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어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된 삶이 가치 있는 거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쓰고 있고 그래서 내 삶은 가치가 있다고. - P9
시인 이소연의 산문집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으로 착각했으나 이내 한국경제신문에서 칼럼을 쓰는 이소연 시인의 작품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원래 정했던 제목이 ‘시인이 되어서 정말 즐겁다‘였다니 정말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다 담긴 제목인 듯하다. 이 책을 통해 신나게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시를 쓰는 씩씩한 이소연 시인을 만날 수 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유사하다는 평에 주저없이 구매해 읽다. ‘가재~‘는 몇 번 원서로 읽기를 시도하다 포기하고 영화로 봤는데 ‘흐르는 강물처럼‘은 번역본으로 바로 보아서인지 휘리릭 읽기 성공. 빅토리아의 일생에 눈물지으며 읽었다. 콜로라도 복숭아 농가에서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장엄한 대서사시를 이렇게 한 마디로 줄일 수는 없다. 빅토리아의 외로운 삶이 참으로 사무치게 묘사돼 ‘가재~‘의 주인공과도 비슷해 보였다. 어릴 때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아들을 만나는 장면으로 소설은 막을 내리는데 정말 가슴 찡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도 ‘가재~‘처럼 영화화될 수도. 부디 빅토리아가 윌슨을 꼭 닮은 루커스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다.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소설.
오랜만에 김사과 작품집을 읽었다. 예전에는 김사과 작품에서 나타나는 위악성과 탕진되는 젊음에 뭔가 통쾌함을 느꼈었다. 오랜만에 읽은 김사과의 작품들은 여전했고 주인공들이 더 나이가 들었다. 위악성이 덜 해졌고 대신 자본주의 사회에서 극단적인 특성을 보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두 정원 이야기‘가 가장 리얼했다. 두 작품 다 비슷한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인물들이 나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 계급고착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김사과의 소설들은 낯선 듯 친숙하다. 특이한 작가.
인터뷰집을 좋아하는데 손웅정님 인터뷰라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았다. 에너지를 듬뿍 받아가는 느낌. 전작의 손웅정이 튀어나와 나에게 말을 건네는, 나와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대가들은 다 다르지만 또 다 비슷하다. 육십대의 육체와 정신이 이렇게 파릇파릇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간만에 나를 반성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