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여행이라면 제주도 여행과 같은 국내여행이나 랜선 여행을 떠올리겠다. 하지만 책벌레들은 모든 대안을 책에서 찾는 법이니 공교롭게도 두 가지 여행 관련 책을 읽었다.
하나는 신예희 작가의 최신간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라는 부제가 더 마음에 든다. 전작인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노골적인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방방 튀는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 읽게 만드는 마력은 있었기에 역시나 노골적으로 '여행 타령'이라는 제목을 들고 나온 작가가 반가웠다. 이 시대에 누구나 여행 타령을 하고 있으므로. 여행을 좋아하지 않고 특히나 국제선 비행기를 타기 싫어하는 사람인 나도 2년 넘게 비행기라는 것을 타지 못하게 되니 비좁은 국제선 이코노미석에 열시간 넘게 앉아있던 그 기분이 어땠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고 살짝 그리워지기도 했으니, 다소 여행중독처럼 보이는 저자가 여행 타령을 하게 되는 것은 이 시기에 당연한 수순이겠다. 오늘은 파리 내일은 마드리드 모레는 서울이 가능했던 시기를 만끽했던 사람들은 누구나 여행을 갈망했으니 말이다. 특히나 신예희 작가는 '여행 잘 먹었습니다' 시리즈에서 시대를 앞선 해외 음식 소개를 했던 이력만큼이나 일찍이 세계 여행에 눈을 떴었던 것 같다. 세계의 각종 음식과 더불어. 그러니 여행에 대해서라면 몇 날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할 말이 많겠지 싶다. 그 이야기의 일부를 풀어놓은 것이겠지. 이 얇은 책 속에. 왠지 그의 이 여행타령 에세이는 계속 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나오면 계속 읽을 의향이 있다. 점점 그의 문체에 익숙해 지는 것인지 점점 그의 문체가 다듬어지는 것인지 읽기가 더 매끄러워진 것 같다. 귀엽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솔직하면서도 친근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매력적이다.
'여행을 대신해 드린다'는 제목에 솔깃해 읽게 된 책. 하라다 마하의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2012년 출간되었지만 우리나라에는 2018년에 번역된 듯하다. 하라다 마하는 미술학도로 미술관련 소설로 유명해졌다지만 나는 최근에 '총리의 남편'이나 '오늘을 일진도 좋고'로 다소 정치 관련 소설로 접해 보았다. 하라다 마하라는 작가가 궁금해져서 도서관에서 검색해 보니 당장 빌릴 수 있는 책이 이 책 뿐이었고 코로나 시대에 여행을 대신해 드린다니 참 부럽다 싶어서 읽게 되었다. 내가 읽었던 그의 최신 정치 관련 소설과는 전혀 다른 소재였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와 따뜻한 세계관 등이 와 닿았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도 공통적으로 느껴졌다. 정작 그의 대표 소설은 아직 못 읽어 본 셈이니 그의 대표작들도 읽고 싶어진다.
오미크론이 엔데믹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드디어 코로나 이후의 시대가 오긴 오는 것인가. 물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게 다시 해외 여행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인가 하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나 강력한 전파력으로 인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확진자 수를 보며 여행에 대한 책들을 읽는 감회가 새로웠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 난감한 시대임은 틀림없다. 그러니 더더군다나 책벌레는 책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가 여행을 막을 수는 있어도 독서를 막을 수는 없으니까. 오히려 권장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