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 - 불안과 고통에 대처하는 철학의 지혜
존 셀라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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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쪽 분량의 철학 소품. 에피쿠로스 철학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의 철학을 개략적으로 쉽게 설명해주는 책. 이런 책들이 시리즈로 나오면 두껍고 어려운 철학책이라는 철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면서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섭렵할 수도 있겠다. 기획 의도가 좋다. 얇고 예쁘지만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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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은 드물거나 아예없을 수도 있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인식이 중요한 것이다. 에피쿠로스가 말했듯, 사실 관건은 직접적인 도움보다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을 받을수 있다는 믿음이니까.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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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작가들의 작품이지만 이 저작들의 공통점은 바로 알코올중독 극복담이라는 것. 김현진이 책 속에서 밝혔듯이 알코올 중독자의 말로는 병 들어 죽거나, 리햅에서 죽거나, 극복하거나 셋 중의 하나라는데 그들은 어떻게 세번째 가능성을 획득하게 되었을까. 그 과정은 또 얼마나 지난했을까. 

 

캐럴라인 냅의 '드링킹'은 읽는 내내 작가의 예민함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특히나 절친 게일 콜드웰이 '먼 길로 돌아갈까?'에서 냅의 마지막을 너무나 상세히 다루었기에(정말로 냅의 죽음은 급작스럽고도 진전이 빠른, 이보다 더 극적인 죽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작가의 미래를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자신의 미래를 전혀 알지 못하고 어떻게 해서든 알코올 중독을 극복해 보려는 작가의 이야기가 새삼 눈물겹게 다가온다. 실제로 냅은 자신의 병을 알고 그것이 매일 두갑씩 피워대던 담배와 수십년간 매일같이 마셔댔던 술 때문인지 아닌지를 밝혀내고자 분투했었다고 한다. 정말 그의 병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김현진의 '녹즙 배달원 강정민'은 강정민이 녹즙 배달을 하며 어떻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를 깨닫고 힘들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데 성공하는 모습을 담은 성장담이지만 초반부 중반부까지 알코올에 대한 정확히는 알코올 중독에 대한 묘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캐럴라인 냅이나 김현진이나 모두 알코올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그 생생한 묘사를 읽노라면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그렇지 그런 면이 있지 하면서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누구보다도 예민한 감수성을 타고 나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구속들을 벗어나려고 했던 두 저자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혹은 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중독을 깨닫고 그 중독에서 벗어난다. 그 분투는 옆에서 보기 참담하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분투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삶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겠다. 


+ '녹즙 배달원 강정민'은 김현진 소설이 얼마나 발전해 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다.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독자층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한계가 엿보이지만 그의 소설은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물론  강정민이 매번 원할 때 나타나주고, 종국에는 강정민에게 큰 깨달음을 주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게 해 주는 수호천사 간호사의 존재가 실로 판타지스럽고 모든 소녀들의 꿈을 대변한다는 느낌-키다리 아저씨와 무엇이 다른가-이 들어 아쉬움이 있지만 이런 대안 밖에 마련하지 못 했다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보기보다 더 팍팍하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 냅이 살아있었더라면 작금의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 정말 오래 전에 사라진 인물같지만 살아있다면 이제 60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냅은 서둘러 이 세상을 떠났지만 김현진은 끝까지 살아남아 인간의 지성이라는 하나의 도서관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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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시호일, 일일시생일. 날마다 좋은 날, 날마다 생일이라는 마음으로.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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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여행이라면 제주도 여행과 같은 국내여행이나 랜선 여행을 떠올리겠다. 하지만 책벌레들은 모든 대안을 책에서 찾는 법이니 공교롭게도 두 가지 여행 관련 책을 읽었다. 


하나는 신예희 작가의 최신간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라는 부제가 더 마음에 든다. 전작인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노골적인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방방 튀는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 읽게 만드는 마력은 있었기에 역시나 노골적으로 '여행 타령'이라는 제목을 들고 나온 작가가 반가웠다. 이 시대에 누구나 여행 타령을 하고 있으므로. 여행을 좋아하지 않고 특히나 국제선 비행기를 타기 싫어하는 사람인 나도 2년 넘게 비행기라는 것을 타지 못하게 되니 비좁은 국제선 이코노미석에 열시간 넘게 앉아있던 그 기분이 어땠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고 살짝 그리워지기도 했으니, 다소 여행중독처럼 보이는 저자가 여행 타령을 하게 되는 것은 이 시기에 당연한 수순이겠다. 오늘은 파리 내일은 마드리드 모레는 서울이 가능했던 시기를 만끽했던 사람들은 누구나 여행을 갈망했으니 말이다. 특히나 신예희 작가는 '여행 잘 먹었습니다' 시리즈에서 시대를 앞선 해외 음식 소개를 했던 이력만큼이나 일찍이 세계 여행에 눈을 떴었던 것 같다. 세계의 각종 음식과 더불어. 그러니 여행에 대해서라면 몇 날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할 말이 많겠지 싶다. 그 이야기의 일부를 풀어놓은 것이겠지. 이 얇은 책 속에. 왠지 그의 이 여행타령 에세이는 계속 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나오면 계속 읽을 의향이 있다. 점점 그의 문체에 익숙해 지는 것인지 점점 그의 문체가 다듬어지는 것인지 읽기가 더 매끄러워진 것 같다. 귀엽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솔직하면서도 친근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매력적이다. 


'여행을 대신해 드린다'는 제목에 솔깃해 읽게 된 책. 하라다 마하의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2012년 출간되었지만 우리나라에는 2018년에 번역된 듯하다. 하라다 마하는 미술학도로 미술관련 소설로 유명해졌다지만 나는 최근에 '총리의 남편'이나 '오늘을 일진도 좋고'로 다소 정치 관련 소설로 접해 보았다. 하라다 마하라는 작가가 궁금해져서 도서관에서 검색해 보니 당장 빌릴 수 있는 책이 이 책 뿐이었고 코로나 시대에 여행을 대신해 드린다니 참 부럽다 싶어서 읽게 되었다. 내가 읽었던 그의 최신 정치 관련 소설과는 전혀 다른 소재였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와 따뜻한 세계관 등이 와 닿았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도 공통적으로 느껴졌다. 정작 그의 대표 소설은 아직 못 읽어 본 셈이니 그의 대표작들도 읽고 싶어진다. 


오미크론이 엔데믹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드디어 코로나 이후의 시대가 오긴 오는 것인가. 물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게 다시 해외 여행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인가 하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나 강력한 전파력으로 인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확진자 수를 보며 여행에 대한 책들을 읽는 감회가 새로웠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 난감한 시대임은 틀림없다. 그러니 더더군다나 책벌레는 책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가 여행을 막을 수는 있어도 독서를 막을 수는 없으니까. 오히려 권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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