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북클럽의 위력. 지나치게 미국적이며 장장 700페이지가 넘는 이런 벽돌책을 사람들에게 읽히다니. 연휴 이틀을 고스란히 앗아간 책. 원서로 인생 수정을 시도했다가 던져버린 기억이 있는데 그나마 번역본이라 완독에 성공한 듯 하다.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는 분책이라도 되어 있지 이 책은 들고 읽기에도 힘겹다. 더불어 황금방울새처럼 이 책도 한국인에게 어느 정도의 울림이 있을지 의문이다. 자신의 문학적 소양을 자랑하는 용도 말고 정말로 이 작품들에 큰 감동을 받은 한국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지나치게 미국적이고 만연체라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자기 인생을 맘대로 망칠 자유라는 거야. - P472
드라마는 보지 않고 관련 기사 타이틀을 확인하고 원작을 찾아 읽었다. 드라마 원작이 젊은 나이에 비해 원숙한 스타일의 작품을 쓰는 정한아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반전의 반전 스타일이라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나본데, 최근작을 먼저 본 셈이 됐지만(술과 바닐라) 예전부터 그는 걸출한 이야기꾼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미나리‘의 모녀버전이리는 옮긴이의 말이 거칠지만 정확했다. 이민1세대는 2세대 자녀를 키우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본인도 낯선 환경인데 자녀는 미국에서 자라지만 미국에서는 이방인으로 여겨지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만 부모는 이 사실을 인지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그 갈등과 혼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정점에 한국음식과 문화가 있다. 어머니의 사망 이후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이 드라마틱하고 미셸의 어머니가 매우 기뼈하셨을 것이며 그것이 모두 미셸 어머니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셸이 아들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역시 모녀라는 관계는 동성이기 때문에 더 끈끈한 무언가가 있고 그것이 음식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그렇다. 감동 그 이상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