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얄밉다’는 표현을 쓰는 많은 경우, 사실은 그 대상이 미웠던 것인데 미움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이기가 두려워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밉다’ 앞에 ‘얄’ 자를 붙인다는 것을요. 미워하는 게 정당한 순간에도 ‘얄’ 자를 붙여 상황을 귀엽고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대충 넘어갔고, ‘밉다’보다 한 단계 낮은 ‘얄밉다’로 감정의 수위를 낮춰 또 대충 넘어갔다는 것을요.

한 번에 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제 말 속에서 얄짤없이 ‘얄’ 자를 없애고, ‘얄’ 뒤에 숨어 있던 미움과 대면하면서, 미움을 미움 그대로 받아들여야 그 미움을 비로소 해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동안 충분히 해소될 수도 있던 미움들이 ‘얄’ 자에 막혀 오히려 쌓여가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미워할 용기는 미워하지 않을 용기, 나아가 사랑할 용기의 시작점이기도 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물론 미움을 꼭 버려야 할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갖고 있으면 있는 만큼 저의 에너지와 감정을 소진시키는 건 분명하니까요. 꼭 품어야 할 미움만을 정확하게 골라내고 나머지는 계속 버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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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 명문장/돛대와 헌 옷
명문장 그것으로 설명이 다 되었다.

선비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배를 타고 가는 것과 비슷하다. 재주를 노로 삼고 운명을 순풍으로 삼아야 편히 갈 수 있다. 재주와 운명이 좋아도 뜻이 낮으면, 배가 온전하고 바람이 순조롭더라도 뱃사공이 적임자가 아닌 것과 같다.
(・・・) 강과 바다가 크고 작은 것은 다르지만 배를 타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를 세우고 돛을 다는 것은 나아가기 위해서요, 닻줄을 매고 닻을 내리는 것은 멈추기 위해서다. 또 반드시 헌 옷가지가 있어야 배가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의로움을 돛대로 삼고 신실함을 돛으로 삼으며, 예의 바름을 닻줄로 삼으며 공경하고 신중하고 청렴하고 부지런함을 헌 옷으로 삼는다면, 아무리 무거운 짐이라도 실을 수 있고 아무리 먼 곳이라도 갈 수 있으며 아무리 통하지 않는 곳이라도 통할 수 있다.
- 이제현, <여한십가문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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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사랑한다고 공공연히 밝힌 저입니다만 이런 습도와 결합한 땡볕까지 끌어안기란 쉽지 않습니다

불볕더위 속일수록 바지런히 뭔가를 하려 들 때면 용이 쓰이니 움직임을 최소화하면 더위를 덜 느끼게 된다는 어른들의 말은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를 담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아이에게는 더 열받게 만드는 소리였죠

우리는 흥을 낼 기회가 쌀 한 톨만큼 주어져도 밥 한 솥을 지어내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잠들 땐 미처 알지 못했죠, 커튼 없는 그 방이 동향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 편지 저편 ‘혼비씨’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꽃이 피었다가 졌다. 시간이 사람에게 하는 일이 그사이 어김없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풍경 사이로 끊임없이 일상의 피로를,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늙음과 죽음을, 죽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흘려보내는 것 말이다."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것’을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그중 ‘함께 나눠서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꼭 물리적인 몫의 나눔이 아니더라도 함께 꾸준히 일상을, 웃음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무튼, 술』을 쓸 정도로 술을 좋아하지만 절대 없으면 안 되는 건 커피라면서요? 이 점은 저와 비슷하네요.

저는 혼비씨를 비롯해서 누구에게도 아직 ‘어른’으로 본을 보일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러 번의 여름을 보내고 나서 알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마~~~ 있다보면 1주일 뒤, 길어도 2주일 뒤에는 이렇게까지는 덥지 않게 된다는 것. 그러다보면 또 금세 바람이 서늘해진다는 것, 나뭇잎들이 초록을 잃어가다가 문득 여름의 선명함이 그리워진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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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 학문•철학/불교
연기가 인연과 같은 말인 걸 나만 몰랐던건가…

싯다르타 사상의 핵심은 ‘연기와 자비‘다. 연기란 ‘말미암아 일어나다‘라는 뜻으로 ‘인연‘과 같은 말이다. 모든 존재는 상호 의존적인데 고통과 괴로움도 그러한 인연으로 말미암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통과 번뇌의 사슬을 끊기 위해 자비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봤다.
불교의 핵심 교리는 ‘고집멸도‘, ‘삼법인‘ 등으로 표현된다. 모든 존재는 고통에 빠져 있는데 잘못된 것에 집착하기 때문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욕망을 극복하고 해탈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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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문화/왕실 태교
예나 지금이나 태교에는 각별하구나

오늘날이나 조선 시대나 태교를 대하는 태도는 비슷했다. 정확히 말하면 조선 시대의 태교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더구나 조선 시대 왕실에서는 왕자의 탄생이 가장 중요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임신 후 산전조리와 출산 후 산후조리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왕실 문화는 양반 문화에 영향을줬고 곧 조선 사회 전반에 퍼져나갔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의 태교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선 왕실의 태교 문화부터 살펴봐야 한다.
왕비는 매일 아침 자리에서 유교 경전이 새겨진 옥판의 내용을 숙고하며 소리내어 읊었다. 특별히 옥에 경전을 새긴 것은 옥을 귀중히 여기는 동양 문화 때문이다. 옥뿐 아니라 홍수정, 자수정 등으로 만든 반지, 팔찌, 목걸이를 만지거나 바라보는 것도 좋게 여겼고 궁중 악사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기도 했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은 것만 듣는 것이 태교의 기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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