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설은 어둡고 마음 아픈 이야기가 많아 읽기를 미루게 되는 편이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많이 울기도 했고 ‘채식주의자‘나 기타 다른 작품도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이 작품도 가독성이 좋지는 않았다. 다루는 내용이 워낙 어마어마한 비극성을 픔고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눈감고 싶어하는 가슴 아픈 역사를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써내는 작가가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고 아껴가며 읽고 있다. 현기영의 ‘제주도우다‘의 대산문학상 수상에 이어 이 작품도 큰 상을 받아 다행이다. 4.3 비극의 역사는 언제 다 청산이 되는 것일까. 애초에 청산이라는 것이 가능하기는 했던 것일까. 새삼 그 비극성에 가슴이 저며 온다.
유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구해야 할것이 있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삶도 죽음도 무의미하지 않기를 바라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삶도 죽음도 무의미하다는 그 무의미와 싸우며, 자신의 아픈 가슴속 생각 중 가장 좋은 것을 내주면서 변화의일부분이 되려고 하는 것이 유족들의 사랑이다. - P91
삶의 의미는 자신으로부터 나오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므로. 그리고 삶은 결국은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말할 줄알게 되는 하나의 과정이므로. - P118
전세 제도는 우리 나라에만 있다는 특이한 제도다. 안젤리나 졸리가 아들을 연대에 입학시키며 근처에 집을 얻을 때 집을 빌려 거주했는데도 계약기간이 다 되면 돈을 그대로 돌려준다고 신기해하며 전세제도를 찬양했다는 말이 알려졌지만 그것은 어마어마한 돈을 소유하고 월세제도만 알았던 해외의 유명 연예인이기에 가능한 발언이었고. 전세제도 때문에 벌어진 비극은 대단히 많다. 마지막 페이지에 실려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가 되지 않는 열 가지 원칙‘의 제1원칙과 10원칙은 바로 ‘전세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최근 전세 제도는 깡통 전세나 빌리왕 관련 사건 등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주택자의 갭투자(세입자가 집주인 대신 주택 구매 대출 이자를 부담해주는?) 용도로 요긴하게 활용되는 등 그 부정적 측면이 너무 많아 장기적으로는 없어져야 할 제도로 보인다. 이런 르포르타주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