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스노볼이 들어있고 표지도 알록달록 예뻐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이 시리즈를 다 읽는 것이 목표)라서 고르게 된 책. 


그러나 읽고보니 매우 우울한 책이었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SF영역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영역의 소설도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 들어오는 시대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장르문학이라고 해서 굳이 따로 분류를 했었던 것 같다.)


실리카겔 같은 눈이 사시사철 내리는데 그 눈이 녹지 않고 계속 내린다. 많이 노출되면 앨러지 반응이 일어나 심하면 죽게 된다. 코로나 상황이 일년 넘게 지속이 되어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특히 어제 미세먼지 농도가 350를 넘어가 일체의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를 받은 날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바야흐로 지구의 종말이 머지 않았다는, 아니 이 순간이 바로 지구 종말의 순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도 나온다. 모든 것이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바로 그 멸망의 날은 어느 한 순간에 찾아오지 않고 서서히 멸망해 간다는, 아니 멸망해버려도 꾸역꾸역 인간은 그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대목. 바로 요즘의 세상이 바로 그 세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사시사철 내리지만 녹지 않고 그럼에도 밝게 빛나기만 하는 눈은 소각해버려야 하는 유독 물질이 되어 도시 하나가 폐쇄되고 거기에서 돈 때문에 몰려온 혹은 돈이 없어서 폐쇄된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눈을 처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 세상. 그 세계에도 사랑과 우정은 존재하지만 그 참혹함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지금, 여기도. 


얼마 전 읽었던 책도 떠올랐다. 최진영의 '해가 지는 곳으로'.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 나를, 내 형제를, 내 친구를 지키려 노력하는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이 두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된 인물들은 모두 미성년자이다. 왠지 성년들은, 우리 어른들은 더이상 뭔가를 보여줄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희망은 아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어찌보면 지극히 어른스러운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왠지 희망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 그나마 우리(어른)가 아닌 뭔가 순수해보이는 어린 아이들을 가상으로 설정해 놓고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느낌도 든다.  


전염병과 재난. 이 두 단어가 요즘 키워드가 된 것인지. 갑작스럽게(우리가 애써 무시해 온 것일 수도) 가속화된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변해 자연 재해와 그로 인한 재난을 막을 수 없고(이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인가 천재지변인가) 더불어 그 어디에도 없었던 새로운 질병이,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무력한 시대. 바야흐로 이것이 지구종말이다. 종말은 온다. 종말이 왔다. 그것은 갑작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 어떠한 방식으로도. 슬프고 우울하다. 희망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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