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우기 전에는 온도와 습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나마 온도는 날씨를 검색할 때 확인했지만, 그마저도 ‘오늘 춥네‘, ‘다음 주는 덥네‘ 정도의 무딘 감각으로 살아왔다. 식물을 키우고 나서야 온습도계를 사서 작업실의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18.9도, 21.4도, 24.8도.
온도와 습도의 미세한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니 그 차이가 피부로느껴진다. 공기의 느낌도 다르고 숨을 들이마실 때의 촉감도 다르다. 온습도에 따라 기분이나 몸의 컨디션도 미세하게 달라진다. 작업할 때의 집중도도 차이가 난다. 주위 환경에 민감해진 것이다.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했으면서, 나에게는 너무 무관심했구나. 식물을 관리하기 위해 구매한 온습도계인데 오히려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공간에 햇볕을 들이고, 자주 환기를 시키고, 가습기를 틀고, 온도를 맞추고, 이런 노력들은 식물뿐 아니라 나에게도 이로운 관리였다. 식물을 키우면서 스스로도 함께 돌보고 있다. - P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