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고발 - 착한 남자, 안전한 결혼, 나쁜 가부장제
사월날씨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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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왜 고통을 말하는 데 설득이 필요한가요? - P4

말 한마디, 순간의 눈빛, 무심결에 나오는 행동에 나는 숨이 막혀버린다. 나는 아내, 며느리가 쉽지 않다. - P5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 차별은 드러나지 않기에 때로 더 강력하다. 보이지 않으니 없애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대개 부드러운 말로 외피를 두르고 있다. 우리 문화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가치들-정다움, 착함, 배려 깊음은 주로 누구에게 부여될까? 시가에서 참하게 과일을 깎는 며느리일까, 과일 따위 상관없이 앉아 있는 며느리일까? - P13

대부분 내 의사를 따르는 그가 편안하면서도 가끔은 그것을 우유부단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래도 자기의견만 고집하는 독불장군보다는 경청하는 말랑함이 나았다. - P17

서른다섯이라는 숫자를 특정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어떤 교수의 영향이었다. 서른다섯에 결혼을 하니 이미 ‘아줌마‘가 되어 있는 자신에게 아무도 간섭하지 못했단다. 시가도 자기를 어려워했으며 그 시절엔 양쪽 다 만혼이다 보니 양가 모두 자기 자식을 배우자로 맞아준데 감사하고 환영하는 마음뿐이었다고 - P19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하지 않는 게 나라는 사람이다. - P20

모두가 수행하는 과제를 빠짐없이 체크하며 넘어가야 한다는 의무감은 벗어나고 싶어도 쉽게 벗어나지지 않는 부담이었다. - P25

웨딩 산업에서만큼은 신부가 세상의 중심인 듯 대접하며 현실을 기만하는 것을 보면 심사가 뒤틀린다. - P28

여자의 말이 남자의 말과 동등한 권위를 갖는 날이 올 때까지 나는 의식적으로 여자의 말에 더 귀기울이려 한다. - P34

하지만 시부모의 기대와 요구는 항상 내가 예상하는 수준을 넘었고, 가끔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겼던 일도 실제로 하고 나면 무리가 되기 일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해야 내가 시부모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 해야 내가 시부모를 사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 P35

어떤 이에게 며느리라는 틀이 씌워지는 순간
우리는 그를 며느리로 대해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여긴다.
순식간에 그를 해석하는 방식을 정한다.
시가 입장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며느리라는 틀은 더욱 강력해진다. - P37

시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은 며느리에게서 나온 걸로 쉽게 의심받는다. 근거는 없다.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자꾸만 허공의 며느리를 노려본다. 아들이 그러한 결정을 했을 리가 없다고 믿는다. - P38

말없는 끄덕임은 내가 받아들인 의미와 조금 달랐다. 그때 시부모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솔직하다거나 공손하다기보다는 ‘당돌’하다고 느낀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그분들이 나를 ‘똑똑한 며느리’라고 칭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 P40

‘고부 사이가 어색해진다‘는 것이 나와 시모가 서로 동등하게 어색함을 주고받는 것을 뜻할 리 없다. 그보다 시모가 며느리를 못마땅해해서 관계가 서먹해지는 경우에 가깝다. 그래서 ‘고부사이가 어색해진다‘는 시부의 말은 기만이었다. 시모(를 포함한시가)와 며느리 사이의 권력 차를 명확하게 아는 상태에서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이라는 말은 미움받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잘하라는 게 진짜 의미였다. - P41

시부는 웃으며 말했지만 도저히 웃으며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것은 농담을 가장한 위협이었고 나를 통제하기 위한 시도였다. 고부 사이가 어색해진다는 그럴 듯한 포장 안에 며느리를 미워할 거라는 칼을 숨겨놓고는 내 행동을 시가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시도였다. - P42

시부모의 생각을 바꾸는 것에 처음엔 희망적이었으나 점점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시부모의 가치체계에서는 내 말이 옳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비슷한 말을 듣는다 해도 견딜 수는 있겠지만또 그런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그분들을 만나러 가는 나를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 P42

단순히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당신들을 무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만 같다. - P43

그분들의 눈꺼풀을 덮고 있는 며느리라는 렌즈를 걷어내고 싶다. 제발 나라는 사람을 봐달라고 외치고 싶다. - P44

뭘 그렇게 사소한말들을 가지고 문제 삼느냐고 한다면 사소하니까 바꾸기쉽지 않겠냐고 말하겠다. 예민함이 둔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바꿀 것이다. 나는 나의 예민함을 훨씬 더 정교하고 날카롭게 가다듬고 싶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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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릇 (50만 부 기념 에디션) -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김윤나 지음 / 오아시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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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크기에 따라서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달라진다. 일명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누군가를 현혹시키고 이용하기 위해 혹은 남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갈등을 극복하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말을 사용한다. 너와나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과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 P9

말은 당신을 드러낸다. 필요한 말을 제때 하고, 후회할 말을 덜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말 때문에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키워낼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의 말은 당신이 없는 순간에도 사람들의 마음속을 떠다닌다.
그러니 진정한 말의 주인으로 살아가기를. 무엇보다도 당신의 일상이 말 때문에 외로워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P11

잠깐 떠올려보자.
지금 당신은 어떤 말을 사용하고 있는가?
통제를 위한 말인가, 소통을 위한 말인가? - P25

사람은 자신의 품만큼 말을 채운다는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공간이 충분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고 받아들인다. - P31

이런 사람들은 말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 P32

한 번 들어온 말들을 쉽게 흘리지도 않는다.
(중략)
분명하게 말해야 할 상황에서는 물러서지 않는다. - P33

반대로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조급하고 틈이 없어서 다른사람들의 말을 차분하게 듣질 못한다. - P33

특히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평가하고 비난하기를 습관처럼 사용한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비난은 참아내질 못한다.
상대방의 말 속에서 ‘본심‘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질 않는다. - P34

사람들은 말 그자체를 바꾸려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말의 장막을 걷어 올린 후 숨은 이유를 찾아내야 무엇부터 다시 시작할 정리할 수 있다. - P47

마찬가지로 말 그릇의 균열을 메우려면 말의 내면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말 자체를 살피기 이전에 말 속에 사는 나를 만나야 말 그릇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 P48

즉 사람의 ‘말 한마디‘ 속에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감정과 공식 습관이 녹아 있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는 일과 맞닿아 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공식.
저절로 튀어나오는 말 습관. - P56

자신이 말을 주도해야 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감정을 세밀히 구분해서 그에 맞는 말을 고를 줄 아는 사람, 고정된 생각에 갇혀 있지 않고, 습관적으로 말하지 않는 사람만이 말 때문에 후회하고 실망하고 탓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 P59

잘못 선택한 감정이라도 일단 들어선 길이기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제대로된 감정과는 점점 멀어진다. ‘마음과 일치하는 말‘을 하려면 먼저 감정과 친해져야 한다. 감정과 말을 엇갈리지 않게 연결시키는 능력이야말로 넉넉한 말 그릇이 되기 위한 핵심 요소다. - P65

진짜 감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안에 말하고 싶은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한다. 감정의 이면을 잘 살펴보면 전하고 싶은 속내, 간절히 바라는욕구, 이루고 싶은 목표들이 숨겨져 있다. 어떤 감정의 문을 여는가에 따라 그것과 닮은 말이 따라온다. 따라서 마음과 다른 말을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잡한 감정들 사이에서 ‘진짜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 P79

동일한 사건을 두고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언어적·신체적·심리적 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그 사건을 대하는 개인의 믿음, 즉 공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의공식에 따라 대화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 P101

서로 다른 공식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안에 사람을 담아내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평소에 자주 하는 말, 주변에 잔소리하듯 되풀이하는 말은 무엇인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말, 참지못하고 자꾸 끼어들게 되는 말, 예민하게 반응하고 발끈하게 되는 말, 잦은 의견 차이를 만드는 말은 무엇인가? 그 사이 어딘가에 당신의 공식이 숨어 있다. - P111

차이는 분명 갈등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죽는날까지 그것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공식의 차이가 결국 ‘인간성과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경험과 공식‘의 차이라는 것을 알면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 P115

나는 모르고 상대방만 알고 있는 진짜가 있다. 그런 말을 듣고싶다면 자신의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한다. - P169

잘 듣는다는 것은 ‘귀‘로만 듣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는 동시에 상대방의 말 속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파악하고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도 파악해내는 것을 뜻한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듣기라면 더욱 그렇다. 사람마다 마음을 여는 암호가 달라서 그 문을 열려면 정밀한 세공이 필요하다. ‘이 사람은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구나!‘ 하는 감정을 일으키게 하려면 자유롭게 대화하면서도 본론에서 벗어나지 않게 돕고, 공감을 드러내는 기술과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 - P155

우리는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떻게 움직이고 작동하는지 주시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무조건적으로 인정받은 경험이 있어야 자신과 타인을 신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릴 때는 가정과 부모님이 그 역할을하지만 사회에서는 친구, 동료, 선배가 서로에게 그런 모습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그들의 말을 먼저 받아주자. 상대의 마음을 열고 싶거든 입을 열지 말고 귀를 열어보자. - P205

질문은 배달되는 과정도 중요하다.
말하는 사람의 표정, 목소리 톤, 전체적인 뉘앙스, 무엇보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말하기의 패턴 등이 그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저것이 나를 지키는 질문인지, 해치기 위한 질문인지를 가늠해낸다. 그러니 제대로 된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제대로 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 P219

사람들은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것을, 나도 꽤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상대방과 대화하는 중에 이런 마음들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선물은 없을 것이다. 질문은 바로 그런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낸다. - P227

중요한 것은 균형적인 시각이다. 현재를 냉철하게 판단하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모른 척하지 않는 조화가 필요하다. 다른사람의 변화와 성장을 돕기 위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먼저 목표질문을 충분히 주고받은 후에 장애 질문을 탐색하기를 권한다. - P257

좋은 질문에는 깊이가 있다. 아주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한 스토리를 끌어올린다. 좋은 질문은 예리하다. 상대방이 놓치고 있던 것을 정확하게 상기시킨다. 강력한 질문들은 간결하다. 불필요한 생각을 덧붙이지 않기 때문에 군더더기가 없고, 균형이잡혀 있다. - P271

나이 들수록 나의 말 그릇이 제대로 깊어지고 있는지, 적당히 채워지고 비워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해를 넘길 때마다 나이와주름살을 확인하듯 자신의 말 그릇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 P278

말은 자란다. 어릴 적의 나는 ‘자라게 하는 말‘을 많이 듣지 못했다. 하지만 듣지 못했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내면에 상처 많은 어린아이를 숨겨두고 살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더디기는 했지만 조금씩 성장했고,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돌아볼 만큼 넓어졌다. 이제는 끊임없이 생겨나는 삶의 과제들이 말그릇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담금질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성실하게, 사소한 책임을 다하면서 살려고 노력하고있다. 그 시간들 틈에서 내 말 그릇이 또 조금씩 자라날 것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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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세계 - 사랑한 만큼 상처 주고, 가까운 만큼 원망스러운
김지윤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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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소통이 불통으로 바뀌는 것 같아 우연히 알게 되어 구입해 읽게 되었는데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도 많았고, 모르고 했던 일도 있었고…
지난 시간이 안타깝지만 앞으로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려 노력해서 제 아이와의 관계가 조금이나마 개선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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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 루나파크 : 훌쩍 런던에서 살기
홍인혜 지음 / 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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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하면 런던아이(Coca-Cola London Eye)라고 불리는 회전관람차와 템스 강변의 대표적인 건물인 국회의사당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책에도 사진이 있더라구요..
템스 강변엔 배들이 많이 다니고 강폭이 넓지 않아(한강보다 작은 편이래요)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다리 위를 건너 다닌다고 하네요.

펍에 대한 그리움, 안달병, 행복공포증, 식물기르는데 소질없는 것, 사람과의 관계나 마음의 거리 등등 읽을수록 저와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아무릎을 치게 만들었던 책이었던 것 같아요.
런던에 대한 표현이 참 맘에 들어 저도 런던을 막연하게 여행리스트에 살짝 올려 놓고 오늘로 런던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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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 루나파크 : 훌쩍 런던에서 살기
홍인혜 지음 / 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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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늘 마음 한편에 고여 있는 이 고독감에 점차 익숙해지다보면 나름의 평화가 구축된다. 하나의 완벽한 생태계처럼 외톨이로서의 세계가 확립되는 것이다. 식사도, 음주도, 산책도 홀로 하는 고즈넉한 생활. 외로움마저 이 평화의 일부가 되어 혼자라는 상태에 만족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 P219

예술이 너무 훌륭하면 그 우미함에 질리게 된달까,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말하자면 ‘너무 완벽한‘ 것이다. 그럴 때 이런 소소한사람의 흔적을 발견하면 나는 와락 그것이 좋아지곤 한다. 늘 고상하고 단정하기만 한 사람이 젓가락질을 괴상하게 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랄까, 친근하고 다정한 기분이 든다. 장난스러움이나 허술함 같은 사람의 흔적을 찾는 일, 그것이 내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태도인 것 같다. - P224

살아생전 이처럼 뜨겁게 살았던 사람들이 왜 스스로 삶을 놓았을까. 그들의 그림과 글은 이다지도 생명력이 충만한데 왜 그들은 자살을 택했나. 그이유는 결단코 ‘삶을 향한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을 게다. 어쩌면 그들이 삶을 놓은 이유 역시 그들이 너무 격정적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P228

역설적으로 실제 죽음을 택한 건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 사는 동안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쏟아냈던 사람들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객기 충만한 사춘기 소녀처럼 자살을 추앙하는 건 아니다. 반대로 다시금 열정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삶은 고단했을지언정 그림에는 에너지가 넘쳤던 고흐처럼. 황금빛으로 물결치는그의 해바라기 앞에서 난 전혜린의 글을 생각했고, 나를 생각했다. 결국더 뜨겁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P229

자기가 잘 알지 못하는 나라라고 언어조차 없다 생각하는 것은 실례 아닌가. - P237

외로움과 그리움은 다르다

외로움과 그리움은 다르다. 지독하게 외로운데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누구도 그립지 않은 상태에 빠져본 적이 있다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나는 때로 왁자한 모임에 초청받지만 타인과의 교분 자체가 피곤해 스스로 약속을 파기하고 둥지로 파고든다. 그런 주제에 날개에 얼굴을 묻고 꺼억꺼억 외로워한다.
이렇게 외로워할 바에야 이제라도 그곳으로 향할까 싶지만 여전히 사람이 그립지는 않다.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갈될 외로움이 아니기에 그저 혼자이고 싶다. 그렇게 홀로 치열하게 외로워하는 것이다. 역시, 외로움과 그리움은 다르다. 우리는 이것을 잘 구별해야 한다. - P242

런던의 기본 날씨는 그림 그리다 붓을 씻은 물통처럼 칙칙한 하늘에, 한눈에 봐도묵직해 보이는 검정 구름이 정수리에 닿을 듯 낮게 깔린 그런 날씨였다.
그 와중에 이따금 스프레이로 뿌리는 것 같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때로는 온종일 스커트 자락을 붙들고 있어야 할 정도로 돌풍이 불기도 한다. 날씨가 이 따위이라서 런던에선 햇볕 한 자락이 더욱 소중하고 해만 나면 다들 공원에 눕느라 정신이 없다. - P252

이곳은 천장에 거대한 유리창이 있어서 비가 내리면 머리 위로 비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따뜻한 초콜릿을 홀짝이며 그림노트를 펴고 낙서를 하다 고개를 들어 회색빛 하늘이 어어 번져가는걸 보면서 참 행복했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지붕 있는 곳에 머물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비 때문인지 감성은 더없이 습해졌다. 낭만적인 감상에 빠져도 괜찮아, 나는 혼자니까. - P256

익숙한 모든 것과 거리를두려고 떠난 여행이었다. 습관적인 행복 공포증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큰 소리로 ‘나는 행복하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왜? 왜 행복하다고 인정하면 안 되는 건데? 왜 걱정하며 사는 게 오히려 속 편하다고 하는 건데? 행복을 인정하면 행복이 더 큰 행복을 불러올 수도 있잖아. 부정적 생각 따위 끼어들 틈도 없이 철저하게 행복해지자. 나는 그렇게 나 자신에게 소리쳤다. - P260

아직 숨이 붙은 동무를 사지에 두고 온 것 같아 계속 생각나고 그랬다. 무겁구나, 생명의 무게여. 나는 이제 식물을 기르지 않을 것이다.
안녕, 나의 민트 - P266

그 애도 나이가 들고 훗날 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워할 때가 올까? 지금의 나처럼 어지간한 것에는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이가 많은 걸 보면 뭔가 있겠지‘ 하고 의미를 찾을 때가 올까? 그런 무던한 시선의 사람들이 똥인지 된장인지 품평할 줄도 모르는 멍청이가 아니라, 그런투덜이 시기를 다 겪고 초연해진 사람들이라는 걸 알 때가 올까? 바라건대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 악감정의 전이에 고통받을 주변인을 위해서도, 행복이라곤 없을 자신을 위해서도 - P270

세상천지 모든 사람이 친절한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하기란 어려운 법이고, 세상에는 모난 사람도 많기에 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다 보면 여지없이 그런 지뢰를 밟게 된가. - P271

이런 작은 일에 수없이 의기소침해지고 하루를 날려먹은 끝에 나는 나름의 해결책을 찾았다. 고국을 떠올리며 마음을 추슬렀던 것이다. 한국에서의 따뜻하고 훈훈했던 기억을 돌아본 건 아니고 오히려 나에게 불친절했던 한국 사람들을 떠올리며 구겨진 마음을 폈다. - P272

나는 지금 런던 사람과 한국 사람의 친절도를 비교하는 게 아니다. 어디가 낫고 어디가 못하다고 품평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익숙한 고향땅이든, 생경한 이국땅이든 불친절한 사람은 어디에나 비슷한 빈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결국 그 사람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이지 외톨이 동양인 여행자라는 내 조건에서 기인한 문제가 아니다. 설사 그 사람이 실제로 날 얕잡아보고 그랬다손 쳐도 그 역시 그 사람의 수준 문제인거다. 두고두고 마음 쓸 이유가 없는 거다. - P274

가끔 생각한다. 행복이라는 건 어떤 특수한 종류의 프리즘이 아닐까 하고 이 투명한 물체는 분명 내 손 안에 있는데도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면 도통 보이지 않는다. 유리알처럼 말갛고 물처럼 속이 훤히 비쳐서 마치 없는 듯 감쪽같기만 하다. - P282

분명 내 손에도 프리즘 한 개가 있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상대방의 손을 쳐다보며 내게는 저 무지개가 없다고 한숨 짓는다. 이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도무지 고쳐지질 않는다. 행복의 방법을 뻔히 알면서도 안되는 거다. 타인의 눈에는 분명 내 무지개가 보일 텐데 어째서 나는 아무것도 없는 듯 여겨질까. 내 손안에서 무지개를 보기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정말 행복하고 싶은데, 행복해지기란 왜 이렇게 힘든 걸까. - P283

나는 원체 나라는 인간 자체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편이다. 어쩌면 소심한 성격 탓에 타인의 별 뜻 없는 언행에 숱하게 상처받고, 그렇게 심약한 자신에 자괴감을 느껴 ‘나는 왜 이럴까‘를 빈번히 생각하다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 P300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이었다. 사람은 혼자서도 살아지더라는 것. 그동안 나는 숱하게 ‘관계‘ 속에서 번민하며 살았다. 중고교 시절 좁디좁은 학교라는 집단 안에서, 소외되는 것을 죽음처럼 두려워하며 살다가 혹 대학에가면 나아질까 희망을 품었거늘 결국 어느 사회에 있건 인간관계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한결같았다. - P301

결국 문제는 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가치를 관계를 통해서, 남의 눈을 통해서만 파악했기에 타인의 관심과 인정이 없는 삶은 상상도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남, 남, 오직 남을 의식하며 살았기에 누군가의 뚱한 표정과 사소한 핀잔에도 수없이 나를 다쳐가며 살았다. 세상 사람 전부가 나를 좋아해야 했고 누군가와 관계가 틀어지는 게 세상에서 가장 괴로웠다. - P303

마침내 나는 깨달았다. 그동안 그토록 소외를 겁내왔지만 이렇게 철저히 관계에서 유리되어서도 살아지더라는 것. 죽을 만큼 외로워도 결국 죽지는 않는다는 것.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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