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리커버)
하완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송)하완의 두번째 작품. 첫작품처럼 재미있다. 자고로 인간이란 이렇게 살아야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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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리커버)
하완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나는 안다. 한 번에 모든 걱정과 불안이 해결되는 만능키 같은 정답은 없다는 걸. 어떤 선택을 하든우리는 항상 잘못된 곳에 와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저 끊임없이 궤도를 수정하며 나아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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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스노볼이 들어있고 표지도 알록달록 예뻐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이 시리즈를 다 읽는 것이 목표)라서 고르게 된 책. 


그러나 읽고보니 매우 우울한 책이었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SF영역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영역의 소설도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 들어오는 시대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장르문학이라고 해서 굳이 따로 분류를 했었던 것 같다.)


실리카겔 같은 눈이 사시사철 내리는데 그 눈이 녹지 않고 계속 내린다. 많이 노출되면 앨러지 반응이 일어나 심하면 죽게 된다. 코로나 상황이 일년 넘게 지속이 되어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특히 어제 미세먼지 농도가 350를 넘어가 일체의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를 받은 날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바야흐로 지구의 종말이 머지 않았다는, 아니 이 순간이 바로 지구 종말의 순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도 나온다. 모든 것이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바로 그 멸망의 날은 어느 한 순간에 찾아오지 않고 서서히 멸망해 간다는, 아니 멸망해버려도 꾸역꾸역 인간은 그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대목. 바로 요즘의 세상이 바로 그 세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사시사철 내리지만 녹지 않고 그럼에도 밝게 빛나기만 하는 눈은 소각해버려야 하는 유독 물질이 되어 도시 하나가 폐쇄되고 거기에서 돈 때문에 몰려온 혹은 돈이 없어서 폐쇄된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눈을 처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 세상. 그 세계에도 사랑과 우정은 존재하지만 그 참혹함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지금, 여기도. 


얼마 전 읽었던 책도 떠올랐다. 최진영의 '해가 지는 곳으로'.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 나를, 내 형제를, 내 친구를 지키려 노력하는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이 두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된 인물들은 모두 미성년자이다. 왠지 성년들은, 우리 어른들은 더이상 뭔가를 보여줄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희망은 아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어찌보면 지극히 어른스러운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왠지 희망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 그나마 우리(어른)가 아닌 뭔가 순수해보이는 어린 아이들을 가상으로 설정해 놓고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느낌도 든다.  


전염병과 재난. 이 두 단어가 요즘 키워드가 된 것인지. 갑작스럽게(우리가 애써 무시해 온 것일 수도) 가속화된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변해 자연 재해와 그로 인한 재난을 막을 수 없고(이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인가 천재지변인가) 더불어 그 어디에도 없었던 새로운 질병이,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무력한 시대. 바야흐로 이것이 지구종말이다. 종말은 온다. 종말이 왔다. 그것은 갑작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 어떠한 방식으로도. 슬프고 우울하다. 희망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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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들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노년으로서의 공통된 모습과 대가로서의 남다른 모습을 함께 지니는 그 무엇일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일까하는 궁금증에 이 책들을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첫번째 책은 윌리엄 스타이런의 '보이는 어둠-우울증에 대한 회고'이다. 로맹 가리, 어니스트 헤밍웨이, 실비아 플라스 등등 우울증으로 인해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한 작가들은 정말로 무수히 많다. 이 책은 정서장애에 대한 심포지엄에서 강연한 강연록을 조금 수정해서 출간한 것이라는데, 그의 우울증에 대한 여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성격 유형 분석이 흔해진 요즘이라 대부분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고들 있는 듯 한데  '예술가 유형(특히 시인들)'이 특히 우울증에 취약하다는 언급이 있었다. 알베르 까뮈는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스타이런은 속도광으로 유명했던 사람과 동승한 알베르 까뮈를 의심하고 있었다. 순전한 자동차 사고이기만 했을까 하고 말이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대작을 집필해 재기를 꿈꾸던 정황상 자동차 사고로 분류되었지만 누구나 다 아는 속도광의 차를 그 중요한 시기에 굳이 얻어타야할 만한 중차대한 이유가 과연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로맹 가리도 허무하게 잃고 까뮈도 허무하게 갔으니 말이다. 


우울증의 다양한 증상과 치료 과정, 회복 이후의 이야기 등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들이 있다. 작가들의 우울증의 양상이라든가(특히나 같은 시대를 살았던 대가들의), 우울증 및 그 치료에 관한 의사 및 일반인들의 편견 등등.


두번째 책은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 특히 자신의 부모 이야기는 하지 않던 하루키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 아주 얇은 소품인데  '이렇게 개인적인 문장이 일반 독자의 관심을 얼마나 끌 수 있을지 모른다'는 본인의 언급처럼 하루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전혀 주목받지 못했을 이야기다. 절연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아버지에 대한 회고를 책으로 펴낸 하루키.  늘 20대 감성에 머무르는 것처럼 보였던 하루키도 이제 70대의 노인이 되어 자신의 아버지를, 그리고 자신의 유년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여러 모로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만년 청춘의 작가 한 명을 잃은 느낌이랄까. 


다 읽고 나니 전혀 접점이 없어보였던 두 책이 뭔가 비슷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어쩌면 여러 스펙트럼을 지닌 노년의 모습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년이란 무릇 자신의 과거를, 경험을, 지나온 젊음을 들여다보는 시기이다. 모든 것이 꿈인 것 같기도 하고 이 모든 것들을 뒤돌아보고 있는 내가 꿈인 것 같기도 한, 일장춘몽을 다 겪은 노작가들의 이야기. 


동서를 막론하고 뭔가 노년의 처연한 슬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신록이 푸르른 계절에 처연한 책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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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충실한 마음'을 읽게 되었다. 사전 정보 없이 읽었는데 어떻게든 한 아이를 도우려는 몸부림이 나와서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도 찾아 읽게 되었다. 특히나 '보여주기만 하면 안 되고, 말을 해야만 한다'는 광고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말은 절반 이상이 거짓말이기에 공감이 가는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은 분량의 이야기이고 삼부작 시리즈로 아직 세번째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는데 세번째 작품도 기다려진다. 


'충실한 마음'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이 나온다. 부모를 지켜주려는 아이의 마음과 그것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걱정거리들,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어른과 그럼에도 무심하게 모든 것을 넘어가려는 어른들이 등장한다. 적은 분량으로 많은 내용의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작가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고마운 마음'에는 노년의 마음이 등장한다. 말을 잃어가는 노인과 그의 병세를 늦추어보려는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혈육이 아님에도 이렇게 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두 작품 모두 혈육이 아닌 다른 인간 관계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모습들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가 얼마나 깊은지 새삼 되새기게 하는 작품들이다. 역시 대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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