이나 신중함만으로는 계획 오류를 막을 수 없다. 노력이나 신중함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진행되는 일을 일러 주지 못하며, 모든 유혹에 저항하는 강철의 의지력을 우리에게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뇌 활동의 직접적인 결과물인 여러 편향들은 그 결과에 언제나 반응하지는 않는다.

결핍은 실수에 따른 비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실수할 가능성,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을 더 많이 제공한다. 일을 정확하게 하는 게 한층 어려워진다.

느슨함이라는 개념은 결핍의 심리의 핵심을 찌른다. 느슨함은 우리에게 풍족함을 느끼게 한다. 느슨함은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적인 사치이다. 풍족함이라는 조건은 보다 많은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짐을 대충 싸도 되는 사치,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사치, 그리고 실수를 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사치를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말했듯이, "없어도 될 것이 많을수록 부유한 사람이다".

넉넉한 풍족함은 트레이드오프에서 해방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넉넉한 상태에서 어떤 물건을 살 때 우리는 그 물건 대신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보자면 유쾌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할 때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자기가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어떤 것을 획득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얼마인지 혹은 그것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느슨함, 즉 트레이드오프의 부재는 사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직관적이고 손쉬운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검소함은 결핍과 다르다. 검소한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원칙에 입각해 돈을 생각한다.

시각 기관은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미지 속에 들어 있는 배경 단서들을 활용한다. 배경背景이 되는 단서들은 사람의 눈이 전경前景에 놓인 사물들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맥락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내면적인 측정 규준에만 의존해서 1달러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한다.

인식에 관한 연구는 사람들이 불확실한 가치를 파악하는 방식

이 모든 측정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실체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점이다. 느슨함 속에서 트레이드오프를 생각하는 것은 케이크를 그대로 보유하는 동시에 그 케이크를 먹어 치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실제로 트레이드오프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대부분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이런 트레이드오프가 없는 상태에서 아주 작은 수준의 가치는 당신이 굳이 애를 써 가면서 보유할 필요가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만일 당신에게 20달러가 추가로 생긴다면, 당신은 이 돈으로 지금까지 당신이 사지 않았던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을 사겠는가? 만일 당신이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면, 당신은 굳이 이 질문에 대답할 필요조차 없고, 심지어 그런 질문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 만일 당신이 그 사소한 것을 원했다면 아마 당신은 이미 그것을 샀을 것이다.

결핍은 단지 실패를 해도 괜찮은 여유가 적은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수를 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모든 내용은 결핍이라는 발상에 하나의 층이 더 존재함을 암시한다. 우리가 결핍에서 비롯되는 심리에 초점을 맞추면, 결핍 효과는 심리적인 차원을 넘어 수학적인 사실이 될 수도 있다. 결핍은 공간의 배열과 활용 면에서 보다 더 어려운 짐 싸기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결핍에서 비롯된 심리로 시험을 받는 정신은 계산하기 더욱 복잡한 세상을 헤매고 더듬어서 자기 갈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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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개 시간 관리와 돈 관리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실패의 결과가 다르다. 시간을 잘못 관리하면 당혹스러운 일을 마주하거나 목표한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반면 돈을 잘못 관리하면 연체료를 물거나 살던 집에서 쫓겨난다.

모든 결핍에서 공통적인 논리를 찾아내는 데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결핍은 이런 개인적인 일화 차원을 훌쩍 넘어서는 넓은 의미의 개념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결핍scarcity을 무언가를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적게 가지는 것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겠다.

결핍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들의 어떤 공통적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문제들은 제각기 다른 문화, 경제 조건 그리고 정치 제도에서 일어나지만, 모두 결핍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결핍은 정신을 사로잡는다. 배고픈 사람들이 오로지 음식만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어떤 종류의 결핍을 경험할 때마다 그 결핍에 흡수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때 정신은 충족되지 않은 그 필요를 자동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추구한다.

결핍은 어떤 것을 매우 적게 가질 때의 불쾌함 그 이상이다. 결핍은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결핍은 사람의 정신을 그 자신의 무게로 무겁게 짓누른다.

부족하게 가진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또 이는 가령 건강이나 안전 혹은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결핍은 불만과 투쟁으로 이어진다.

기존의 이론들은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집단의 문화나 개인의 개성, 취향, 선호 그리고 사회 제도 등으로 눈을 돌렸다.

이런 결핍의 덫들을 하나로 묶어 분석한다고 해서, 모든 형태의 결핍이 같은 크기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말은 아니다. 결핍의 사고방식은 결핍의 내용에 따라 더욱 중요하게 작동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은 해묵은 문제,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을 제기할 뿐이다.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될 때마다 추론해야 할 새로운 함의, 해석해야 할 새로운 의의 그리고 이해해야 할 새로운 결과는 늘 있게 마련이다.

결핍이 정신을 사로잡으면 사람은 보다 더 엄격해지고 능률적이 된다. 집중을 유지하는 일이 힘들어 보이는 상황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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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싶은 욕망에 걸맞은 논리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부스러진 논리가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씩씩대고만 있을 때, ‘어이없다’는 쪼그라든 나를 한마디로 대변해 준다. 누군가에게 내 억울함을 털어놓을 때도 그렇다. "어이없었겠다"라는 상대의 짤막한 맞장구가 들려오면 나는 묘한 승리감과 더불어 위안을 얻는다.

‘애쓰다’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달그락달그락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무엇엔가 애쓰기 시작하는 순간, 기대와 불안은 옥신각신 요란하게 소란을 피운다. 바지런히 노력하면 뭐든 잘 되겠지, 싶다가도 어느새 애쓴 만큼 커져 버린 두려움과 맞닥뜨리면 쿨렁, 마음이 떨어진다. 순수하게 공만 들이기엔 잡념은 쉼 없이 나를 휘젓고 다니고, 잡념들 앞에 선 나의 노력은 한없이 무력하다.

우리는 종일 힘들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고 지낼까. ‘힘들다’는 내 무의식의 저변 가장 앞자리에 진열되어 있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말이 되어 나오는 통로가 이보다 더 짧은 단어가 있을까.

조용함은 소외되었던 소리의 조연들이 반짝일 수 있게 도와준다. 이들이 주연이 되는 순간, 그제야 우리는 눈으로 다 담을 수 없었던 순간을 오롯하게 완성할 수 있다.

내 감정의 낙차는 ‘초췌하다’라는 단어가 불러들인 결과였다. 고생하거나 병에 걸려서 살이 빠지고 얼굴에 핏기가 없다는 뜻의 ‘초췌하다’. 사실이든 아니든 기운을 쏙 빼놓는, 달갑지 않은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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