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타국에서 김금희의 단편집 두 권을 읽었더랬다. 소문보다는 기대 이하였다. '너무 한낮의 연애'였던가. 내가 접하던 아주 좁은 세계의 소문들이 정확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을 것이 늘 부족했던 그 때 '오직 한 사람의 차지'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고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또 그의 작품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나놓고 보니 그것이 김금희의 매력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몰랐다. 그것이 독특한 매력은 아니더라도 찾아 읽을 수 밖에 없는 그 무엇이었다는 것을. 


그런데 이런 의구심이 '복자에게'를 읽고 풀렸다. 그렇구나. 이런 힘 때문에 그렇게 센세이셔널했던 거구나 싶었다. 김금희의 저력은 장편에서 나오는구나 싶었다. 그의 단편은 노련한 젊은 작가가 나왔네 정도였다(죄송. 하지만 노련하다는 것은 칭찬일 수 있다.). 하지만 '복자에게'를 읽으면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와 우정과 사랑과 여성의 인권과 삶과 사랑과 운동으로 세상을 바꾸어 보려 했던 사람들과..다양한 것들을 품으면서도 잘 어우러지게 여기저기를 넘나들 수 있는 재주를 지녔다. 김금희는.


흔한 이름인 '은희'도 아니고 무려 '금희'인, 이름 컴플렉스가 있다는 79년생 김금희 작가는 '복자에게'라는 촌스러운 이름의 작품으로 우리 곁을 다시 찾아왔는데. 처음에는 '복자'라니 할머니나 아짐들의 이야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금희'처럼 '복자'는 무.려.  30대였다. (금희작가는 40대)


읽으면서 아름다운 제주도를 떠올릴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렇게 또 제주도 여행 한 번 제대로 했다. 이번에는 여행이 아니라 장기 체류자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마지막 펜데믹 시절 이야기로 마무리된 것이 더 마음에 들기도 했다. 기가 막히게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낼 줄 아는 작가이다. 멋지다. 



+ 뒤져보니 '경애의 마음'도 엄청나게 센세이셔널했나보다.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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