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미드 제대로 본 것도 없으면서 아무튼 시리즈 매니아로서 반갑게 거의 일일일아무튼시리즈 수준으로 읽어대고 있다. 물론 나도 미드 영드 안 본 건 아니지만 손보미 작가가 다룬 드라마들 중에서 제대로 본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물론 잘 읽어낼 수 있었다. sf랑 안 친해도 게임이랑 안 친해도 다 읽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작가들은 다들 아무것도 안 하고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말하는 시절들이 있었나본데 그 시절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그들은 나름대로 그 때도 본인들이 정말 좋아하는 어떤 것을 파고들고 있었다. 뭔가 몰입해 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아무튼 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 작가가 꽂히는 대상이 나와 무관해 보이는 것이더라도 그가 그것에 시간의 흐름을 잊고 매진하는 모습을 볼 때 (작가는 몰입할 때 독자는 몰입하는 작가의 상황을 읽어낼 때) 거의 인생의 영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아무튼 시리즈 매니아인 것이겠지. +책표지는 왜 이렇게 이쁜 것인가. 전자책으로 읽었지맘 종이책도 갖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니까, 맛있는 걸 많이 먹자. 좋은 걸 많이 보고, 좋은걸 많이 듣고, 서로를 쓰다듬어주고, 사랑한다고 많이 말해주자.그런 식으로 우리는 삶의 어떤 순간들을 영원히 살아 있게 만들 수있으리라. - P177
천선란의 ‘아무튼, 디지몬‘에 이어 김초엽의 ‘아무튼, SF게임‘을 읽다. 천선란은 좀 더 문과적이고 김초엽이 좀 더 이과적이다. 천선란은 켄 리우에 가깝고 김초엽은 테드 창에 더 가깝다고 해야할까. 공통적으로 신기한 것은 내가 디지몬이나 sf게임을 거의 전혀 알지 못하는데도 흥미롭게 이 책들을 읽었다는 것이다. 특히나 천선란의 작품은 자신의 숨기고 싶은 사생활을 털어놓은 것에서 김초엽의 작품은 그 방대한 영문 참고문헌에서 무척 놀라웠다. 자고로 게임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고 사회 부적응인을 양산한다는 단순한 해석만 있었던 과거에서 밧어나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발전해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한국소설도 SF소설에 관대해지게 되었고 게임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는 요즘이 보다 발전된 양상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갑자기 아무튼 시리즈가 많이 나와 반갑게 읽었다. 또 또다른 아무튼 신간을 기다려본다.
‘아무튼, 집-그러나 여전히 가끔은 울 것 같은 마음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집에 대한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내가 만들어가는 내 공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김미리 작가. 전작인 ‘금요일은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를 재미있게 읽어서 전자책 출간 소식을 접하고 바로 반갑게 읽었다. 전작에는 5도2시 생활을 하게 된 상황과 그 생활이 어떠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참으로 초지일관 집 이야기를 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거주 공간이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기에 공감이 많이 됐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에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마음은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라는 대목이 화룡점정같았다. 그렇다. 집에 대한 갈망은 삶에 대한 갈망인 것이다. 재미도 있고 깊이도 놓치지 않는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시리즈는 언제나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마음은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다. 삶을 열심히 사랑하겠다는 다짐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 P118