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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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느낄 줄 아는 것도 습관이고, 불행을 느끼는 것도 습관. - P132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바로 그 잃어버린 것들 덕분에 얻은 것 - P136

대개 헤어지자고 여러 번 말하는 쪽이 사랑에서는 늘 약자였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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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수필은 좋아하지만 소설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고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한 번 읽어보았다. 처음에는 완전 이거 한국판 '50개의 그림자'가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에는 이 중견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 마무리짓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다 읽었다. 30대 여자들의 판타지를 담고 있달까. 절대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ㅠ 


읽으면서 공지영의 '먼 바다'가 떠올랐다. 이 소설도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여기에도 노회한 작가의 판타지가 나온다. 40년만에 만난 첫사랑이 머리가 벗겨지지 않고 배가 나오지 않았음에 안도하는 장면. 모든 여자들의 환상이 아닐까. 


실제로는  그 첫사랑의 대상은

임경선의 '평범함 결혼생활'에서처럼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온 한 마리의 '야생 멧돼지'에 불과하게 되어버린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말이다. 


왜 여성작가들만 이런 환상을 담은 소설을 써내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곰곰히 하다가 남성작가들의 작품에는 뭐가 있을까 떠올려 보았다. 

박범신의 '은교' 정도? 


인간이 품을 수 있는 환상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것인가. 나이가 들수록 더 깊어지는 것인가.


늘 젊을 수는 없다. 작가도 독자와 함께 나이가 드는데 그런 작가에게 늘 젊은 작품을 요구할 수 없다. 작가도 늘 새로운 작품을 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늘 기대하게 된다. 그들은 오랜 세월 특별한 재능을 갈고 닦은 이들이기에.


+ 임경선, 공지영 작가 모두 데뷔 초기에는 비판을 정말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서 이제는 누구도 그들의 실력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견 작가로 간주되며 어느 정도 고지에 이른 다음의 작품 활동이 오히려 더 어려운 것 같다. 비슷한 작품들로 명성을 이어가느냐, 변화를 꾀하며 발전하느냐, 자신의 명성을 발판으로 독자들의 눈치는 덜 보고 점점 더 하고 싶은 작품 활동을 하느냐.  

임경선 작가도 '태도에 관하여'가 10만부 넘게 팔리면서 그 이후부터 어느 정도 고지에 올랐다고 자평하던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에서)

 그 이후의 행보들이 그런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성적 판타지가 가득한 작품을 쓰고, 결혼 20주년을 맞아 사생활을 조금 노출하며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자신의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이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모두 남편에게 준다는 지극히 결혼 20주년 페스티벌이라고 느껴지는 작품활동 등등. 하지만 싱글처럼 보여지는 작가가 유부녀에 자녀도 있고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니 여기에 한 번 놀라고 위에 언급한 결혼 20주년 페스티벌로 여겨지는 일련의 활동들이 그의 유명세와 함께 더 상승작용을 일으켜 너무 안 팔려도 문제지만 너무 잘 팔려도 찜찜할 사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는 그 책은 판매고를 쭉쭉 올리며 순항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 작품을 읽고 역시나 임경선은 에세이에 특화된 작가이구나 싶었다. 에세이가 대세인 이 시대에 에세이에 특화되었다니 참으로 럭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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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더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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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타국에서 김금희의 단편집 두 권을 읽었더랬다. 소문보다는 기대 이하였다. '너무 한낮의 연애'였던가. 내가 접하던 아주 좁은 세계의 소문들이 정확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을 것이 늘 부족했던 그 때 '오직 한 사람의 차지'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고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또 그의 작품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나놓고 보니 그것이 김금희의 매력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몰랐다. 그것이 독특한 매력은 아니더라도 찾아 읽을 수 밖에 없는 그 무엇이었다는 것을. 


그런데 이런 의구심이 '복자에게'를 읽고 풀렸다. 그렇구나. 이런 힘 때문에 그렇게 센세이셔널했던 거구나 싶었다. 김금희의 저력은 장편에서 나오는구나 싶었다. 그의 단편은 노련한 젊은 작가가 나왔네 정도였다(죄송. 하지만 노련하다는 것은 칭찬일 수 있다.). 하지만 '복자에게'를 읽으면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와 우정과 사랑과 여성의 인권과 삶과 사랑과 운동으로 세상을 바꾸어 보려 했던 사람들과..다양한 것들을 품으면서도 잘 어우러지게 여기저기를 넘나들 수 있는 재주를 지녔다. 김금희는.


흔한 이름인 '은희'도 아니고 무려 '금희'인, 이름 컴플렉스가 있다는 79년생 김금희 작가는 '복자에게'라는 촌스러운 이름의 작품으로 우리 곁을 다시 찾아왔는데. 처음에는 '복자'라니 할머니나 아짐들의 이야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금희'처럼 '복자'는 무.려.  30대였다. (금희작가는 40대)


읽으면서 아름다운 제주도를 떠올릴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렇게 또 제주도 여행 한 번 제대로 했다. 이번에는 여행이 아니라 장기 체류자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마지막 펜데믹 시절 이야기로 마무리된 것이 더 마음에 들기도 했다. 기가 막히게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낼 줄 아는 작가이다. 멋지다. 



+ 뒤져보니 '경애의 마음'도 엄청나게 센세이셔널했나보다.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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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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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한 일이 있으면 친정에 가느니 바다로 간다. - P189

종교는 그렇듯 버텨내는 자들에게 기꺼이 복을 약속하지만 소설은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 이렇듯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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