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함이라는 개념은 결핍의 심리의 핵심을 찌른다. 느슨함은 우리에게 풍족함을 느끼게 한다. 느슨함은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적인 사치이다. 풍족함이라는 조건은 보다 많은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짐을 대충 싸도 되는 사치,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사치, 그리고 실수를 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사치를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말했듯이, "없어도 될 것이 많을수록 부유한 사람이다".

어떤 점에서 보면 그 사람 말이 맞았다. 그 몇 루피는 부유한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돈이었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 보면 그 사람 말이 틀렸다. 사람들은 이 작은 돈이 큰돈인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가끔씩은 그렇게 행동한다.

넉넉한 풍족함은 트레이드오프에서 해방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넉넉한 상태에서 어떤 물건을 살 때 우리는 그 물건 대신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보자면 유쾌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할 때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자기가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어떤 것을 획득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얼마인지 혹은 그것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느슨함, 즉 트레이드오프의 부재는 사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직관적이고 손쉬운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 모든 측정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실체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점이다. 느슨함 속에서 트레이드오프를 생각하는 것은 케이크를 그대로 보유하는 동시에 그 케이크를 먹어 치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실제로 트레이드오프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대부분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이런 트레이드오프가 없는 상태에서 아주 작은 수준의 가치는 당신이 굳이 애를 써 가면서 보유할 필요가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만일 당신에게 20달러가 추가로 생긴다면, 당신은 이 돈으로 지금까지 당신이 사지 않았던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을 사겠는가? 만일 당신이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면, 당신은 굳이 이 질문에 대답할 필요조차 없고, 심지어 그런 질문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 만일 당신이 그 사소한 것을 원했다면 아마 당신은 이미 그것을 샀을 것이다.

검소함은 결핍과 다르다. 검소한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원칙에 입각해 돈을 생각한다.

시각 기관은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미지 속에 들어 있는 배경 단서들을 활용한다. 배경背景이 되는 단서들은 사람의 눈이 전경前景에 놓인 사물들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맥락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내면적인 측정 규준에만 의존해서 1달러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한다.

왜 우리는 결핍 상황에 직면할 때 빌리는 행위를 할까? 터널링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빌리며 미래의 자신을 더 깊은 수렁에 빠트린다. 오늘의 결핍은 내일의 보다 많은 결핍을 낳는다.

돈이든 시간이든 간에 오늘의 자원이 미래의 자원에 비해서 정말로 더 큰 편익을 제공한다면 빌리는 게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문제는, 터널에 갇혀 있을 때는 이 비용 편익 계산을 건너뛰고 무작정 빌리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결핍에 직면할 때 우리는 장기적으로 빌리는 것이 합리적일 때에도, 그렇지 않을 때도 빌린다.

결핍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부족한 것을 빌리도록 유도하며 더 깊은 결핍에 빠지게 한다.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활동을 뒤로 미루는 것은 어떤 모자라는 요소를 빌리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뒤로 미룰 때 지금 당장은 넉넉한 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이때 미래에 청구될 어떤 비용이 발생한다. 나중에 그 일을 처리하려면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보통은 연기되기 전보다 더 늘어난 시간)을 따로 또 찾아야 한다. 언젠가는 이렇게 어떤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거나, 혹은 그 일을 바로 처리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편익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결핍은(특히 터널링은) 사람들로 하여금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예를 들면 사무실을 청소하거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거나 유언장을 남기거나 하는 일들)을 뒤로 미루게 하는데, 사실 이런 일들은 쉽게 무시되고 만다. 이런 일에 소요되는 비용은 클뿐만 아니라 당장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 지출은 쉽게 미루어진다. 이에 비해서 이런 일이 가져다주는 편익은 터널 밖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급박한 일들이 모두 끝날 때를 기다린다. 심지어 이런 일들에 따른 미래의 편익이 상당히 클 때조차도 사람들은 이 일들에 필요한 소소한 투자를 외면한다.

사람들이 근시안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터널링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 이어진다. 지금 당장의 수지를 맞추는 데 강하게 몰입하면 미래에 대한 계획을 효과적으로 세우지 못한다. 물론 여러 논문들은 계획 자체가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문제임을 입증해 왔다. 하지만 결핍이 이 문제를 한층 심각하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서 발을 빼고 뒤로 물러나 미래를 내다보려면 보다 넓은 관점과 일정량의 인지 자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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