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로버트 J. 소여 지음, 김상훈 옮김, 이부록 그림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첫문장, 내 이웃인 프레드는 조지아 만에 별장을 한 채 갖고 있다.



SF라는게 뭘 말해도 잘만 말하면 상관없는 장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든 책 이랄까...

난 그냥 공룡을 만나고 돌아오길 바랐는데...
그 이상의 뭔가가 있더라구...



 특히 소여의 과학소설은 치밀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때로는 황당무계하기까지 한 아이디어를 중심에 두고, 인간과 우주에 대한 치열한 반성적 인식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류의 공상과학소설과는 극명하게 구분된다. 그리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소여의 제반 장편들 중에서도 시간 여행을 다룬 『멸종 이야말로 이 ‘반성적 인식을 가장 첨예하게 반영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반부에서는 ‘21세기 초 캐나다의 두 고생물학자가 6500만 년 전 백악기 말기에 일어난 공룡 멸종의 원인을조사하기 위해서 햄버거형 저예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라는,
 SF 팬이라면 슬며시 웃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B급 영화 같은 상황이 전개되지만, 두 주인공이 일단 백악기에 무사히 도착한 뒤에는 자연재해에 의한 대규모 멸종이라는 국지적 사상事象을 뛰어넘는 경천동지할
‘비밀이 밝혀지며, 시간과 생명의 양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태양계 외행성과 양자 이론을 넘나드는 지적, 육체적 모험 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그 끝에서 독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SF사에서도 길이 남을 만한 스펙터클이다…….

-366p
옮긴이의 말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문장,
사령관은 덕목과 가족에 대해,슐포르타 소년들이 어딜 가나 늘 달고 다니는 불을 상징하는 표지, 국가의 난로를 지피는 순수한 횃불을 의미하는 그 불에 대해서 연설하고, 또 총통이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하는데,그 말은 베르너의 귀를 익숙하게 두들기고,무모한 소년 하나는 투덜거리며 토를 단다.˝아, 내 중심부에도 뭔가를 담는 뜨거운 그릇 하나가 있지.˝

-85p
그를 덮치며 부서지는 향수의 파도가 통렬하기 그지없어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지 않을 수가 없다.

-88p
˝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네,마네크˝
˝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문제를 일으키는 거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158p
시간이 닳아서 떨어져 나간다.

-371p
그가 이름을 말하자, 그녀가 말한다.
˝내가 시력을 잃었을 때 말이에요, 베르너, 사람들이 나더라 용감하다고 했어요.우리 아버지가 떠났을 때도 사람들은 내가 용감하다고 했어요.하지만 그건 용감해서가 아니에요. 내겐 달리 방법이 없었는 걸요.난 자고 일어나면 그저 내 인생을 사는 거예요.당신도 그렇지 않아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문장,
땅거미가 지자 그것들이 하늘에서 솓아져 내린다.

산 지 일 년은 족히 넘었을거다.
표지가 별로란 이유로 손이 가지 않았다.
보나마다 재미없을거라고 단정짓게 되는 표지였다.
구매의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중고시장에는 책이 넘쳐났고 평은 좋았기 때문일까.
내가 가진 편견은 정말 쓰레기였다.

이 책은 지금받는 대우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이란 이 제목은
이 책의 반의 반의 반도 가치를 담치 못하고
심지어 이 표지는 이 책의 가치를 깎아 내린다.
민음사는 이 책을 위해 더 나은 것을 해내야 했다.


아직 12월이 되지 못했지만
난 감히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꼽는다.

빈틈없이 아름다우나
여백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수채화같이 서서히 손끝에서부터 퍼져나간다.

이 책의 분위기가 좋다.
그 전까지 2차 세계 대전의 이야기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말했던 사람이 있었나.

눈이 보이지 않는 프랑스 소녀와
기계와 수에 타고난 독일인 소년

이 둘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표지와 제목을 극복하고서라도 무조건 읽어야 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9-24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문장,
살을 에는 찬 공기가 적막하고 광활한 땅 위로 펼쳐졌다.


나는 노인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산다.
어느 순간 어느 날에 갑자기 죽어버릴 거라는 기대나 확신을 하고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노인이 되어 버린다면
쓸모없지 않기를.
쓸데없지 않기를.
세상을 위한 쓸모나 세상을 위한 쓸 데가 아닌
나를 위한 쓸모가 있기를 나를 위한 쓸 데가 있기를.
제발 우아하기를 제발 풍요롭기를 제발 평안하기를.

알래스카 극지방 유목민들은 떠돌아 다니며 산다.
먹을 것을 찾아야 하니까. 순록처럼.
버림받은 두 노인이 버림 받은 이유가 자명하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서도 집단을 위해서도 쓸모가 없었다.
자신들이 쓸모 있음을 자각하지 않았다.
어른이라서 대접 받고 보호 받는 사이에
그 모든 것들을 망각하고 투덜거림만 늘었다.
그래서 버림받았다.
그랬더니 모든 걸 아직 할 수 있는 사람 둘이 남았다.
그들은 그 어떤 알래스카 부족보다 영리하고 지혜롭게 먹을 걸 쌓아두고 사냥을 하고 어느 지점이 풍요로운 줄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쓸모를 입증하고 다시 부족으로 돌아갔다.
둘이서도 충분했겠지만. 그래서 부족민들이 찾으러 왔을 때 나는 짜증을 냈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늙어 계셨던 외할머니를 떠올린다.
우리 외할머니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 엄마 말로는 내가 엄마를 괴롭혀서 그렀다는데...
글쎄...
그냥 내 존재가 우리 외할머니 마음에 들지 않는 타입이었던 것 같다.
나도 우리 외할머니를 별로 안 좋아했으니... 쌤쌤친다.

스스로가 늙어 할 줄 아는게 없어 투덜거림만 늘었다는
두 늙은 여인의 반성을 읽으며
우리 할머니도 그랬었는데... 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와 우리 할머니는 참 많이도 싸웠다.
싸우면서 할머니는 작아지고 무능해지고 스스로를 쓸모없게 되었다.
난 엄마와 싸우지 말아야지. 우리 엄마를 무능해지게 만들지 말아야지.
할머니가 마늘을 다듬거나 나물을 다듬거나 반찬을 만들어서
우리 엄마의 퇴근길에 엄마에게 선물로 줬다면
그랬다면 그걸로 괜찮았을텐데...
그럼 엄마와 할머니가 덜 싸웠을텐데...
나와 엄마가 사이가 좋지 않을때처럼 둘이 편먹고 그냥 나만 욕했을텐데...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우리 할머니는 절대 그런걸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왜 안했을까.
그런건 기지배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적극적 문명화된 사상이 할머니 머릿속에 있으셨을까.
젊어 너무 많이 하셔서 늙어선 진절머리가 나셨을까.
그래도 딸이니까 좀 해주셨음 좋았을텐데.
난 우리 엄마의 엄마가 되지 못할거다. 난 아직도 우리 엄마를 좋아하고 무서워하고 어려워하니까.
그래도 혹시라도 다음 생에 엄마의 동생으로 태어나거나 엄마의 이모로 태어나거든 내가 살뜰히 그렇게 챙겨야지.
맛없어도 가지고 가라 뒤통수에 대고 소리 질러야지.
저 기지배가 저렇게 싸가지가 없다고 흉보면서도 때되면 보약을 쌓아놓고 너 요즘 왜이렇게 상했냐며 꼭꼭 챙겨야지.
내가 그래야지.
왜냐면 우리 할머니가 이런걸 안했었거든...
우리 엄마는 동생도 이모도 없는데...
그런걸 할 수 있는 할머니였다면 쓸모와 쓸데가 있단 자부심이 생기셨을텐데...

할머니를 생각하다 엄마를 생각한다.
효녀가 따로 없다.

이 책은 책의 문장보다 옮긴이의 문장이 더욱 빛난다.
꼭 옮긴이의 말까지 읽어 보시기를.

-170p
마흔 개의 여름이 어떻게 여든 개의 여름을 이기겠는가.
마흔 살에게 마흔한번째 봄은 미지의 시간이지만 여든 살에게는 무엇으로도 쓸 수 있는 단단한 기억인 것을.
자작나무를 네 조각으로 갈라 가죽끈과 연결해 생애 최고의 눈신발을 만들었던 게 마흔여덟째 가을이었다면 ?
눈을 깜빡이지 않고 상대의 눈을 쏘아볼 줄 알게 된 것이 쉰두번째 겨울이었다면? 연어 껍질로 말린 물고기를 담을 주머니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 일흔번째 늦여름이었다며?
적막하고 고요한 대지를 마주하고 홀로 서서 우주 속의 나를 바라볼 거리를 여든한번째 봄에 갖게 되었다면?
시간이란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이고, 그림을 그림이게 하는 것 역시 원근이 아니라 깊이(메를로 퐁티)라는 것을 칙디야크와 사가 그들이 본 여든한 개의 여름과 일흔여섯 개의 가을로 확인해준다.

몇 번째인지 모르지만 깊이를 더해가는 그대의 봄 앞에 이 이야기를 드린다.그대의 눈신발,그대의 바라봄,그대의 연어 껍질 주머,아직 오지 않은 그대 삶의 절정을 위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돈 버는 팔자가 따로 있다고 한다.
페터 회는 아마 돈 버는 팔자의 작가일 것이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이딴 책을 만들고도 돈을 벌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보다 훠얼씨인 좋은 책을 쓰고도 안 팔리는 작가가 세계에 그토록 많은데
왜 이 사람은 이딴 책을 쓰고도 재단까지 만들 수 있는 어떤 것을 가지게 된 것일까.
이건 팔자론에 입각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읽었다면서
다른 책이 없냐고 묻는다면
그 작가는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대필시킨게 분명하다.고
혹은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이후로 모든 작가적 재능이 끝장나 버린거라고 그렇게 말해주겠다.
이런 책으로 시간 낭비를 할 순 없다.
웹소설도 이것보단 낫다.

주인공 수잔이 갖고 있는 어떤 재능을 수잔 이펙트라 부르는데.
사람들이 진실된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그런 재능이라고 한다.
가관인건.
이 주인공 수잔은 이 효과를 이용해서 쓰잘데기 없는 선의를 베풀고 싶어하는데 그 중 하나가 나랏일을 하며 지쳐있는 고위 관리자에게
‘섹슈얼 힐링‘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 고위 관리자는 그런걸 바란적도 없다.
미친...
쳐도른...
뭐가 어떻게 돌아버림 이런 주인공이 탄생하는 걸까 ㅆㅂ ...

이런 책은 아무도 읽지 않았음 좋겠다.
페터회는 뭐하는 인간인걸까.

첫문장, 발뷔에 위치한 칼스버그 재단의 명예 저택은 850제곱미터, 전 면적에 걸쳐 지하층이 깔렸고 전용 녹지가 딸렸으며 집세는 평생 무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